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호수 물고기 어떻게 살게 됐나

조홍섭 2018. 03. 19
조회수 6963 추천수 1
일반인은 “새가 알 옮겨”, 과학 연구는 전무
운반 과정에 마르지 않는지 등 실증연구 필요

1내몽골_badainjaran_nasa-1.jpg » 중국 내몽골의 바다인 자란 사막 사구 위에 수많은 작은 호수가 있다. 지구 호수의 대부분은 이처럼 작고 이들 상당수에 물고기가 살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과학적 발견은 알려지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얼 모르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한 발견이다. ‘외딴 호수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게 됐나’ 같은 문제가 그렇다.

최근의 조사 결과 세계의 호수는 모두 1억1700만개이고 그 가운데 면적 1㏊ 이하인 작은 호수가 9000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관련 기사지구 호수 세어보니, 모두 1억 1700만개). 그런데 작은 호수 가운데는 주변 물길과 전혀 연결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만 물이 있는데도 물고기가 사는 곳이 적지 않다. 이 물고기가 어디서 왔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이다.

l2호주 서부 염호_nasa.jpg »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염분을 띤 작은 호수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가능성은 몇 가지 있다. 첫째, 외딴 호수처럼 보여도 먼 과거 다른 하천이나 호수와 연결됐을 가능성이다. 지질학적 역사까지 거슬러 오르는 이 가설은 그럴듯해도 실제와는 잘 맞지 않는다. 미국 동북부 호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생물지리학적으로 물고기가 없어야 하는 호수의 70%에서 물고기가 발견됐다. 

둘째는 누군가 옮겨 놓았을 가능성이다. 낚시를 위해 또는 기르던 물고기를 애초에 없던 곳에 풀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산 미끼로 준비한 물고기를 낚시가 끝난 뒤 풀어놓기도 한다.

물고기를 옮기기엔 성체보다 알이 훨씬 편하다. 낚시꾼의 뜰채나 레저용 보트에 끈끈한 알이 들러붙었다가 멀리 떨어진 호수에 떨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새가 옮긴다는 것이다. 물새가 부리나 다리, 깃털 등에 물고기 알을 붙인 뒤 먼 호수로 날아가 떨어뜨린다는 가설이다. 찰스 다윈도 <종의 기원>에서 “물고기 알은 물을 떠나서도 생명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이동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01633417_P_0.JPG » 번식한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있다. 오리의 번식기는 물고기가 알을 낳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고기 알은 수초를 뒤지는 오리의 부리와 다리, 깃털에 묻어 멀리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김봉규 선임기자

스위스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온라인 포럼과 블로그에 오른 글을 살펴보고 물과 어류 전문가와 정책결정가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가장 흔한 대답은 ‘새가 물고기 알을 옮긴다’는 것이었다. 일반인은 ‘물고기가 비와 함께 떨어진다’는 믿음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연구자들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이 문제를 다룬 실증적인 과학 연구는 거의 없었다. 새의 몸에 물고기 알이 들러붙는지, 운반 과정에서 마르지 않고 생명력을 유지하는지, 운반한다는 증거가 있는지, 그리고 이동 현상을 유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l3.jpg » 북극으로 흐르는 시베리아의 큰 강 주변에는 빙하기의 유산인 수많은 작은 호수가 있다. 이들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hilipp Emanuel Hirsch et al, Colonizing Islands of water on dry land—on the passive dispersal of fish eggs by birds, Fish and Fisheries. 2018;1–9. DOI: 10.1111/faf.1227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새똥이 산호초 살찌운다, 쥐만 없다면새똥이 산호초 살찌운다, 쥐만 없다면

    조홍섭 | 2018. 07. 13

    배설물 영양물질 녹아나 섬뿐 아니라 주변 바다 생산성 향상질소 퇴적량, 쥐 없는 섬 250배…산호초 보전 위해 쥐 없어야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차고스제도는 지난 40년 넘게 무인도 상태를 유지해 손때묻지 않은 바다 환경을 간직한...

  • 새들이 먹는 곤충, 인류 고기 소비량 맞먹어새들이 먹는 곤충, 인류 고기 소비량 맞먹어

    조홍섭 | 2018. 07. 12

    6000여 종이 연간 세계서 4억∼5억t 잡아먹어해충 제거 효과 탁월, 과소평가된 생태계 서비스봄부터 초여름까지 어미 새는 새끼에게 부지런히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과 절지동물을 잡아 먹인다. 그 메뉴엔 딱정벌레, 파리, 개미, 거미, 진딧물, 메뚜...

  • “땅 두드리면 지렁이 나온다”, 호랑지빠귀 춤의 비밀“땅 두드리면 지렁이 나온다”, 호랑지빠귀 춤의 비밀

    조홍섭 | 2018. 07. 10

    “두더지가 내는 진동과 비슷” “빗방울 진동, 질식 피해 대피” 논란유럽과 북미선 농민들 미끼잡이나 스포츠로 각광…동물 흉내낸 듯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도연 암에서 자연학교를 운영하는 도연 스님은 몇 년 전 특이한 관찰을 했다. 여름 철새...

  • 내 소리가 제일 커…열대 귀뚜라미의 ‘유혹 앰프’내 소리가 제일 커…열대 귀뚜라미의 ‘유혹 앰프’

    조홍섭 | 2018. 07. 05

    동굴 울림통, 잎사귀 울림판 이어 배수관 등 인공 시설물도 이용소리 멀리 퍼져 짝짓기에 유리…땅강아지, 청개구리, 긴꼬리도귀뚜라미 등 곤충은 짝짓기 상대를 부르기 위해 큰 소리로 운다. 포식자의 눈에 띌 위험도 커지지만 많은 암컷과 짝짓기...

  • 원주민 사라지면 생태계도 무너진다원주민 사라지면 생태계도 무너진다

    조홍섭 | 2018. 07. 02

    코끼리, 고래 등 대형동물처럼 사람도 생태계 ‘쐐기돌’장소 기반한 수렵·채취 사회, 생물 다양성 높이는 기능덩치가 큰 동물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동물과 식물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동물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기능이 아주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