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얼굴, 잔인한 야생성…예봉산 족제비를 만났다

윤순영 2018. 03. 27
조회수 11542 추천수 1

황금빛 혼인색, 물흐르듯 매끄럽고 빠르게 이동

안마당 출몰해 쥐 없애던 '복덩이' 이젠 드물어


크기변환_YSY_5585.jpg » 당당하게 서있는 족제비. 꼬리털이 몸통만큼이나 무성하다.


3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20여년 만에 족제비를 만났다. 족제비는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사이를 오가며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곤 해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숨을 죽이고 족제비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기다렸다.


크기변환_YSY_5519.jpg » 바위틈 사이로 물 흐르듯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족제비.


필자가 어릴 적에는 울타리 안 앞마당에서 노는 족제비를 흔하게 보았다. 족제비가 있으면 집주변의 쥐가 사라진다. 그래서 뜰 안에 들어온 족제비를 사람들은 복 족제비라 부르며 해치지 않았다. 이로운 점이 더욱 많아서였다. 그러나 야간을 틈타 닭장 털이를 하는 녀석도 족제비였기 때문에 미움도 많이 받았다.


기변환_YSY_558.jpg » 바위구멍의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 가며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크기변환_YSY_5573.jpg » 빈틈이 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옛날 부잣집 아주머니가 멋을 부리며 두르던 것도 족제비 목도리였다. 붓글씨를 쓰던 시절 붓을 만들 때 족제비 털은 최고의 재료였다. 그 시절 농촌엔 초가집도 많았다. 족제비는 시골의 돌담이나 인가 근처 경작지, 냇가의 큰 돌 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서식했지만 1970년대 새마을 사업 등으로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농촌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기변환_YSY_5543.jpg » 혀를 날름거리며 이동하는 족제비.


야행성인 족제비의 몸 길이는 수컷 2840, 암컷 1632이고, 꼬리 길이는 수컷 1222, 암컷 820이다. 예봉산에서 만난 족제비는 크기로 보아 수컷으로 추정된다. 짝짓기 철을 맞이하여 족제비의 털이 황금색처럼 곱게 빛나고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 암컷한테 멋지게 보여 구혼을 청 할 셈인 것 같다.


크기변환_YSY_5544.jpg » 몸을 바짝 움츠려 등을 활처럼 굽힌다.


다리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은 족제비는 움직일 때는 바위의 곡선에 따라 물결치는 것처럼 보인다. 족제비는 땅뿐 아니라 물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한다. 무엇을 찾는지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바위 구멍을 들여다 보기 바쁘다. 족제비가 가던 길을 멈추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필자를 잠깐 동안 빤히 쳐다본다.


크기변환_YSY_5545.jpg » 움츠렸던 몸을 펼치며 탄력을 이용해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족제비의 얼굴은 야무지고 귀엽지만, 행동은 민첩하고 사나우며 잔인한 야생성도 지니고 있다. 작지만 탐욕스러운 포식자로서 활동적이고 용감하며 일반적으로 밤에 혼자 사냥한다. 어류, 개구리, , 새알뿐만 아니라 생쥐, 집쥐 등을 먹고 사는 영리한 동물이다. 검은 눈동자가 아주 영특해 보인다. 작은 귀는 둥근 쪽박 모양으로 위로 서 있어 소리를 듣기에 제격이다. 주둥이는 검은 갈색에 위아래 입술과 턱의 흰색이 귀여움을 더한다.


크기변환_YSY_5574.jpg » 순식간에 자리를 이동해 다시 나타난 족제비.


크기변환_YSY_5582.jpg » 너무 빨라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족제비란 이름을 지을 때 제비처럼 날렵하고 민첩하여 발 족(자를 써 '발 달린 제비'란 뜻에서 족제비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예로부터 족제비는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변화로 인해 보기 힘들어져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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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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