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점프하다 죽고, 출산 뒤 바로 공연도

남종영 2012.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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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판 커버스토리]퍼시픽랜드 전직 직원들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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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랜드는 국내 최대 돌고래 공연업체다. 1986년 개관해 20년 넘게 돌고래쇼를 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동원된 돌고래는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잡아온 야생 남방큰돌고래였다. 과거 퍼시픽랜드에 일한 직원들을 만났다. 직원 ㄱ씨는 2004년께 벌어진 사고를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천장에 달린 볼 터치를 하려고 번쩍 뛰었어요. 그런데 도약 지점을 잘못 잡은 거예요. 바로 아래 새끼가 있었고 어미는 본능적으로 새끼를 피했어요. 하필 떨어진 곳이 공연장 무대 시멘트 바닥이었어요. ‘쿵’ 하는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죠.”

관중들은 웅성거렸고 곧바로 막이 내려졌다. 돌고래의 입에선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어미는 얼마 되지 않아 새끼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현재 퍼시픽랜드엔 남방큰돌고래 7마리가 살고 있다. 6마리는 2009~2010년 사이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개체들이고 나머지 한마리는 2005년에 태어난 개체다.

 

지난달 24일 제주 퍼시픽랜드에 갔을 때, 7마리 가운데 기봉이, 해순이, 춘삼이, 똘이가 하루에 네번씩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을 태우고 대포처럼 공중에 쏘아 올리는 묘기를 벌인 똘이를 가리키며 조련사가 “다섯살밖에 되지 않은 새끼”라고 소개하자, 500명의 관중들이 환호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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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들이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공연 무대 위로 올라와 있다. 야생 행동이 아닌 행동을 하면서 돌고래의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


서울대공원의 시설은 제주 퍼시픽랜드에 비하면 훌륭한 편이다. 퍼시픽랜드 전직 직원 ㄴ씨는 “공연용 풀장 안쪽 대기용 풀장은 욕조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 보니, 가로 5m 세로 4m쯤 되는 풀장에 공연에 나오지 않은 3마리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뛸 수도 헤엄칠 수도 없는 크기다.

 

욕조 수준의 돌고래 대기용 수조

 


이 돌고래들 또한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전직 직원 ㄴ씨도 여기에 한번 따라간 적이 있다. “돌고래가 그물에 걸렸다고 어민한테 연락이 오면 바로 달려가요. 통통배를 타고 정치망에 가 보면, 으레 돌고래가 맴돌고 있죠. 그럼 다이빙복을 입고 들어간 뒤 그물을 천천히 좁혀서 잡아요.”

 

그 뒤 지느러미가 빠질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천으로 돌고래를 감싸고 들것에 실어 화물트럭에 싣는다. 이동 중에 물은 계속 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가 괴사해 죽을 수 있다.

 

퍼시픽랜드에 들어온 돌고래는 일정 기간 다른 욕조에 격리 수용된다. 죽은 생선은 받아먹지 않기 때문에 맨 처음 며칠은 강제로 먹인다. ㄱ씨는 “공연을 하느라 피곤하고, 죽은 생선을 먹기 때문에, 매일 사람이 먹는 게브랄티(간장약)와 아스크로빈산(비타민제)을 준다”며 “심지어 어미 돌고래 옹포는 새끼를 낳고 이튿날 공연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동안 한번밖에 수의사를 못 봤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야생방사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퍼시픽랜드는 돌고래를 두차례 제주 앞바다에 풀어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에서 잡아 온 희망이와 일본에서 사 온 소망이다.

 

ㄱ씨가 말했다. “희망이가 쇼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어요. 바다에 나가서 희망이를 풀어줬죠. 몇 번 쳐다보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잘 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희망이가 자유로워 보였어요. 지금 있는 애들도 야생방사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서울대공원 제돌이 이야기

어망에 걸렸지…죽은 생선을 받았어…묘기를 배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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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공연이 끝나고 수족관에서 쉬고 있는 제돌이와 대포, 금등이. 사람이 다가가자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입을 벌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제돌이는 원래 ‘JBD 09’로 불렸다. 2007년 11월4일, 제주 앞바다를 한참 헤엄치고 있는데, 고래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배를 타고 다가와 사진을 찍었다. 그때 제돌이의 식별번호가 붙었다. 9번째 발견된 제주(Jeju)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

 

2009년 5월1일,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무언가에 들어왔는데 나갈 수 없었다. 그물에 걸린 것이다. 제돌이 나이 8~9살(추정) 때였다. 사람들이 다가와 신경안정제를 주사하고 안대로 눈을 덮었다. 한참 있다가 눈을 떠보니 수조 안이었다. 그때부터 제돌이의 삶터는 제주도 연안 418㎞의 바다에서 좁은 풀장으로 바뀌었다.

