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마릿수 세기, 드론이 사람보다 낫다

조홍섭 2018. 03. 05
조회수 4243 추천수 1
호주서 고무 물새 수천개 뿌려놓고 시험
드론이 숙련 관찰자보다 43~96% 정확

file-20180208-74482-1olw6r4.jpg » 고무 물새 장난감 수천개를 늘어놓은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해안. 미리 수를 아는 장난감을 대상으로 인간과 드론의 계수 경쟁이 벌어졌다. 안드리올로 제공

야생동물을 보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동물이 몇마리 있고 어떻게 그 수가 변화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마리, 두마리… 세어나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새를 집계할 때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큰 무리를 하나씩 장시간 세어야 한다. 새들은 가만있지 않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다 세지도 못했는데 무리가 이동하기도 한다. 

드론(무인비행장치)은 피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야생동물 계수를 손쉽게 해준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한눈에 전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동물을 세거나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동으로 계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드론의 계수가 얼마나 정확할까.

file-20180208-74473-8uct98.jpeg » 드론 계수 실험을 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해변에 물새 장난감을 배치하는 연구자들. 재러드 호지슨 제공

162491-1.jpg » 드론으로 촬영한 큰제비갈매기 번식지 모습. 드론을 이용해 숙련된 관찰자보다 정확하게 수를 셀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러드 호지슨 제공
 
애들레이드대 등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연구자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야생동물 세기를 놓고 인간 대 드론의 경쟁을 붙였다.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방법’에 실린 논문을 보면, 드론은 숙달된 인간 관찰자를 크게 이겼다. 연구자들은 수천개의 고무로 만든 물새 인형을 해변에 늘어놓고 한쪽에선 숙련된 조류 관찰자가 쌍안경과 망원경으로, 다른 한쪽에선 드론을 날려 세도록 했다. 

시민과학자들은 드론이 찍은 사진 속 새의 수를 셌고, 사람 대신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는 방식도 동원했다. 결과는 드론 쪽이 43~96% 더 정확하게 장난감 새의 수를 센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드론을 해변에 가깝게 저공 비행할수록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자들은 “저공비행 쪽이 효과적이지만 드론이 야생동물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계수 방법도 사진을 사람이 판독하는 것과 비슷한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재러드 호지슨 애들레이드대 생물학자는 “야생동물을 정확히 아는 것은 개체수의 작은 변화라도 알아챌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 때까지 기다린다면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기에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드론을 이용한 야생동물 관측 방법은 펭귄, 펠리컨, 앨버트로스, 군함조 등 무리를 이루는 조류와 물개, 듀공, 오랑우탄, 거북, 고래 등의 관측에 유용하게 쓰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arrod C. Hodgson et al, Drones count wildlife more accurately and precisely than humans, Methods in Ecology and Evolution 2018;1–8. DOI: 10.1111/2041-210X.1297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두드드득~’ “쉿! 큰귀박쥐가 나타났어”‘두드드득~’ “쉿! 큰귀박쥐가 나타났어”

    조홍섭 | 2018. 05. 28

    ‘바이오블리츠 2018’ 르포24시간 생물종 탐사·기록 위해대전 만인산에 470명 모였다대도시 근처인데도 1368종 확인 성과올해 처음 포함된 박쥐 조사에서큰귀박쥐, 물윗수염박쥐 등 6종 발견‘미기록종’ 거미 2종 확인하고교란종 ‘단풍잎돼지풀’...

  • 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

    조홍섭 | 2018. 05. 25

    상승기류 오래 타고 날갯짓 적어 멀리까지 이동첫 몇 분 비행이 선두 결정…27마리 무선추적 결과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는 얼마나 에너지가 적게 드는 비행을 하는지가 생사를 가른다. 쐐기꼴 대열에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선두는 뒤따르는 새보다 ...

  • 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하마 배설물은 강 생태계에 보물일까 재앙일까

    조홍섭 | 2018. 05. 21

    물고기 주요 먹이지만 건기 오염 축적되만 ‘오염 폭탄’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인위적 요인 겹치면 회복 불능몸무게가 1t이 넘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코뿔소와 함께 가장 큰 초식동물인 하마는 밤 동안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50㎏에 이르...

  • 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바퀴벌레 무서워? 당신 몸속에 ‘곤충 먹는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18. 05. 18

    곤충 키틴질 겉껍질 분해 효소 유전자 4종 보유공룡시대 곤충 먹던 흔적, 모든 포유류에 남아곤충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미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사람의 곤충 먹기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어서 이미 세...

  • ‘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침팬지 침대’는 사람 것보다 깨끗해~

    조홍섭 | 2018. 05. 17

    매일 나무 위에 새로 짓는 둥지, 세균·벌레 축적 안 돼사람 집은 외부 생태계 차단…침대 세균 35%가 몸에서 비롯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영장류는 공통으로 매일 잠자리를 새로 만든다. 침팬지는 나뭇가지를 엮어 받침을 만든 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