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염습지의 비극, 거대 물고기와 익룡의 혈투

조홍섭 2012. 03. 20
조회수 57019 추천수 0

주둥이로 물 걸러 물고기 잡던 익룡, 거대 물고기가 덥썩…아뿔싸 삼키기엔 너무 커

익룡 날개 가죽에 이빨 걸린 고대 물고기, 결국 무산소층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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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사냥하던 익룡을 문 고대 물고기의 최후를 간직한 화석. 사진=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약 1억 5000만년 전 지금의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는 열대 바닷가의 습지였다. 긴 꼬리를 지닌 중형 익룡 람포린쿠스가 물고기 사냥에 한창이었다. 날카로운 이가 달린 주둥이를 물속에 담근 채 물 표면을 낮게 날면서 작은 물고기를 훑었다. 고요한 바닷물에 기다란 파문이 일었고 물속에 잠복하던 거대한 포식자의 주의를 끌었다.
 

고대 포식어종인 아스피도린쿠스는 본능적으로 물 표면으로 쏜살같이 헤엄쳐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먹이를 잡아챘다. 놀란 익룡이 날개를 퍼덕이며 주둥이 물고기를 물어뜯었다.
 

거대 물고기는 익룡이 삼키기에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때가 늦었다. 물고기의 촘촘한 이빨이 익룡의 질긴 가죽에 박혀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이 엉킨 채 한참이 지났다. 익룡을 문 물고기는 지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들을 기다린 것은 염습지 바닥의 무산소 층이었다. 물고기는 순식간에 질식사했고, 물고기를 문 익룡과 그것을 문 거대 물고기가 중생대 어느 한낮에 벌인 활극의 흔적은 대리암 속의 화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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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기 익룡 람포린쿠스의 상상도.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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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포식어종 아스피도린쿠스 상상도. 사진=타무라 노무, 위키미디어 코먼스.

 

에버하르트 프레이 독일 칼스루헤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최근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익룡과 고대 물고기가 함께 죽은 5개의 화석을 분석했다.
 

날개폭이 70㎝로 중형 익룡인 람포린쿠스의 뱃속에서는 다수의 물고기 잔해가 발견돼 이들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익룡 화석 하나에는 갓 잡아먹은 물고기가 머리를 앞으로 한 채 목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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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룡을 습격한 고대 물고기 화석. 사진=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길이 65㎝인 고대 물고기는 명백하게 입에 익룡의 날개를 물고 있었다. 물고기가 문 익룡의 목에 걸린 작은 물고기는 이 물고기가 익룡의 주검이 아니라 사냥 직후의 살아있는 익룡을 잡았음을 가리킨다.
 

논문은 “현재도 새나 박쥐가 상어 등 물고기의 밥이 되기도 하지만 나는 척추동물이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일은 흔치 않으며 그 장면이 화석으로 기록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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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물고기에 물린 익룡의 목에는 갓 삼킨 작은 물고기(화살표)가 화석으로 남았다. 에버하르트 프레이, <플로스 원>.


연구진은 익룡이 수면 위 5㎝ 이내의 낮은 고도로 날았으며, 따라서 기다란 꼬리가 물에 끌려 물속 포식자들의 눈길을 끌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익룡은 고대 물고기가 해부학적으로 삼킬 수 없는 “치명적 먹이”였다. 배고픈 육식어는 본능적으로 물 표면의 먹이를 낚아챘고 그것은 둘 모두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났던 것이다.
 

이 화석은 2009년 발견됐는데, 이곳의 졸른호펜 대리암은 시조새 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Frey E, Tischlinger H (2012) The Late Jurassic Pterosaur Rhamphorhynchus, a Frequent Victim of the Ganoid Fish Aspidorhynchus?

PLoS ONE 7(3): e31945. doi:10.1371/journal.pone.003194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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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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