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회 사하라 넘는 장거리 이동 나비 비밀 밝혀져
북유럽서 지중해·사하라 사막 건너 열대 아프리카 왕복 1만2천㎞ 이동
날개 동위원소 분석해 확인…된장잠자리와 함께 최장거리 이동 곤충에

대양을 건너고 대륙을 넘나드는 새들이 있지만 곤충도 장거리 이동을 한다. 된장잠자리는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건너 아시아로 이동하며(▶관련 기사: 잠자리, 1만4000~1만8000㎞ 바닷길 오간다), 북아메리카에선 캐나다와 미국 동부 왕나비가 큰 무리를 지어 플로리다와 멕시코까지 이동한다.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건너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작은멋쟁이나비도 장거리 이동으로 유명하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온대와 열대지역에 분포하는 ‘세계 나비’다.
이 나비가 해마다 가을이면 큰 무리를 이뤄 유럽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열대 아프리카로 가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길을 되짚어 유럽에서 봄을 맞는지는 추정만 할 뿐 수수께끼였다. 최근 이 나비 날개의 동위원소 분석 방법을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거쳐 유럽에 도달했음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작은 나비가 해마다 1만2000㎞에 이르는 상상하기 힘든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라르드 탈라베라 스페인 생물진화연구소 연구원 등 국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1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모로코, 스페인, 이집트, 이스라엘 등에서 채집한 이 나비의 날개를 분석한 결과 열대 아프리카에서 애벌레가 부화한 개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비는 크기가 작고 개체수가 워낙 많아 새들의 이동을 확인할 때 쓰는 위치추적장치나 가락지 부착, 포획해 표지 하기 등의 방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이에 연구자들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물속의 수소 동위원소가 달라지는 사실을 이용했다. 나비 애벌레가 특정 지역의 식물을 먹으면 수분을 흡수한 식물이 그 지역 특유의 동위원소 분포를 간직한다. 따라서 유럽이나 북아프리카에서 채집한 나비 날개의 수소 동위원소를 조사하면 그 나비가 애벌레 때 어느 지역의 식물을 먹으며 자랐는지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2016년 차드 등 열대 아프리카 4개 나라의 현지조사를 통해 유럽에서 날아온 작은멋쟁이나비가 열대 아프리카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이 연구는 전 세계 차원에서 벌이는 작은멋쟁이나비 이동을 밝히는 시민참여 과학 사업의 하나로, 이 나비를 관찰한 사람은 누리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lavera, Gerard; Bataille, Clément; Benyamini, Dubi; Gascoigne-Pees, Martin; Vila, Roger (2018): "Round-trip across the Sahara: Afrotropical Painted Lady butterflies recolonize the Mediterranean in early spring". Biology Letters, Published 13 June 2018.DOI: 10.1098/rsbl.2018.027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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