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새우 떼가 바다 뒤섞어 생태계 살려

조홍섭 2018. 04. 20
조회수 12591 추천수 1
깊은 바다 양분 끌어올려, 바람·조류와 함께 바다생태계 유지
밤에 표면 상승 때 강력한 하방 제트류와 주변 소용돌이 생겨

s-1.jpg » 남극크릴. 작지만 엄청난 규모의 떼를 이루어 매일 깊은 바다와 표면을 오가면서 바다를 뒤섞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깊은 바다의 영양분을 표면으로 운반하고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으로 보내는 구실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대양은 사막과 같다. 유기물이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영양 부족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도 대양에 식물플랑크톤부터 물고기와 포식자에 이르는 먹이사슬이 유지되는 이유는, 바람과 조류 등이 바다를 휘저어 바다 밑의 차고 영양분 풍부한 물이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물리적 요인으로 공급하는 영양분이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그 부족분을 채울 주인공이 작지만 큰 무리를 이루는 동물플랑크톤일 것으로 짐작해 왔다. 그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존 다비리 미국 스탠퍼드대 토목·환경공학 및 기계공학 교수 등은 과학저널 ‘네이처’ 1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작은 해양동물이 무리 지어 상승할 때 강력한 하향 제트류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남극해 등 기후적으로 중요한 바다에 크릴 등 소형 바다 생물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이들이 바닷물을 뒤섞는 광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s2.jpg » 실험 수조에서 염분 밀도 차가 있는 물을 브라인 슈림프가 헤엄칠 때 발생하는 물살의 모양. 이사벨 휴튼 제공.

연구자들은 브라인 슈림프를 수조에 넣고 빛에 따라 수직 이동을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물흐름의 변화를 분석했다. 작은 새우 한 마리는 물을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대양에 분포하는 ㎥당 1만∼7만 마리의 밀도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새우 한 마리가 수면으로 상승하기 위해 밀어내는 물살을 인접한 다른 새우가 가속하는 방식으로 무리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행동해 물을 밀어내고 주변에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마치 동계 올림픽의 매스 스타트나 사이클링 단체전과 비슷하다. 

실험 결과 바다의 밤과 같은 조명을 비췄을 때 새우떼는 초속 1m의 속도로 상승했는데, 이때 아래 방향으로 초속 1∼2m 속도의 제트류가 형성됐다. 하방 제트류와 부근의 소용돌이 때문에 바닷물이 뒤섞였다. 연구자들은 그 교반 효과가 농도 차에 의한 자연상태의 확산보다 수천 배 컸다고 밝혔다. 새우가 바닥으로 내려갈 때는 제트류가 생기지 않았다.

실제로,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자들은 캐나다 앞바다에서 측정장치를 이용해 크릴떼가 상승할 때 물의 교란이 1천∼1만배 극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2006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바닷물의 섞이는 요인은 바람과 조류가 각각 3분의 1, 나머지 3분의 1이 동물플랑크톤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s3.jpg » 브라인 슈림프가 물기둥을 상승하는 모습을 시간 지체 촬영한 모습. 이사벨 휴튼 제공.

크릴 등 동물플랑크톤은 밤이 돼 포식자가 사라지면 먹이를 찾아 바다 표면으로 올라온 뒤 이튿날 아침 수심 600m 이하로 내려간다. 매일 되풀이되는 이러한 대규모 이동과정에서 바닷물이 뒤섞이면 깊은 바닷물에 녹아있던 영양분과 미생물 등이 바다 표면으로 올라와 바다의 먹이사슬에 공급한다. 또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바다 표면의 가스가 깊은 바다 밑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크릴은 대규모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남극크릴의 경우 총 생물량은 5억t, 400조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Isabel A. Houghton et al, Vertically migrating swimmers generate aggregation-scale eddies in a stratified column, Nature, https://doi.org/10.1038/s41586-018-0044-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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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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