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슴, 두툼한 부리…멋쟁이새를 아시나요

윤순영 2018. 02. 09
조회수 11678 추천수 0

통통한 몸매에 깔끔함한 무늬 의상 걸친 '겨울 신사'

몸에 좋다는 노박덩굴 열매 즐겨 먹는 미식가


크기변환_YSY_0168_.jpg » 수컷 멋쟁이새. 양진이와 함께 겨울철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새로 쌍벽을 이룬다.


멋쟁이새는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게 찾아오는 겨울철새다. 양진이와 함께 아름다운 새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멋쟁이새를 만난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필자는 멋쟁이새를 4년 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관찰하였고 지난달 경기도 남양주 길섶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사람과 차량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교적 사람에게 경계심이 적어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크기변환_DSC_0359.jpg » 아름다운 새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수컷 양진이.


멋쟁이새는 검은색, 붉은색, 회색의 단순한 삼색 깃털과 질감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작고 통통한 몸매지만 움직이는 행동이 당차고 빠르다. 나무 씨앗과 풀씨 등에 의존해 살아간다. 나뭇가지에서 거침없이 움직이며 열매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다.


멋쟁이새는 나무 위 나뭇가지에서 생활하고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먹을 때와 목욕을 할 때는 땅으로 내려온다. 멋쟁이새 무리가 먹이를 향해 날아들 때는 은밀하게 아래에서 위로 날아 앉는 조심성을 보인다.


크기변환_YSY_1215_00001.jpg » 두툼한 부리로 노박덩굴 열매를 따먹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0987_00001.jpg » 수컷 멋쟁이새가 씨는 버리고 빨간 표피만 발라먹는다.


멋쟁이새가 찾은 나무는 노박덩굴과의 노박나무다. 노박덩굴은 혼자 힘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타고 기어올라 자란다. 멋쟁이새는 노박덩굴의 푸짐한 붉은 열매에 신이 났다. 노박덩굴은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들이 있는 나무숲 길섶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멋쟁이새는 왜 노박덩굴 열매를 좋아할까? 노박덩굴 열매의 효능은 다양하다. 사람은 혈액 순환과 정신 안정, 진통 작용, 성 기능 증가, 염증, 항종양, 방부, 담즙을 분비하는 약으로 쓴다


새들에게도 같은 효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생리활성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분명하다. 새들이 좋아하는 열매는 사람에게도 좋은 약이 된다. 특히 빨간 먹이는 수컷의 진한 붉은 깃털 색을 유지하기에 유용하다.


크기변환_YSY_0024_00001.jpg » 노박덩굴 열매.


크기변환_YSY_0546_00001.jpg » 노박덩굴에 매달려 열매를 먹는 멋쟁이새 암컷.


멋쟁이새는 아무르강 하류, 우수리, 사할린, 중국 동북지방에서 번식한다. 원래의 생활권에서 먹이가 부족하거나 혹독한 추위가 닥치면 분포권에서 벗어나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게 된다. 봄에는 벚나무, 버드나무, 매화나무의 어린 눈과 꽃을 따먹으며 여름에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멋쟁이새를 비롯한 겨울 철새는 특정 지역을 정해놓고 해마다 찾아온다월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이가 있는 곳이다여름 철새도 매년 번식지 주변에 찾아와 둥지를 틀거나 다시 고쳐 사용한다안전하고 새끼를 키울 먹이원도 풍부하기 때문이다새들은 이런 환경을 판단하고 귀소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크기변환_YSY_0634_00001.jpg » 암컷 멋쟁이새는 수컷과 다르게 열매의 붉은 표피는 남겨 두고 씨만 골라 먹는다.


크기변환_YSY_0553_00001.jpg » 멋쟁이새의 익숙하고 솜씨 좋은 행동은 원숭이도 부러워 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지역의 새 서식지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움도 있지만 번식지나 월동지를 한번 발견하면 조류탐조가 쉬워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 갑자기 서식환경을 바꾸게 되면 새들의 월동지나 번식지에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


새들의 귀소 본능은 새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 때만 도움이 된다. 새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말은 무리가 아니다. 새들의 번식지나 월동지는 우수한 지역 환경생태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월동하는 새들은 후대의 왕성한 번식력의 연장선이다. 갑자기 변해 버린 환경은 새들의 감소로 이어지고 새들은 다시는 그곳을 찾아오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1059_00001.jpg » 먹이가 풍족해 여유가 있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1190_00001_01.jpg » 멋쟁이의 두툼한 부리는 열매를 까먹기 좋게 발달해 있다.


