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문어 누구 머리가 좋을까

조홍섭 2012. 02. 24
조회수 44379 추천수 2

개는 사람의 소통단서 알아채는 데 천재적, 침팬지보다 나아

무척추동물 문어도 사람 얼굴 인식, 곤충과 조류도 비슷한 능력

 

 journal_pone_0030913_g002.png

▲사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물건을 가져오는 침팬지와 개 실험 장치도. 

 
개는 주인의 지시를 놀랄 만큼 잘 알아듣는다. 이런 능력이 높은 지능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침팬지와 개를 상대로 조금 떨어진 곳의 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제대로 가져오면 보상으로 먹이를 주는 실험을 했다.
 

예상 밖으로 침팬지는 이 과업을 잘 수행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뭘 가리키는지는 알겠는데 왜 그걸 가리킬까를 추론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상자를 가리키는 건 알겠는데, 어쩌라고?” 하는 식이다.
 

개는 달랐다. 사람이 뭘 가리키는지 그리고 뭘 원하는지를 금세 알아차려 침팬지보다 뛰어난 실험 성적을 거두었다. 놀랍게도 개는 따로 배우지 않더라도 생후 6주가 되면 이런 능력을 갖춘다. 이 단계가 되려면 아기는 14개월이 돼야 한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에게도 이런 능력이 발견되지만 매우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개가 사람의 다양한 소통 단서를 능숙하게 이용하게 된 것은 가축화되는 과정에서의 이런 능력을 가진 개체가 선택받았기 때문으로 본다. 다시 말해 주인의 의도를 잘 알아채는 능력을 갖춘 늑대가 바로 개라는 것이다. 늑대는 개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이런 재주가 없다. 개 가운데서도 가축 몰이 개와 사냥개 품종이 이런 면에서 탁월하다.
 

또 개는 주인이 가리키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얻은 맥락적 정보를 통해 가리키는 동작을 해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주인 목소리의 높낮이나 먹이를 찾았던 이전의 기억 등을 함께 고려한다는 뜻이다.
 

journal_pone_0020704_g001.png

▲일란성 쌍둥이의 체취를 구별하는 실험을 하는 독일산 셰퍼드. 

 

함께 사는 일란성 쌍둥이의 체취 차이도 구별하는 예민한 감각에 이런 소통능력까지 갖췄기에 개는 진화적으로 성공했다. 동족이 굶어 죽는데도 인간은 막대한 식량과 비용으로 개를 길러 전세계 개의 개체수는 4억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개 이외의 다른 동물도 개 못지않은 능력이 있음이 최근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진은 금종이말벌이 동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러 마리의 여왕벌이 하나의 둥지를 공유하는 이 말벌은 서로 신분을 정확히 구분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엄격한 계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능력을 키웠다. 두뇌의 무게가 사람의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말벌이 얼굴을 알아보는 ‘패턴 인식’ 능력을 보유한 것이다.
 

fish1.jpg

▲수족관의 문어가 바라본 사람의 모습. 둘 다 유니폼을 입었지만 먹이를 준 쪽과 괴롭힌 쪽을 문어는 구별했다. 

 

문어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연구도 있다. 까치나 까마귀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시애틀 수족관 연구자 등은 실험을 통해 문어가 새 못지않은 인식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수족관의 문어에게 한 사람은 먹이만 주고 다른 사람은 약을 올리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11일 동안 계속한 뒤 각자가 따로 나타났을 때 문어의 무늬, 먹물 뿜기 행동, 호흡률 등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괴롭히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먹물을 뿜고 눈 주변에 위장무늬가 나타나며 호흡률이 높아지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어는 축구 승부를 예측하는 근거 없는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수족관 수면에 떠 있는 장난감에 물총을 쏘며 놀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지적 동물이다. 사실 하등이냐 고등이냐는 사람의 잣대일 뿐이다. 개가 영리해 보이는 건 사람 곁에서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이다. 개나 고양이하고만 관계를 맺고 나머지 동물은 이용 대상으로 취급하는 건 그래서 인간중심주의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

    조홍섭 | 2017. 04. 10

    빙하기 시베리아서 남하, 아무르강 거쳐 2만년 전 한반도로최남단 서식지 낙동강 상류에 고유 집단 잔존 가능성 커북극해서 놀던 ‘시베리아 연어’한강과 낙동강 최상류 찬 개울에는 커다란 육식성 민물고기가 산다. 한여름에도 손이 저릴 만큼 차...

  • 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브렉시트, 기후변화 대응에 불똥 튀나?

    조홍섭 | 2016. 07. 01

    파리협정 이행 갈길 먼데, '기후 리더' 영국 빠진 유럽연합 동력 상실 우려기록적 가뭄→시리아 난민사태→브렉시트→기후대응 약화 악순환되나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통적인 견...

  • 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화학물질 참사 막으려면, 틀린 경보가 묵살보다 낫다

    조홍섭 | 2016. 06. 03

    `가정 독물'인 살생물질 관리에 특별한 대책 필요…디디티 교훈 잊지 말아야과학적 불확실성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예상되면 조기경보 들어야  아침에 쓴 샴프나 손에 든 휴대전화, 금세 썩지 않는 나무의자에는 모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 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차로 치고 새끼 유괴하고…고라니의 잔인한 봄

    조홍섭 | 2016. 05. 06

    IUCN 취약종 지정, 체계적 조사 없이 우리는 매년 15만마리 죽여세계서 중국과 한국이 자생지, 중국은 멸종위기에 복원 움직임  야생동물을 맞히는 퀴즈. 수컷의 입에는 기다란 송곳니가 삐져나와 “흡혈귀 사슴”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가장 원...

  • 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똑똑한 식물…때맞춰 꽃피우고 기억하고 속이고

    조홍섭 | 2016. 04. 08

    중추신경계 없지만 잎, 줄기, 뿌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고등기능 수행 미모사는 30일 뒤까지 기억…공동체 이뤄 햇빛 못 받는 나무에 양분 나누기도     봄은 밀려드는 꽃 물결과 함께 온다. 기후변화로 개나리 물결이 지나기도 전에 벚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