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속살만 빼먹는 뱀 아세요?

조홍섭 2018. 06. 18
조회수 9240 추천수 1
아래턱 밀어넣고 굽은 이로 살 물어 끄집어 내
4종은 멸종 위기…신종 명명권 경매해 보호기금

ba1.jpg » 새로 발견된 달팽이 먹는 뱀의 일종(학명 Sibon bevridgelyi). 알레한드로 아르테아가 제공.

남아메리카 열대림에는 달팽이를 전문으로 잡아먹는 나무 뱀이 산다. 달팽이는 부드러운 속살을 단단한 껍질로 보호하지만, 이를 돌파할 수 있다면 먹이 걱정을 덜 수 있다. 지금까지 무려 70종의 작은 나무 뱀이 달팽이만을 먹는 ‘미식가’로 확인됐다. 여기에 신종 5종이 추가됐다.

알레한드로 아르테아가 미국 뉴욕시 자연사박물관 박사과정생 등 조사팀은 2013∼2017년 동안 에콰도르의 우림 3곳에 대한 일련의 탐사 끝에 3종의 새로운 달팽이 먹는 뱀을 발견했고, 이어 페루의 건조한 숲에서 2종을 추가로 확인해 공개 과학저널 ‘주키스’ 14일 치에 보고했다. 이들 신종 5종 가운데 4종은 이미 멸종위기 상태에 놓여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ba2.jpg » 달팽이를 입에 물고 있는 신종 나무 뱀의 일종(학명 Dipsas bobridgelyi). 매티스 홀랜더스 제공.

아르테아가는 “가끔 이 뱀이 달팽이를 입에 문 채 나무에 매달린 모습을 보기도 한다”고 온라인 과학 사이트인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흔히 생각하듯이 이 뱀이 달팽이 껍질에 입을 대고 알맹이를 후루룩 빨아먹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뱀은 뭉툭한 주둥이를 달팽이 집 안으로 밀어 넣고 길고 섬세한 이로 미끈거리는 속살을 확실하게 문 뒤 끄집어내는데, 몇 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ba3.jpg » 새로 발견된 달팽이 먹는 뱀의 일종(학명 Sibon bevridgelyi). 작고 독이 없는 나무 뱀이다. 알레한드로 아르테아가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신종을 발표하면서 특별한 이벤트를 벌였다. 연구자에게 있는 신종의 이름을 붙이는 권한을 경매에 부쳐 얻은 이익으로 종 보전을 위한 토지 매입에 썼다. 신종 3종에 대한 명명권은 열대림 트러스트(RT)와 저명한 조류학자이자 보전론자인 보브 리즐리에게 팔렸는데, 그 돈으로 발견된 종이 서식하지만 보호구역이 아닌 땅 72㏊를 사 보호구역에 편입하도록 했다.

ba4.jpg » 신종 달팽이 먹는 뱀의 일종(학명 Dipsas klebbai). 이미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알레한드로 아르테아가 제공.

아르테아가는 “신종의 학명은 일반인과 과학계 모두가 쓰는 이름이다. 사람들에게 종의 이름을 짓도록 하고 대신 그 종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기부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신종의 이름은 대개 발견 장소나 생물의 특징에 따라 짓지만, 최근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유명인사를 이름에 넣기도 한다(▶관련 기사: ‘버니샌더스거미’, ‘디카프리오거미’가 진짜 있다고?).

한편, 달팽이를 먹이로 삼는 이런 적응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동시에 아래턱의 구조가 달팽이를 먹기 쉽도록 바뀌면서 달팽이와 민달팽이 이외의 다른 먹이는 먹지 못하게 됐다. 일종의 전문화의 함정이다.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야에야지마 고유종인 이와사키달팽이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른쪽으로 감긴 달팽이를 전문으로 잡아먹도록 턱이 비대칭 형태로 진화했는데, 그 결과 왼쪽으로 감긴 달팽이는 잘 사냥하지 못한다.

Masaki Hoso.jpg » 일본 야에야지마 고유종인 이와사키달팽이뱀. 마사키 호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rteaga A, Salazar-Valenzuela D, Mebert K, Peñafiel N, Aguiar G, Sánchez-Nivicela JC, Pyron RA, Colston TJ, Cisneros-Heredia DF, Yánez-Muñoz MH, Venegas PJ, Guayasamin JM, Torres-Carvajal O (2018) Systematics of South American snail eating snakes (Serpentes, Dipsadini), with the description of five new species from Ecuador and Peru. ZooKeys 766: 79-147, doi: 10.3897/zookeys.766.245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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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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