멋쟁이새는 몸길이 15~16cm로 수컷은 이마, 턱밑. 머리, 눈앞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 멱과 뺨은 붉은색이다. 가슴은 밝은 붉은색을 띤 회색이다. 뒷목과 배는 회색이며 허리는 흰색이다. 꼬리와 날개는 검은색에 회색 띠가 있다. 암컷은 이마, 턱밑. 머리, 눈앞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 배와 등이 회갈색에 옅은 붉은색이 감도는 듯하다. 허리는 흰색이다. 부리는 검은색으로 짧고 두툼하다. 다리는 어두운 갈색이다.


크기변환_YSY_0086_00001.jpg » 노박덩굴 열매의 붉은 표피를 선호하는 것은 붉은 깃털을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행동 같다.


크기변환_YSY_1183_00001.jpg » 부리에 열매를 물고 노박덩굴 열매를 쳐다보며 욕심을 내는 멋쟁이 수컷.


멋쟁이새는 산지대의 위쪽 한계에서 삼림한계까지의 부분인 침엽수림과 평지 숲에서 생활한다. 암컷은 대개 둥지 틀 자리를 선택할 책임이 있으며, 수컷이 둥지를 만든다. 둥지는 침엽수의 나뭇가지 위에 마른 나뭇가지, 이끼류를 이용해서 밥 그릇 모양으로 만든다. 알을 낳는 시기는 5~7월이며, 2회 번식한다. 알을 품은 지 1214일이면 부화하여 1216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크기변환_YSY_1089_00001.jpg » 짧고 통통한 몸을 길게 늘여 열매를 따는 멋쟁이새 수컷.


크기변환_YSY_1103_00001.jpg » 부리 안에 노박덩굴 열매를 한가득 물고 표피를 벗겨내 먹고 씨는 옆으로 버리는 솜씨가 대단하다.


크기변환_YSY_1071_00001.jpg » 깔끔하고 통통한 몸매의 멋쟁이새는 군더더기 없는 겨울 신사다.


중국 동북지방, 중국 동부, 한국, 일본에서 월동하는 멋쟁이새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적지만 오염된 농약 살포 지역에는 절대로 모이지 않는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

    윤순영 | 2018. 08. 03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불에 달군 듯 붉은 부리의 여름철새, 7월말 번식개구리, 도마뱀, 딱정벌레 이어 마지막 잔치는 뱀 40도를 육박하는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 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

    조홍섭 | 2018. 07. 26

    미국 미네소타 호수서 조류 사진가 촬영남의 알 받은 데다 이웃 새끼 입양한 듯 “새끼를 몇 마리 입양한 비오리 같네요”지난달 23일 미국인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인 브렌트 시제크는 미네소타주 베미지 호수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 ‘살아있는 보석’ 동박새, 광릉숲에 자리 잡았나‘살아있는 보석’ 동박새, 광릉숲에 자리 잡았나

    윤순영 | 2018. 07. 13

    붓 모양 돌기로 동백꽃 즐겨 빠는 남부지방 텃새포천 국립수목원서 애벌레 사냥…둥지는 안 틀어동박새란 이름을 들으면 동백꽃이 생각난다. 동백꽃의 곁에는 언제나 동박새가 있다. 동박새는 동백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남해안과 섬 등지에서 서식하는...

  • 코앞에 달려든 매의 눈…10초가 길었다코앞에 달려든 매의 눈…10초가 길었다

    윤순영 | 2018. 07. 03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어청도에 뿌리 내려 사는 매난공불락 벼랑 위 둥지, 5대가 물려 받아풀숲 등 '지정석'에 먹이 감추고 쉬기도 경계심 없이 접근한 매, 강렬한 여운 남아지인으로부터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어청도에 매가 있...

  • 큰 망토 두른 후투티 ‘추장’은 땅강아지를 좋아해큰 망토 두른 후투티 ‘추장’은 땅강아지를 좋아해

    윤순영 | 2018. 06. 07

    머리 장식 깃이 독특한 여름 철새, 종종 텃새로 눌러 앉아인가 깃들어 사람과 친숙…알에 항균물질 바르는 행동도후투티를 보면 새 깃털로 머리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