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긴급대책 이렇게는 안 된다

장영기 2018.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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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덤프차 추가, 소각·직화구이 전면 규제해야

‘중국발’과 ‘국내발’ 다른 대책, 수도권 참여 필요


00501676_20180325.JPG »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보인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봄을 여는 화창한 주말이 미세먼지로 얼룩졌다. 26일 아침엔 수도권에 안개까지 겹쳐 뿌연 시가지에 마스크를 끼고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스모그가 심한 중국의 대도시가 고스란히 재현된 것 같다. 


예상대로 올겨울에도 미세먼지 고농도 상황은 반복되었다. 특히 다른 해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겪으면서 이전의 겨울 날씨를 설명하던 삼한사온 현상은 간데없고 일주일 춥고 일주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 우리 겨울은 이제 ‘칠한 칠미세먼지’라는 얘기도 나왔다. 추울 때는 일주일 동안 강한 바람이 불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내려가지만 날씨가 좀 풀리면 바람이 약해지며 일주일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아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날씨가 풀리며 고농도 미세먼지에 시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추운 날씨를 참는 것이 낫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지난 1월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발생하자 서울시에서는 자발적 승용차 2부제를 제안하면서 대중교통 무료라는 특단의 정책을 시행하였다. 일부 시민은 대중교통 무료를 선물 같다며 반기는 반면 일부 시민은 효과가 없는데 비싼 예산 낭비라며 반대하였다. 미세먼지에 대한 홍보 효과는 높았으나 정작 논쟁은 대중교통 무료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며, 그때마다 논쟁을 반복할 수는 없다. 이제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떤 점을 수정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논점과 의견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52202375535_20180327.JPG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열린 미세먼지 줄이기를 위한 시민 주도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중국 기여도가 높은데 비상조처는 효과가 있을까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기간의 특징을 살펴보면 초기 2∼3일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에 의하여 농도가 급속하게 높아지고, 이후 3~4일은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국내 배출 오염물질이 누적되어 고농도 상태가 유지되는 패턴을 보인다. 이처럼 중국 유입형 기상조건일 때는 국내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정체형 기상조건일 때는 국내의 배출 저감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일 년 중 국내 배출량을 줄여 농도 개선 효과가 가장 클 때는 국내 정체형 기상조건일 때이다. 


둘째, 대중교통 무료보다 승용차 강제 2부제가 먼저다


05552047.jpg » 승용차 규제만으론 미세먼지를 잡을 수 없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차량통행을 최대한 억제한 상태에서 대안으로 대중교통을 지원하여 주는 형태로 추진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무료정책은 차량통행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차량통행 감소는 승용차 강제 2부제, 일정 구역 차량 진입 금지, 일정 구역 주차장 폐쇄, 도심진입 통행료 대폭 상승과 같이 강력한 통행량 규제 정책이라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 일정 구역 무료 셔틀 운행이나 대중교통비 지원과 같은 지원대책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수도권이 모두 참여해야 효과가 있다


서울은 수도권 면적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오염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권역의 문제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에서 아무리 대기오염을 줄인다고 하여도 수도권의 대기 질은 별로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최근 서울보다 경기, 인천 지역의 대기 질이 더 나쁘다. 고농도 비상조처가 필요한 곳은 오히려 서울보다 경기와 인천이다. 수도권의 대기 질은 최소한 수도권 권역의 대기오염 배출 저감이 함께 이루어져야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노천소각 전면금지, 직화구이 자제해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 서울 지역에서 승용차만 참여하는 저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전체에서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화물차와 덤프트럭 같은 대형 장비가 참여하여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고농도 비상조처 기간에는 노천소각을 전면금지하고 직화구이를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두렁을 태우고, 쓰레기를 소각하고, 장작을 이용한 직화구이는 태우는 양에 비하여 많은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에는 이러한 생물성 연소를 전면금지하는 것이 차량규제만큼 중요하다.


05749965_P_0.JPG » 서민 경제를 위축시킨다며 미세먼지 대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지만 미세먼지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서민이다. 서울 남산의 한 시민이 마스크를 끼고 산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자동차 규제나 경유차 규제에 대한 제안이 나오면 산업계의 반응은 서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 가능성이 큰 사람은 실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긴 서민들이다. 대도시 특히 도로변의 고농도 대기오염을 최소화하여야 서민들의 대기오염 노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기오염 규제 이야기만 나오면 서민 경제부터 걱정하는 목소리는 서민을 핑계로 규제에 저항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진정 서민이 걱정된다면 먼저 서민들의 대기오염 노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결정하고, 그 저감 비용은 어떻게 사회가 나누어부담할지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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