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모기가 피를 더 빤다

조홍섭 2018. 05. 08
조회수 6446 추천수 1
왜 빨까? “단백질 섭취 외에 ‘수분 확보’도 중요”
얼마나? “습도 20% 줄면, 모기 5배 더 덤빈다”
시사점? “모기예보제 등 방제 대책에 반영해야” 

Muhammad Mahdi Karim-Aedes_aegypti-2.jpg » 목마른 모기는 주변에 수분을 섭취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흡혈로 해결하러 든다. 건조 상태에서 흡혈 행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진 숲모기의 일종. 무하마드 마흐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산란을 앞둔 모기 암컷은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의 피를 빤다. 그러나 모기의 흡혈 이유에는 산란과 함께 목 축이기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목마른 모기가 흡혈에 나선다면 기상 조건에 따른 모기 방제도 달려져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실험실에서 모기를 연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미국 신시내티대 생물학과 연구자들은 여러 조건에서 모기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건조한 유리병에서 기르던 모기들이 실수로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모기들은 하나같이 아주 공격적이었고 사람에 덤벼들어 물려고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는 밝혔다.

ANDREW HIGLEY_UC CREATIVE SERVICES-1.jpg »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사육하는 모기들. 우연히 이 유리병에서 탈출한 모기들의 놀라운 공격성이 이번 연구의 계기가 됐다. 앤드류 히글리, 신시내티대 제공.

연구자들은 집모기, 숲모기, 얼룩날개모기를 대상으로 목마른 상태가 흡혈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방의 습도가 10% 줄어들면 모기가 숙주에 앉는 비율이 2배로 늘었고, 습도가 15∼20% 줄면 그 비율이 4∼5배로 늘었다”라고 밝혔다. 집모기의 흡혈 시도는 방의 습도가 20∼30% 줄어들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목마른 모기가 목을 축이기 위해 흡혈에 나서기 때문이었다. 보통 실험실 암모기 가운데 5∼10%가 흡혈에 나서는데, 건조 상태에서는 그 비율이 30%로 높아졌다. 그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이 있을 때는 건조한 조건에서도 흡혈에 나서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흔히 모기는 비 온 뒤 고인 물에 알을 낳을 때 사람을 물어 병을 옮기거나 성가시게 군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로 건조한 상태라고 모기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 적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감염률은 건기 동안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또 강수량은 적을수록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은 강수량과 모기 개체 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를 “강수량이 많으면 모기의 서식지인 고인 물을 쓸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처럼 건조할 때 수분을 섭취하기 위한 모기 활동이 늘어난다면,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시행하는 모기 예보제 등 모기 방제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ichard W. Hagan et al, Dehydration prompts increased activity and blood feeding by mosquitoes, Scientific Reports, (2018) 8:6804, DOI:10.1038/s41598-018-24893-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끈끈이 그물’로 상어 퇴치, 먹장어 점액 무기의 비밀‘끈끈이 그물’로 상어 퇴치, 먹장어 점액 무기의 비밀

    조홍섭 | 2019. 01. 21

    방출 직후 1만배 팽창, 실타래서 나온 실과 엉겨 포식자 질식 상어와 그루퍼 같은 대형 포식자가 먹장어를 삼키려다 끈끈이 그물에 숨이 막혀 뱉어내는 뉴질랜드 테 파파 통가레와 박물관의 유튜브 영상. 먹장어는 우리에게 ‘꼼장어’로 널리 ...

  • 가장 외로운 개구리 ‘로미오’, 10년 만에 짝 찾아가장 외로운 개구리 ‘로미오’, 10년 만에 짝 찾아

    조홍섭 | 2019. 01. 17

    멸종 앞둔 볼리비아 운무림 개구리, 발렌타인데이 기부로 ‘줄리엣’ 만나지난해 발렌타인데이 때 세계 최대 데이팅 사이트인 ‘매치’에는 이색적인 짝찾기 후보가 올랐다. 이름은 로미오, 세웬카스 개구리 종의 마지막 개체로 동족인 짝을 찾는다는...

  • 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

    조홍섭 | 2019. 01. 16

    꿀벌응애 표적은 체액 아닌 지방체…방제 방식 바뀔 듯꿀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크기 1㎜ 남짓한 진드기다. 꿀벌응애라 불리는 이 절지동물은 세계적으로 양봉산업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에도 꿀벌에 만성적으로 기생하며, 특...

  • 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

    조홍섭 | 2019. 01. 15

    먹이 부족한 혹한기 죽은 동물 사체 일상적으로 먹어평소 천적인 스라소니, 동족 토끼, 뇌조 깃털도 메뉴에‘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토끼는 풀을 먹고…’ 초식동물에 관한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다람쥐는 애벌레가 많아지는 봄이 오면 이 영...

  • 외모보다 똑똑한 게 낫다, 암컷 앵무의 ‘변심’외모보다 똑똑한 게 낫다, 암컷 앵무의 ‘변심’

    조홍섭 | 2019. 01. 14

    다윈의 ‘성 선택으로 지적 능력 진화’ 가설 직접 실험으로 입증문제풀이 능력 본 뒤 외모로 정한 선택 번복…먹이 찾는 능력과 직결찰스 다윈은 1871년 성 선택이 동물의 지적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암컷이 더 똑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