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 핀 분홍빛 '열꽃' 양진이

윤순영 2018. 01. 30
조회수 2527 추천수 1

황진이 울고 갈 예쁜 겨울철새

무리지어 풀씨 사냥, 경계심 강해


크기변환_YSY_9228_00001.jpg » 눈밭에 앉아 먹이를 찾는 양진이 수컷.


국내에서 관찰되는 새들은 40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 가장 아름다운 새를 찾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새가 양진이다. 해마다 광릉수목원에 찾아온다. 분홍빛의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로 모습이 귀여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친숙한 새다. 양진이는 11월 초순부터 도래하여 겨울을 나고 3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크기변환_YSY_9199_00001_01.jpg » 알맞은 먹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양진이란 이름은 황진이를 떠오르게 한다. 조선 중기의 기생인 황진이는 용모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시적 재능과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양진이도 이에 밀리지 않는다.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영어 이름은 장미되새(Rosefinch)이다.


크기변환_YSY_8343_00001.jpg » 나무열매를 먹는 양진이 수컷.


양진이란 이름은 한자로 종기 양(瘍) 자에 홍역 진(疹) 자를 쓴다. 우리 조상은 양진이의 분홍빛 깃털색에서 홍역에 걸려 온몸에 붉은 종기가 피어난 모습을 떠올렸나 보다. 아름다운 새와 어울리지 않는 비유이지만, 당시엔 홍역이 그만큼 흔하고 중요한 질병이었고 양진이 또한 쉽게 보는 새였지 않았나 싶다.


크기변환_YSY_8505_00001.jpg » 나뭇가지에 앉아 휴식을 하는 양진이 수컷.


크기변환_DSC_3718.jpg » 양진이가 해마다 찾아오는 월동지 전경.


지난 1월 8일 양진이를 관찰하기 위해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올겨울은 유난히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서인지 수목원엔 탐방객도 별로 없고 한산했다. 그곳에서 양진이가 눈길을 끈다. 양진이 무리가 노니는 모습을 관찰하며 추위도 잊었다.


크기변환_YSY_9257_00001.jpg » 양진이가 먹이 다툼을 하고 있다. 왼쪽은 수컷, 오른쪽은 암컷이다.


크기변환_YSY_9258_00001.jpg » 암컷 양진이가 맹렬히 공격한다. 수컷 양진이는 결국 물러섰다.


추위에 강한 귀염둥이 양진이가 예쁜 깃털을 뽐내며 풀숲과 관목 숲 사이 땅 위를 뛰고 날아다닌다. 다른 새들에 비해 얼굴 표정 변화가 있고 행동도 앙증맞다. 풀씨와 작은 열매를 빠르게 먹고 민첩하게 행동하며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방법이다. 겨울철새에게 월동이란 번식지로 돌아가 다음 세대를 이어갈 때 사용할 힘을 비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크기변환_SY3_0488.jpg » 암컷 양진이가 마른 풀 위에서 주변을 살펴가며 먹이를 찾는다.


크기변환_YSY_8085_00001.jpg » 눈 위에도 양진이에게 꼭 필요한 먹이원이 있나보다.


양진이는 놀라거나 주변의 낌새가 이상하면 재빨리 인근 나무 위로 날아올라가거나 시야에서 멀리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 시간은 15~20여분 정도로 안전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보인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이런 행동을 한다. 왜 그럴까? 작은 몸에 화려한 양진이는 먹이를 먹는 순간 적에게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장소를 숨기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크기변환_YSY_9676_00001.jpg » 나뭇가지에 앉아 주변을 경계하는 양진이 암컷.


크기변환_YSY_9693_00001.jpg » 안전을 확인한 후 다시 먹이를 찾아 나선다.


양진이는 무리지어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무리 속에서 서로 보살피며 삶을 영위하는 최선의 방편을 찾은 것이다. 새매, 참매 등 맹금류의 기습공격을 피하고자 모든 개체가 주변을 경계하고 정확한 신호로 한 몸인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기변환_DSC_0297.jpg » 수컷 양진이가 풀씨를 먹기 위해 가냘픈 풀 가지에 날아와 앉는다.


크기변환_DSC_0359.jpg » 양진이 암수가 함께 풀 가지위에 앉았다. 우측이 수컷이다.


기변환_DSC_0485.jpg » 수컷 양진이가 흔들리는 풀 가지위에서도 거꾸로 매달려 중심을 잡으며 재주를 부리듯 먹이를 먹는 모습이 이채롭다.


날 때는 파도 모양을 그리면서 난다. 선호하는 장소에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습성이 있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역 등 국한된 지역에서 관찰되고 해마다 도래하는 개체수의 차이가 크다.


크기변환_YSY_8316_00001_01.jpg » 나뭇가지는 먹이를 찾는 전망대로 이용하고 주변을 살피며 임시방편으로 피신하는데 제격이다.


크기변환_YSY_8318_00001.jpg » 양진이는 날 때 파도치는 모습으로 난다.


크기는 약 16~17㎝ 정도이다. 수컷의 머리는 진분홍색, 이마와 멱에는 흰색의 광택이 나는 반점이 산재해 있다. 등에는 진분홍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세로로 많이 나 있고 날개와 꼬리는 흑갈색이다. 깃 가장자리는 붉은색을 띤다. 가슴과 허리는 진분홍색이며 배 쪽으로 가면서 그 색이 흐려져 배는 흰색이다.


크기변환_YSY_8364_00001.jpg » 수컷 양진이 열매를 따 먹으랴 바쁘다.


크기변환_YSY_8457_00001.jpg » 암컷 양진이.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양진이에게 좋은 먹이를 제공한다.


암컷은 몸의 대부분이 황갈색을 띤다. 머리와 가슴, 등은 붉은색을 띤 갈색이며 배 쪽으로 가면서 흐려지고 작고 연한 갈색의 무늬가 세로로 나 있다. 등에는 흑갈색 줄무늬가 있고 허리는 붉은색이다. 부리는 짧고 굵으며 부리와 다리가 어두운 갈색이다. 시베리아 동부, 몽골 북부, 사할린섬 등지에서 번식하고 일본 북부, 중국 동북부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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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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