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쪼기새는 기린 겨드랑이서 잔다

조홍섭 2018. 03. 07
조회수 16118 추천수 0
박쥐처럼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매달려, 흔들거리며 ‘쿨쿨’
낮엔 진드기 많은 물소, 밤엔 따뜻하고 안전한 기린 선택

g1-4.jpg » 기린의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서 잠을 청하는 노랑부리소등쪼기새. 흔들거려 좀 불편해도 높고 따뜻할 뿐 아니라 먹이원을 놓칠 염려도 없다. 메리디스 팔머 외(2018)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 제공.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사바나에 소등쪼기새가 산다. 찌르레기과의 이 새는 초식동물의 등에 올라타 진드기 등 기생충을 잡아먹는다. 그래서인지 초식동물도 이 새가 등이나 옆구리에 앉아 이리저리 털을 헤집는 것을 용납한다. 유명한 공생관계이다.

그러나 초식동물의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소등쪼기새는 상처를 벌려 피를 섭취하는 것을 마다지않는다. 이 새를 공생이 아닌 기생자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이 새의 생태가 덜 밝혀졌다는 것인데,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행동이 야간 감시카메라와 시민 과학의 힘으로 밝혀졌다.

Steve Garvie_Flickr_-_Rainbirder_-_Yellow-billed_Oxpecker_(Buphagus_africanus).jpg » 대형 초식동물의 등에 올라타 부리로 털을 훑으며 진드기 등 기생충을 잡는 노랑부리소등쪼기새. 상처가 있으면 흡혈도 마다지않는다. 스티브 가비/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메러디스 팔머 미국 미네소타대 진화생물학자 등은 지난 3년 동안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무인카메라를 이용해 야간에 소등쪼기새가 어떻게 잠자리에 드는지 관찰했다. 시민과학자는 촬영한 영상 속 동물이 어떤 종인지 온라인에서 가리는 일에 참여했다.

소등쪼기새에는 2종이 있다. 부리 끝이 붉은 붉은부리소등쪼기새는 덩치가 더 작고 가위 같은 부리가 있는데 임팔라부터 코끼리까지 적어도 15종의 다양한 초식동물에 찾아든다.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훨씬 커 길이가 20㎝에 이르는데, 일부 숙주만을 고집한다. 덩치가 크고 따라서 진드기도 많은 아프리카물소, 소과의 일런드, 기린, 코뿔소가 이들이 주로 찾는 동물이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종은 노랑부리소등쪼기새였다.

Charlesjsharp _Yellow-billed_oxpeckers_(Buphagus_africanus_africanus)_on_zebra-1.jpg » 얼룩말 위의 노랑부리소등쪼기새. 찰스 J. 샤프/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Buphagus_erythrorhynchusGerrie van Vuuren-1.jpg » 덩치가 더 작고 나무에서 잠자리를 찾는 붉은부리소등쪼기새. 게리 반 부렌/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가 지면 붉은부리소등쪼기새는 부근 숲의 잠자리를 찾아 날아간 반면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동물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들이 가장 즐겨 찾은 잠자리는 놀랍게도 기린의 배 아래쪽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였다. 마치 박쥐가 동굴 벽에 들러붙은 것처럼 긴 다리와 배가 만나는 부위에 붙어 잠을 청했다. 기린에는 마리당 노랑부리소등쪼기새 3.3마리꼴로, 일런드와 아프리카물소의 등과 옆구리에는 각각 1.6마리와 1.5마리가 잠자러 왔다.

초식동물은 밤중에도 먹이활동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잠자리는 당연히 흔들리고 불안정하다. 그런데도 새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연구자들은 “숙주가 다양한 붉은부리소등쪼기새는 한 종을 고집할 필요가 적지만 노랑부리소등쪼기새가 찾는 대형 초식동물은 어디에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튿날 다시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해 불편하더라도 동물의 몸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g-2.jpg » 무인 카메라로 촬영한 기린, 일런드, 아프리카물소의 다양한 부위에서 잠을 청하는 노랑부리등쪼기새. 메리디스 팔머 외(2018)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 제공.

흥미로운 사실은 이 새가 낮 동안 먹이를 찾던 동물의 몸에서 그대로 자는 게 아니라 선호하는 동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새는 낮에 기린이나 일런드보다 7배나 자주 아프리카물소에서 먹이를 찾는다. 그러나 밤에 자는 동물은 기린이 다른 동물보다 10배나 많았다. 이는 이 국립공원에 물소가 3만 마리로 기린 9000마리보다 훨씬 많아 쉽게 찾을 수 있고 진드기도 풍부해 낮에 선호하지만, 밤에는 더 높아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린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보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almer MS, Packer C. Giraffe bed and breakfast: Camera traps reveal Tanzanian yellow-billed oxpeckers roosting on their large mammalian hosts. Afr J Ecol. 2018;00:1–3. https://doi.org/10.1111/aje.1250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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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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