붕어도 아파요. 당신처럼 느껴요

조홍섭 2012. 02. 17
조회수 36965 추천수 0
낚시에 걸린 잉어, 토하는 등 스트레스 행동 보여…
미늘 없는 바늘쓰고 잡은 후 빨리 놓아주기 캠페인도
 
20120217_07.jpg » 낚시에 걸린 송어. 어류도 인간과 유사한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낚시에 걸린 무지개송어.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조금 전 일도 쉽게 까먹는 사람을 ‘붕어 기억력’이라고 놀린다. 미끼를 물었다 빠져나간 붕어가 3초만 지나면 다시 먹이를 문다는, 믿거나 말거나 얘기도 있다. 이렇게 머리가 나쁘고 사람과 많이 다르니 함부로 다뤄도 상관없지 않을까.

영국의 한 과학자가 과연 그런지 알 수 있는 실험을 했다. 송어의 입에 벌침을 주입했을 때의 반응을 본 것이다. 낚싯바늘에 걸린 것처럼 송어는 깜쩍 놀란 뒤 입술을 수조 바닥과 벽에 비비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벌침을 주입하지 않은 송어보다 다시 먹이를 먹기까지 2배의 시간이 걸렸다.
 
네덜란드의 연구자는 낚시에 걸린 잉어의 반응을 관찰했더니 갑자기 돌진하거나 토하고 머리를 흔드는 등 스트레스를 받은 행동을 보였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먹이를 먹었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보면, 바늘 맛을 보고도 또 미끼에 덤비는 붕어는 실제가 아니거나 먹이가 너무 부족한 환경 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산천어를 낚는 플라이 낚시꾼은 그럴듯한 미끼를 거들떠보지 않는 고기를 만나면 최근에 다른 낚시꾼에게 잡혔다 풀려난 것인 줄 안다.
 
 222.jpg
 
어떤 동물이든 고통을 감지하면 손상을 줄이려는 반사행동을 한다. 두뇌가 없는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도 이런 능력은 있다. 우리가 고통이라고 하면 이런 반사행동을 넘어 뇌에서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이 있고 그 결과 행동과 생리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대뇌피질에서 고통을 인식하는데 대뇌피질의 상대적 크기는 사람에 이어 유인원, 다른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순서로 작아진다. 그렇다고 이 순서 끄트머리 동물이 사람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고통을 느꼈을 때 먹이를 먹지 않고 반복적으로 특이한 행동을 한다면, 또 호흡과 심장박동이 늘고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이 늘어나는 생리변화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반사행동을 넘어 두뇌가 개입한 복잡한 반응을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분명히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셈이다. 물고기는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으면 숨이 가빠지고 외부 자극에 무뎌지는 등의 생리반응을 보이고, 모르핀을 투여하면 이런 현상이 사라진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가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는 행동은 사람이 사고를 겪고 상처가 아문 뒤에도 심리적 트라우마가 남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낚시인 사이에는 잡은 고기를 놓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미늘 없는 바늘을 쓰고 잡은 뒤 최대한 빨리 놓아주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André Künzelmann_UFZ.jpg
▲어업과 밀식양식 그리고 낚시 등에 윤리적인 관점의 문제제기가 선진국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안드레 퀸젤만,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나아가 상업적 어획과 밀식 양식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선진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깊은 바다에서 빨리 끌어올린 그물로 인해 물고기의 눈이 튀어나오고 위장이 입 밖으로 부풀어져 나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뱃전에 올려진 물고기는 서서히 질식하거나 동료에 눌려 압사한다. 

사실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돼지와 닭을 산 채로 매장하는가 하면 사료가 없다며 소를 굶겨 죽이는 마당에 물고기의 고통을 얘기하는 게 한가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고, 또 애초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 2020. 08. 03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

  • 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 2020. 07. 30

    “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

  • 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파리지옥 풀은 어떻게 파리를 알아볼까

    조홍섭 | 2020. 07. 27

    30초 안 감각털 2번 건드리면 ‘철컥’…1번 만에 닫히는 예외 밝혀져 찰스 다윈은 파리지옥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식물”이라고 했다. 세계에 분포하는 식충식물 600여 종 대부분이 먹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수동적 방식인데 파리지옥은 유일하게 ...

  • 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날개 치지 않고 5시간, 콘도르의 고효율 비행

    조홍섭 | 2020. 07. 23

    전체 비행시간의 1%만 날개 ‘퍼덕’…상승기류 타고 비상·활공 독수리나 솔개 같은 맹금류는 상승기류를 탄 채 날개 한 번 퍼덕이지 않고 멋지게 비행한다. 그렇다면 날개를 펴면 길이 3m에 몸무게 15㎏으로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 안데스콘도르...

  • 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사람도 ‘귀 쫑긋’ 개·고양이와 마찬가지

    조홍섭 | 2020. 07. 17

    귀 근육 신경반응과 미미한 움직임 확인…새로운 보청기에 응용 가능 개나 고양이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면 귀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면 된다. 낯설거나 큰 소리, 중요한 소리가 들리면 동물의 귀는 저절로 그리로 향하고 쫑긋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