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을 땐 단단, 부화 땐 병아리도 깨는 달걀의 신비

조홍섭 2018. 04. 02
조회수 2559 추천수 1
달걀 껍데기 3층 나노구조, 단백질 농도 따라 강도 달라져
배아 자라면서 껍데기 칼슘 녹아 병아리 뼈 형성, 껍질 약화

GettyImages-586928968.jpg » 배아의 성장에 따라 강도가 변하는 달걀 구조의 비밀이 분자 차원에서 규명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정란의 배아가 새끼로 태어날 때까지 포유류는 뱃속에서 장기간 보호하며 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알을 낳는 파충류는 몸 밖에서 배아를 기른다. 알은 배아를 돌보는 인큐베이터 구실을 한다. 알을 통한 번식은 수억 년 전 공룡시대에 이미 진화했고, 오늘날 그 후예인 새들에 이어진다.

새의 알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 기능은 신비롭고 구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미가 알을 낳을 때, 수정란과 배아의 영양분을 담은 알 주머니는 난관을 지나면서 순식간에 단단한 탄산칼슘 껍질로 굳는다. 자연계에서 가장 빠른 광물화 과정이다. 낳은 알의 껍데기는 아주 얇지만 어미가 올라타 품어도 깨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배아가 자라 새끼가 깨어날 때쯤이면 연약한 부리의 돌기로도 깰 수 있을 만큼 약해져 있다. 알껍데기 구조의 비밀을 분자 차원에서 규명한 연구가 나왔다.

athanasiadou2HR-1.jpg » 달걀 껍데기의 나노구조. 단백질 함량에 따라 구조의 형태가 다르며 배아의 성장에 따라 달라진다. 마크 맥키 제공.

마크 맥키 캐나다 맥길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달걀 껍데기의 나노구조를 원자힘 현미경(AFM)과 엑스선 단층촬영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31일 치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디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달걀 껍데기는 95%가 탄산칼슘이고 유기물은 3.5%를 차지한다. 껍질의 무기물을 결합하는 구실을 하는 게 오스테오폰틴(OPC)이란 단백질이다. 연구자들은 껍질의 미세 구조를 조사한 결과 달걀 껍데기가 나노구조의 입자 크기가 다른 3개 층으로 이뤄졌음을 알았다. 나노구조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스테오폰틴 단백질의 농도로, 이 단백질이 많을수록 작은 나노구조가 만들어졌고 그럴수록 강도가 커졌다. 달걀의 가장 바깥 껍질은 가장 작은 입자의 나노구조로 돼 있어 가장 단단했다.

egg shell.jpg » 달걀 껍데기의 나노구조. OPN 단백질이 없는 대조군(왼쪽), 단백질이 적을 때(가운데), 많을 때. OPN 단백질이 많을수록 나노구조 입자가 작고 강도가 강해진다. 마크 맥키 제공.

흥미로운 건, 달걀 속의 배아가 자라 병아리로 성장하면서 안쪽 알껍데기의 광물질 이온이 녹아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안 껍질에서 녹은 칼슘과 인 이온이 병아리의 뼈대를 형성하는 데 쓰이며, 동시에 껍질의 강도를 약화해 병아리가 다 컸을 즈음엔 알껍데기가 쉽게 깨지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광물 결정에 오스테오폰틴 단백질을 추가해 알껍데기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맥키 교수는 이 발견이 식품 안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athanasiadou1HR-2.jpg » 달걀의 정교한 구조와 기능이 밝혀지고 있다. 이를 잘 이해하면 식품 안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크 맥키 제공.

그는 “달걀의 10∼20%가 깨지거나 금이 가 살모넬라 감염 위험이 커진다”며 “알껍데기의 나노구조가 껍질의 강도를 어떻게 높이는지 알게 되면 (오스테오폰틴 단백질을 합성하는) 산란계의 유전형질을 선택해 훨씬 껍질이 단단한 알을 생산해 식품 안전을 향상할 수 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 Athanasiadou et al, Nanostructure, osteopontin, and mechanical properties of calcitic avian eggshell, Sci. Adv. 2018;4: eaar3219.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4/3/eaar32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

    조홍섭 | 2018. 04. 25

    질병 들끓는 열대서 면역체계 유지보다 번식기 온대 이동 유리여름 철새, 온대 텃새와 비슷한 면역체계…힘든 번식기 부담 덜어해마다 때가 되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장거리 이동을 감행한다. 누, 흰긴수염고래, 도요새, 연어, 제왕나비, 된장잠자...

  • 독 가시도 모자랐나, 잭나이프 무장 물고기독 가시도 모자랐나, 잭나이프 무장 물고기

    조홍섭 | 2018. 04. 24

    쏨뱅이류에서 발견, 뺨에 숨겨두었다 유사시 펼쳐어른도 죽일 독가시에 추가, 동남아선 식용으로 인기포식자가 들끓는 바다에서 살아남는 길은 최고의 방어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바닷물고기들은 기발한 방어 무기를 잇달아 발명했...

  • 자기 배 터뜨리고 죽는 ‘자폭 개미’가 있다자기 배 터뜨리고 죽는 ‘자폭 개미’가 있다

    조홍섭 | 2018. 04. 23

    일개미는 배 수축한 뒤 독물 뿜어 적 물리치고병정개미는 마개 모양 머리로 바리케이드 친다동남아 보르네오의 열대림에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큰 나무가 서로 이어져 수관 생태계를 이룬다. 나뭇잎으로 이뤄진 이 공중 생태계의 지배자는 개미이다...

  • ‘작은 거인’ 새우 떼가 바다 뒤섞어 생태계 살려‘작은 거인’ 새우 떼가 바다 뒤섞어 생태계 살려

    조홍섭 | 2018. 04. 20

    깊은 바다 양분 끌어올려, 바람·조류와 함께 바다생태계 유지밤에 표면 상승 때 강력한 하방 제트류와 주변 소용돌이 생겨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대양은 사막과 같다. 유기물이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영양 부족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도 대양...

  • ‘초록 머리칼’ 거북은 생식기로 숨 쉰다‘초록 머리칼’ 거북은 생식기로 숨 쉰다

    조홍섭 | 2018. 04. 18

    총배설강에 아가미 기능, 3일까지 잠수호주 마리강 서식, 지구 136마리 생존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 퀸즐랜드 마리 강의 여울에는 특별한 거북이 산다. 길이 32∼42㎝의 제법 큰 이 민물 거북은 강변에 둥지를 틀고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 주로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