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들소 잡아먹는 동남아표범 ‘30마리’ 남았다

조홍섭 2018. 03. 08
조회수 6655 추천수 1
멧돼지·사슴 잡으려 놓은 올무로 5년 새 72% 급감
주민에게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등 밀렵 대책 시급

t1.jpg » 멸종위기에 놓인 표범 아종인 인도차이나표범의 모습. 캄보디아의 마지막 번식집단이 밀렵으로 위험에 빠졌다. 판테라(Panthera) 캄보디아 지부 제공

표범은 적응력이 뛰어나 도시에서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밀렵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표범의 9가지 아종 가운데 동남아에만 사는 인도차이나표범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이 ‘위급’인 맹수로 번식 가능한 개체가 약 2000마리에 불과하다. 역사적인 서식지의 95%가 사라졌다.

이들이 살아남은 거점은 2곳으로 말레이반도와 인도차이나 동쪽인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인데, 동쪽 거점의 표범이 지난 5년 사이 72%나 줄어들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야생동물보전연구소 등은 ‘왕립학회 공개 과학저널’ 최근호에 실린 보고에서 “캄보디아의 마지막 번식집단이 급박한 멸종위험에 놓여 있다”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연구자들은 야생동물 밀거래와 고기를 노린 무차별적인 올무 살포로 표범의 서식밀도가 100㎢당 1마리꼴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남은 표범은 20∼30개체에 불과할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t2.jpg » 사슴을 밀렵해 가는 밀렵꾼들. 야생동물 고기를 노린 올무에 표범이 희생되고 있다. 판테라(Panthera) 캄보디아 지부 제공.

주 저자인 수사나 로스트로-가르시아 야생동물보전연구소 과학자는 “캄보디아와 다른 동남아 국가에 광범한 올무 놓기는 야생동물 고기 수요가 높아진 탓”이라며 “야생 서식지에 시장에 내다 팔 멧돼지와 사슴을 잡으려고 설치한 올무 수천개가 뿌려져 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t1.jpg
인도차이나표범은 표범 가운데 500㎏이 넘는 대형 먹이를 사냥하는 유일한 아종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 인도차이나표범은 동남아의 야생들소인 ‘반템’을 노리는데, 이들은 종종 표범 몸무게의 5배가 넘는 800㎏에 이른다. 표범이 이처럼 큰 먹이를 사냥하게 된 것은 이 지역에서 2009년 멸종한 호랑이의 생태적 기능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t3.jpg » 동남아의 야생 들소인 반템. 호랑이의 주 먹이였으나 호랑이가 사라진 뒤 표범 수컷의 사냥감이 됐다. 판테라(Panthera) 캄보디아 지부 제공

한편, 보호구역에서 생태관광에 나선 탐방객이 희귀한 야생동물을 목격할 때마다 마을 발전 기금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라오스에서 성공을 거둬 무분별한 야생동물 밀렵을 막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야생동물보전협회(WCS) 등은 라오스 정부와 함께 남엣푸루에이 국립공원에서 4년 동안 시행한 ‘야생동물 목격 직불제’가 성과를 거뒀다고 과학저널 ‘플로스 원’ 2월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보전기관은 생태관광객한테 받은 입장료의 일부를 기금에 납부하고 있는데, 지역주민과 계약을 맺어 생태관광에 나선 탐방객이 보전 대상의 희귀동물을 목격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불법사냥이 발생하면 지원금을 삭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호랑이를 목격하면 최고 등급의 인센티브인 25달러를 받는다.

LEIGH VIAL.jpg » 라오스 남엣푸루에이 국립공원에서 생태관광에 나선 탐방객이 사슴을 목격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많이 관찰할수록 지역주민의 소득이 높아지는 전략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레이 바이얼 제공

그 결과 보호구역 안에서의 밀렵은 늘어나지 않았고 보호구역 밖에서의 사냥이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광객이 목격한 희귀 야생동물의 수가 크게 늘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stro-García S, Kamler JF, Crouthers R, Sopheak K, Prum S, In V, Pin C, Caragiulo A, Macdonald DW. 2018 An adaptable but threatened big cat: density, diet and prey selection of the Indochinese leopard (Panthera pardus delacouri) in eastern Cambodia. R. Soc. open sci. 5: 171187. http://dx.doi.org/10.1098/rsos.171187 

Eshoo PF, Johnson A, Duangdala S, Hansel T (2018) Design, monitoring and evaluation of a direct payments approach for an ecotourism strategy to reduce illegal hunting and trade of wildlife in Lao PDR. PLoS ONE 13(2): e018613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861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뻐꾸기는 알 맡길 상대를 어떻게 고를까뻐꾸기는 알 맡길 상대를 어떻게 고를까

    조홍섭 | 2018. 07. 23

    각인된 어미 새와 낯익은 둥지 어느 쪽을 찾을까 오랜 논란중국서 현장 연구 결과 ‘뻐꾸기는 숙주 어미를 기억한다’ 결론많은 새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기르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를 회피하면서 자손을 퍼뜨리는 기생이 남의 둥지에...

  • 청둥오리는 어떻게 북경오리가 되었나청둥오리는 어떻게 북경오리가 되었나

    조홍섭 | 2018. 07. 20

    기원전 500년 가축화 시작, 명 때 집중 육종2가지 돌연변이로 흰 다운과 큰 몸집 지녀북경오리(페킹 덕)는 바삭하게 구운 껍질과 함께 먹는 중국의 대표적인 오리구이 요리 또는 그 재료인 가축화한 오리 품종을 가리킨다. 무게 5∼7㎏에 이르는 ...

  • 거머리 피 빠는 모기 발견, 고대 모기의 습성일까거머리 피 빠는 모기 발견, 고대 모기의 습성일까

    조홍섭 | 2018. 07. 19

    플로리다서 거머리와 지렁이만 흡혈하는 모기 첫 확인애초 곤충 물다 환형동물 거쳐 척추동물 물게 진화했나 암모기는 산란에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피를 빤다. 사람만 흡혈 대상으로 고집할 이유는 없다. 포유류는 조류와 함께 모기...

  • 새똥이 산호초 살찌운다, 쥐만 없다면새똥이 산호초 살찌운다, 쥐만 없다면

    조홍섭 | 2018. 07. 13

    배설물 영양물질 녹아나 섬뿐 아니라 주변 바다 생산성 향상질소 퇴적량, 쥐 없는 섬 250배…산호초 보전 위해 쥐 없어야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차고스제도는 지난 40년 넘게 무인도 상태를 유지해 손때묻지 않은 바다 환경을 간직한...

  • 새들이 먹는 곤충, 인류 고기 소비량 맞먹어새들이 먹는 곤충, 인류 고기 소비량 맞먹어

    조홍섭 | 2018. 07. 12

    6000여 종이 연간 세계서 4억∼5억t 잡아먹어해충 제거 효과 탁월, 과소평가된 생태계 서비스봄부터 초여름까지 어미 새는 새끼에게 부지런히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과 절지동물을 잡아 먹인다. 그 메뉴엔 딱정벌레, 파리, 개미, 거미, 진딧물, 메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