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 피 빠는 모기 발견, 고대 모기의 습성일까

조홍섭 2018. 07. 19
조회수 8585 추천수 0
플로리다서 거머리와 지렁이만 흡혈하는 모기 첫 확인
애초 곤충 물다 환형동물 거쳐 척추동물 물게 진화했나 

m2.jpg » 흡혈동물인 거머리의 피를 빠는 모기. 미국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이 모기는 100년 이상 연구됐지만 환형동물이 숙주란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리비스 외 (2018)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제공.

암모기는 산란에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피를 빤다. 사람만 흡혈 대상으로 고집할 이유는 없다. 포유류는 조류와 함께 모기의 단골 숙주이다. 그러나 모기의 공격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뱀, 개구리, 두꺼비, 물고기에도 모기가 덤빈다. 이들이 공통점은 척추동물이라는 사실이다.

모기의 흡혈 대상에 무척추동물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모기는 흡혈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숙주의 혈액과 함께 바이러스, 원생생물 등 병원체를 옮긴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전염병 관리에 중요하다. 또 모기 흡혈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데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m1-1.jpg » 땅 표면의 지렁이를 흡혈하기 위해 모여든 모기(왼쪽)와 흡혈 장면. 리비스 외 (2018)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제공.

로런스 리비스 미국 플로리다대 동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모기(학명 Uranotaenia sapphirina)가 지렁이와 거머리 등 환형동물만 전문으로 흡혈한다는 사실을 유전자와 현장연구를 통해 밝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보고했다. 북아메리카 동부에 서식하는 이 모기는 웨스트나일 등 바이러스를 옮겨 오랫동안 연구됐으나 환형동물만을 흡혈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지렁이와 거머리는 척추동물처럼 폐쇄혈관계를 지니며 붉은 빛깔의 헤모글로빈이 있어 이를 빤 모기의 뱃속만을 보아서는 척추동물을 흡혈한 것과 구별이 어렵다.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포유류를 흡혈하는 모기가 나비 애벌레와 번데기, 매미 유충, 사마귀 등을 흡혈한다는 일화적인 보고가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척추동물을 전제로 한 검사방법으로는 숙주가 무엇인지 찾지 못하던 모기 종이 있었다”며 무척추동물이 새로운 숙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염병 관리의 사각지대가 있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포유동물을 흡혈한 거머리를 모기가 물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m3.jpg » 거머리를 흡혈하는 모기. 모기의 숙주가 이제껏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리비스 외 (2018)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제공.

이번 연구는 애초 모기가 척추동물에 앞서 무척추동물의 피를 빨기 시작했느냐는 흡혈의 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모기는 새와 포유류가 진화하면서 함께 분화했지만, 사실 고대 모기는 이들보다 3000만∼4000만년 전에 지구에 출현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따라서 애초 고대 모기는 개방혈관계를 지닌 곤충의 체액을 빨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흡혈은 진화적으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숙주를 찾아내고 흡혈할 때 숙주의 지혈과 면역 반응을 이겨내는 교묘한 적응이 필수적이다. 숙주가 온혈동물이라면 모기는 과열 대책도 세워야 한다(▶굶주린 모기, 피로 열 식힌다). 따라서 환형 동물은 단순한 개방혈관계의 곤충에서 좀 더 복잡한 폐쇄혈관계의 척추동물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의 숙주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제시했다.

m4.jpg » 거머리 흡혈 모기와 가까운 다른 모기는 개구리를 전문으로 흡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비스 외 (2018)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제공.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환형동물을 흡혈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과 같은 속의 모기(학명 Uranotaenia lowii )는 전적으로 개구리와 두꺼비만 흡혈했다. 따라서 양서류를 숙주로 삼다 같은 서식지에서 쉽게 마주치는 환형동물을 흡혈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wrence E. Reeves et al, Identification of Uranotaenia sapphirina as a specialist of annelids broadens known mosquito host use patterns, Communications Biology, volume 1, Article number: 92 (2018) , DOI: 10.1038/s42003-018-0096-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조홍섭 | 2018. 10. 12

    펭귄, 다랑어, 뱀장어, 해삼…다양한 포식자가 먹어칼로리 낮지만 쉽게 잡고 소화 잘돼…’보릿고개’ 식량보름달물해파리만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민은 ‘바다는 비어가고 해파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고 한탄한다. 남획과 수질오염 등으로 물...

  • 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고래처럼 턱 부풀려 사냥하는 심해 ‘풍선장어’

    조홍섭 | 2018. 10. 11

    아래턱에 펠리컨 닮은 자루 풍선처럼 부풀려 사냥태평양과 대서양서 잇따라 살아있는 모습 촬영 성공온대와 열대바다에서 가끔 어선에 잡히는 풍선장어는 수수께끼의 심해어이다. 75㎝ 길이의 몸은 길쭉한 뱀장어이지만 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 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멸종 위기 수원청개구리, 5곳서 ‘지역 절종’ 사태

    조홍섭 | 2018. 10. 11

    이대 팀, 3년 간 첫 전국조사 결과북부와 남부 서식지 분단, 멸종 재촉전국서 울음 확인 2510마리뿐, “논 지켜야”우리나라에는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흔한 청개구리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며 낮 동안 ...

  •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조홍섭 | 2018. 10. 02

    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

  • 기후변화로 단풍시기 점점 늦어진다기후변화로 단풍시기 점점 늦어진다

    이은주 | 2018. 10. 02

    기온 1도 상승에 단풍나무 4일, 은행나무 6일 늦어져8~10월 기온이 단풍시기 결정…올 단풍 늦어질 듯올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될까? 빨라질까 늦어질까? 10월을&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