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품고 새끼 돌보는 '따뜻한' 아프리카비단뱀

조홍섭 2018. 03. 16
조회수 13066 추천수 0
죽기 직전까지 햇빛에 몸 덥혀 알·새끼에 온기 전달
6개월 동안 먹이·물 끊고 정성…알 낳는 뱀서 첫 발견

p4-2.jpg » 햇빛에 덥힌 어미의 똬리를 파고든 새끼 비단뱀. 한 마리는 하품하고 있다.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 대학 제공

둥지에 낳은 알을 정성껏 품어 깨어난 새끼를 극진히 기르는 동물이라면, 새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포유동물도 뱃속에서 그 과정의 일부를 할 뿐 마찬가지다. 찬피동물인 뱀은 모성애나 따뜻함과는 애초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파충류 번식 행동의 내막이 드러나면서 그런 선입견은 고쳐야 할지 모른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는 2종의 비단뱀이 산다. 적도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북부 아프리카비단뱀과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남부 아프리카비단뱀이 그것이다. 그레엄 알렉산더 남아프리카공화국 위츠대 교수는 지난 7년 동안 프리토리아 북부 디노켕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비단뱀 37마리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8마리에는 전파발신기를 붙여 추적했고 둥지 안의 행동을 적외선카메라로 촬영했다. ‘동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알렉산더 교수는 “남부 아프리카비단뱀이 새끼를 극진하게 돌보는 행동을 처음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p6.jpg » 남부 아프리카비단뱀 성체의 모습. 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다.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대 제공.

p8.jpg » 영양을 잡아먹는 남부 아프리카비단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부 아프리카비단뱀은 길이 5m, 무게 60㎏까지 자라는 대형 뱀이다. 임팔라 같은 큰 먹이를 사냥하는 포식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끼를 낳아 기르는 행동은 매우 헌신적이고 자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땅돼지의 굴을 둥지로 삼아 타원형의 알 40∼50개를 낳는다. 알이 깨어나기까지 90일 동안 비단뱀 암컷은 똬리를 틀고 알을 지킨다. 먹이와 물도 일체 먹지 않은 채 오로지 새끼 돌보기에 전념하는 6달에 이르는 번식 일정을 이렇게 시작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굼뜨고 약하다. 새끼의 뱃속에는 아직 소화되지 않은 노른자가 많이 남아 있어 동작이 어색하다. 연구자는 새끼의 이런 취약함 때문에 보호 행동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p7.jpg » 새끼들은 낮 동안 굴 들머리에서 햇볕을 쪼인다.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대 제공.

p5.jpg » 굴속에서 따뜻한 어미 똬리 속으로 파고든 새끼 비단뱀의 모습. 위츠대 동영상 촬영.

낮 동안 새끼들은 둥지 밖으로 나와 햇볕을 쪼이다가 밤이면 굴에 돌아와 어미의 품에서 지냈다. 이런 새끼 돌보기는 알에서 깨어난 뒤 3주까지 이어졌다. 인도비단뱀이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오기 2일 전에 둥지를 떠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새끼를 오래 돌보는 행동은 어미로서는 큰 도박이다. 연구자는 “번식기 이후 곧 겨울이 닥치기 때문에 새끼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 사냥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제로 비단뱀의 번식은 매우 고된 일이어서 2∼3년에 한 번 이뤄지며 번식 뒤 체중이 40%가량 준다. 알렉산더는 “어떤 뱀은 다시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번식 과정에 너무 쇠약해져 대형 먹이 사냥에 실패하고 굶어죽은 사례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번식을 지켜본 8마리의 암컷 비단뱀은 모두 무사했지만 이듬해에 다시 번식에 나선 개체는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난태생인 방울뱀, 살모사 등의 뱀이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은 보고됐지만 알을 낳는 뱀이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관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p1.jpg » 번식기 암컷이 굴 들머리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몸 빛깔이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대 제공.
 
p2.png » 번식이 끝난 지 3달 뒤 암컷 비단뱀의 모습. 위장색을 회복했다.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대 제공.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특이한 행동은 어미 비단뱀이 햇빛을 이용해 체온을 올린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남아프리카 비단뱀은 특이하게 낮 동안 동굴 들머리에서 햇볕을 쬐 목숨이 위태롭기 직전인 40도까지 체온을 높인 뒤 굴로 돌아와 알에 똬리를 틀고 덥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새끼를 돌볼 때도 이런 행동이 이어진다.

암컷 비단뱀은 번식기 동안 체온이 다른 시기에 견줘 5도가량 높고 새끼가 태어나면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를 위해 햇볕 말고 다른 비결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번식기 암컷은 몸 빛깔이 노랑, 갈색, 황록색이던 위장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그는 “검은색이 햇볕을 받아 체온을 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았다. 번식기가 끝나면 체색은 다시 원래로 돌아갔다.

이밖에 이번 연구에서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여러달 동안 암컷을 따라다니며, 3달 동안 2㎞ 이상 따라다닌 기록도 있었다. 또 암컷을 둘러싼 수컷끼리의 다툼은 없었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뱀의 번식행동이 이제껏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남부 아프리카비단뱀의 새끼 돌보기 행동을 소개하는 그레엄 알렉산더 위츠대 교수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 J. Alexander, Reproductive biology and maternal care of neonates in southern African python (Python natalensis), Journal of Zoology, doi:10.1111/jzo.1255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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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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