 

제돌이는 야생성을 버리는 순치훈련을 받았다. 밥을 굶기면서 죽은 생선을 먹도록 길들여지는 것이다. 오징어를 좋아하던 제돌이도 배고픔을 이기진 못했다. 개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주를 굶으면 죽은 생선을 자유롭게 먹는다.

 

7월20일, 다시 제돌이에게 안대가 씌워지고 주사가 놓였다. 이번에 깬 곳은 서울대공원이었다. 박창희 서울대공원 조련사가 말했다. “처음 왔을 땐 죽은 생선을 먹을 정도만 훈련돼 있었죠. 체구가 작고 잔 상처가 많았어요.”

 

남방큰돌고래는 어망과 어구가 많은 연안에 살기 때문에 몸에 잔 상처가 많다. 그때 서울대공원에는 이미 제주도에서 잡혀 온 금등이(20살)와 대포(19살)가 쇼를 하고 있었다. 금등이는 1999년 3월, 대포는 2002년 3월에 서울대공원에 왔다. 대포는 어릴 적 제돌이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제돌이는 대포를 따라 묘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해 가을, 제돌이도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 할 줄 아는 동작이 없었지만, 둥근 머리와 웃는 얼굴, 미끈한 몸체만 봐도 사람들은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에도 제돌이는 온통 먹이 생각뿐이었다. 고등어, 전갱이, 도루묵 등 토막 친 생선을 먹을 기회는 하루 5번, 그러니까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위해 훈련할 때뿐이었다. 조련사들은 제돌이가 점프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만 먹이를 줬다. 제돌이는 한 번에 1.5㎏씩 하루 7.5㎏을 먹었다.

 

제돌이가 공연에 필요한 동작을 다 익힌 건 동물원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난 2010년 여름이었다. 조련사들은 축하하며 제돌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서울대공원은 장기적으로 제돌이를 일본에서 들여온 태지(9살)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키운다는 계획이었다. 제주에서 온 돌비와 캐돌이가 2008년에 폐렴으로 죽은데다 노쇠한 금등이와 대포를 대신할 스타는 제돌이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돌이는 겨울에는 매일 2번씩, 여름과 주말에는 5번씩 점프와 인사, 훌라후프 돌리기, 공놀이, 노래 부르기를 하고 있다. 수중공연이 있는 여름철에는 스노보드 자세로 올라탄 조련사를 싣고 빠르게 수면 위를 달리기도 한다. 공연과 공연 사이엔 가로 12m, 세로 5m, 깊이 3m의 수족관에서 지낸다. 사람들이 퇴근하는 밤이면 공연용 풀장에 나가 금등이, 대포와 경주를 벌인다. 가끔씩 서로 물어뜯어 제돌이 몸에는 길게 찢긴 이빨자국이 있다. 시멘트 수조 벽에 긁혀 부리 끝도 벌겋게 벗겨졌다.

 

지난해 7월 남방큰돌고래의 불법 포획과 수족관 공급이 알려진 뒤, 이따금 서울대공원 앞에서는 돌고래를 풀어주라는 사람들의 기자회견과 1인시위가 열렸다. 그 와중에도 제돌이는 무심하게 점프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 22일 오후 3시 공연에서도 제돌이는 무대 위로 올라와 꼬리지느러미를 몸통 쪽으로 힘껏 당겨 올렸다. 고등어 한 조각이 날아왔다. 훌라우프를 부리로 열심히 돌리고 한 조각을 또 받아먹었다. 공연이 끝날 땐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싱크로나이즈 선수처럼 머리를 물속에 박은 채 꼬리지느러미를 까딱까딱하는 인사를 세 번 해야 하는데, 두 번밖에 하지 않고 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입을 벌려봤지만 날아오는 생선은 없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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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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