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년간 보르네오서 오랑우탄 10만마리 사라져

조홍섭 2018. 02. 17
조회수 10812 추천수 1
열대림 벌채와 팜유 농장, 사냥 때문 개체수 절반 줄어
남은 집단 절반이 100마리 이하, 35년 뒤 또 5만 줄 것

u1.jpg » 보르네오 숲의 오랑우탄 모습. 벌채와 사냥으로 급박한 멸종 위험에 놓여 있다. 마르크 안크레나스 제공.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의 하나인 오랑우탄이 1999∼2015년 서식지인 보르네오에서 10만마리 이상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개체수의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35년 사이 현 개체수의 절반가량인 4만5000마리가 추가로 죽을 것으로 예측됐다. 

오랑우탄 감소의 주원인은 산림 벌채와 팜유 농장과 제지용 플랜테이션 등 숲 파괴와 사냥과 밀렵으로 나타났다. 팜유는 과자, 라면, 화장품 등에 널리 쓰여, 우리나라도 이런 감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u2.jpg » 팜유 농장을 만들면서 조각난 열대 우림. 숲이 얿는 곳에서 오랑우탄은 살 수가 없다. 마르크 안크레나스 제공.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등 세계 38개 연구소는 1999년부터 16년 동안 보르네오에서 오랑우탄의 둥지를 확인하는 한편 원격탐사로 숲의 변화를 측정하고 모델링을 통해 오랑우탄 개체수 변화를 예측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6일 치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런 결과를 보고하면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자연자원 활용이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극적인 감소를 불러왔다”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1234㎢ 면적의 현지 조사에서 오랑우탄의 잠자리 수를 통해 서식밀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모두 3만6555개의 잠자리를 확인했는데, 연구 기간 동안 ㎞당 22.5개가 관찰되던 것이 10.1개로 줄었다. 연구자들은 맨눈으로 확인된 변화를 바탕으로 모두 14만8500마리의 오랑우탄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했다.

사라진 오랑우탄 가운데 9%에 해당하는 1만4000마리는 산림 벌채, 산업적인 팜유와 펄프용 플랜테이션 때문으로 연구자들을 분석했다. 오랑우탄은 숲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숲이 사라진 곳에서 밀도가 가장 심하게 줄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개체수가 줄어든 것은 선택적 벌목과 사냥이 벌어지는 원시림 내부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u3.jpg » 새끼를 데리고 있는 오랑우탄 암컷. 서식지 파괴 못지않게 밀렵과 사냥이 주요 감소요인으로 밝혀졌다. 마르크 안크레나스 제공.

주 저자인 마리아 보익트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자는 “걱정스러운 것은 가장 많은 수의 오랑우탄이 사라진 것은 남아있는 숲에서였다. 이것은 사냥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이 학술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오랑우탄의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칼리만탄 지역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평균 2256마리가 사냥 또는 사람과의 충돌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랑우탄의 미래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것은 남아있는 64개 고립 집단 가운데 38개만 개체수가 100마리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의 개체수를 갖추지 못한 오랑우탄 집단은 장기적으로 근친교배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 부족으로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들은 장차 35년 동안 현재의 오랑우탄 개체수 가운데 4만5300마리가 추가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숲 면적의 감소만 고려한 것이어서 감소추세는 이보다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u4.jpg » 보르네오 섬의 오랑우탄 서식밀도 변화. 감소 추세는 205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마리아 보익트 외(2018)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오랑우탄의 생존을 위해서는 벌목과 팜유 회사 등과의 파트너십과 대중의 인식을 높일 교육이 시급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세르저 비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생물학자는 “오랑우탄은 유연해서 플랜테이션, 벌채된 숲, 조각난 숲에서도 어느 정도 살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죽이지 않을 때만 그렇다”며 “숲을 보전하는 것에 나아가 대중의 인식과 교육, 규제 강화, 사람들이 왜 오랑우탄을 죽이는지에 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u5.jpg » 팜유 농장과 벌목으로 조각나는 보르네오 열대림. 만일 사냥을 막을 수 있다면 오랑우탄은 이런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마르크 안크레나스 제공.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으로 오랑우탄 서식지가 대규모 팜유 농장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팜유는 가공식품과 화장품 등의 원료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유럽 등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팜유 농장 개간과 밀렵 등에 의해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개체수가 급감하자 2016년 이 종을 멸종이 가장 임박한 ‘위급 종’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oigt et al., Global Demand for Natural Resources Eliminated More Than 100,000 Bornean Orangutans, Current
Biology (2018), https://doi.org/10.1016/j.cub.2018.01.0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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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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