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오징어, 수천km 이동 비밀 풀렸다

조홍섭 2012.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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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금은 물 제트분사한 추진력으로 비행, 지느러미로 양력 얻고

에너지 소비 5분의 1로…우리나라 살오징어는 비행 관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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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오징어. 흰색 오징어가 긴 물줄기를 뿜어내 추진하는 모습이다. 사진=밥 헐스, <네이처 뉴스>. 

 

천적에 쫓긴 날치는 빠른 속도로 물을 박차고 나와 커다란 가슴지느러미를 글라이더처럼 편 채 물 위를 활공한다. 운 나쁘게 뱃전에 떨어지는 일만 없다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썩 훌륭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날치만 날아오르란 법은 없다. 해양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오징어도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관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이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뱃전에 떨어져 죽은 오징어를 발견하기도 했다.
 

캐나다 달후시 대학 해양생물학자인 로널드 오도르도 그 한 사람이었다. 그는 <네이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대부터 15m 길이의 실내 수조에서 오징어를 길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한두 마리씩 밖으로 튀어나와 죽어있는 오징어를 발견하곤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할 수 없이 수조의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가 ‘나는’ 행동에 관한 첫 논문은 국제학술지 <연체동물학>에 미국 마이애미 대 해양생물학자인 실비아 마시아 등이 2004년에 실은 것이 처음이다. 이후 전 세계 300여 종의 오징어 가운데 10여 종이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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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의 활공 모습. 사진=NOAA,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도 오징어가 날치처럼 활공하는 것인지 아니면 능동적으로 나는 것인지, 또 그것이 천적을 피하려는 행동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도르 박사는 최근 이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오징어는 분명히 나는 것이며 그것이 이동 에너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추어 사진가 봅 헐스가 브라질 해안에서 나는 오징어 무리를 촬영한 사진을 분석했다. 초고속 셔터로 연속 촬영한 이 사진들을 분석해 오징어 비행의 비밀을 밝히려 시도한 것이다.
 

오도르는 지난 20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연맹 과학대회에 발표한 포스터를 통해 이 오징어가 단순히 활공한 것이 아니라 몸통(외투)에 난 두 개의 지느러미를 마치 항공기의 보조날개처럼 이용한다고 밝혔다. 지느러미 모양을 비행기의 양력을 높이는 플랩처럼 만들어 비행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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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어획량의 97%를 차지하는 살오징어.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오징어는 물속에서 외투 안으로 머리 쪽에 틈을 벌려 물을 머금은 다음 가는 관으로 세차게 뿜어내는 반작용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물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물을 제트 기관처럼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데, 이 때문에 비행하는 오징어 뒤로 기다랗게 뿜어나온 물줄기를 볼 수 있다. 또 오징어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리를 새처럼 웅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도르는 이 발표에서 공기 속의 비행 속도를 계산했더니 물속에서 잰 가장 빠른 속도의 5배에 이르렀다. 같은 추진력일 때 밀도가 낮은 공기 속에서 속도가 더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은 오징어의 생태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도르는 오징어의 비행이 천적 회피에 더해 이동 중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능이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같은 에너지로 5배의 거리를 간다면 그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 게다가 오징어는 짧은 수명인데도 때로 수천㎞에 이르는 장거리를 회유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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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2010년 12월 15일치에 실린 나는 오징어 사진. 지느러미를 펴고 다리를 오무린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살오징어로 표기돼 있으나 국내에서 비행 모습이 관찰된 기록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어획하는 살오징어도 과연 날까.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우리가 잡는 오징어가 바다에서 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오징어가 밤중에 집어등에 끌려 무리지어 물 표면으로 올라오지만 물 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여러 차례의 현장 조사에서도 관찰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살오징어의 영어 명칭이 ‘일본 나는 오징어’(Japanese flying squid)인 것은 왜일까. ‘flying’이란 명칭이 붙은 오징어는 이 밖에도 여럿 있다. 김 박사는 “아마도 물속에서 화살처럼 빨리 헤엄친다는 뜻에서 ‘flying’이란 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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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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