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알 맡길 상대를 어떻게 고를까

조홍섭 2018. 07. 23
조회수 6165 추천수 1
각인된 어미 새와 낯익은 둥지 어느 쪽을 찾을까 오랜 논란
중국서 현장 연구 결과 ‘뻐꾸기는 숙주 어미를 기억한다’ 결론

512-1.jpg » 뻐꾸기의 탁란 기생을 당한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에 벌레를 먹이고 있다. 이 뻐꾸기는 나중에 숙주의 서식지가 아닌 숙주의 종류를 기억해 탁란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많은 새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기르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를 회피하면서 자손을 퍼뜨리는 기생이 남의 둥지에 알을 맡겨 기르게 하는 탁란이다. 뻐꾸기는 개개비나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데, 일찍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숙주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다. 숙주는 제 새끼를 모두 죽인 저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온갖 힘을 기울여 기른다. 자식을 죽이면서 적을 기르는 이중의 타격을 피하기 위해 숙주와 뻐꾸기 사이에 벌어지는 ‘진화 군비경쟁’은 오늘도 치열하다(▶관련 기사: 뻐꾸기와 뱁새는 오늘도 ‘진화의 군비경쟁’ 중).

새들이 둥지를 틀 때 적절한 장소를 골라야 하는 것처럼 뻐꾸기가 탁란할 때도 적절한 숙주를 골라야 한다. 뻐꾸기가 어떻게 숙주를 고르는가는 오랜 수수께끼여서 논란이 거듭되는 주제이다. 뻐꾸기는 제 손으로 새끼를 기르지 않기 때문에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처음 보는 것은 숙주 어미 새와 둥지이다. 그렇다면 다 자란 뻐꾸기가 알을 맡길 상대를 고를 때 어린 시절 각인된 어미 새를 찾아가는지, 아니면 낯익은 서식지를 찾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Cuculus_canorus_vogelartinfo_chris_romeiks_CHR0791_cropped-2.jpg » 한 번도 어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숙주와 그 둥지만을 기억하는 뻐꾸기는 어떻게 탁란 대상을 찾을까. 주위를 살피는 뻐꾸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뻐꾸기 새끼의 발에 가락지 표지를 달아 추적하면 답을 알 수 있다. 만일 각인된 숙주를 찾는 것이 맞는다면 해마다 같은 종의 둥지에 탁란할 것이고, 서식지 중심으로 숙주를 찾는다면 그 서식지에 사는 여러 종의 새에 기생할 것이다. 그러나 야생에서 이런 실험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에서 번식하는 뻐꾸기는 아프리카까지 가 겨울을 나며 이 과정에서 사망률이 매우 높다(▶관련 기사: 올여름 뻐꾸기, 지금 강남 아닌 아프리카에 있다).

중국 연구자들이 어느 가설이 맞는지 야생에서 실험할 기막힌 조건을 찾아냈다. 양 칸차오 중국 하이난 사범대 생태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에 서식하는 딱새와 파랑딱새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11년간 연구했다. 두 종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전통가옥의 틈새에 이끼를 이용해 위가 열린 컵 모양의 둥지를 지어 번식한다. 두 새의 둥지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딱새는 알에 민감해서 뻐꾸기의 알을 보면 골라낸다. 대조적으로 파랑딱새는 자기 둥지에 남이 어떤 알을 낳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새끼에게 딱딱한 키틴질 곤충을 먹인다. 뻐꾸기 새끼는 이 먹이로 살아남지 못한다. 파랑딱새는 뻐꾸기 탁란에 적응해 이런 대응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

c1-1.jpg » 뻐꾸기가 숙주를 기억한다면 파랑딱새의 둥지에는 탁란하지 않을 것이다. 딱딱한 먹이 때문에 파랑딱새 둥지에서는 뻐꾸기 새끼가 살아남지 못하고 당연히 숙주인 파랑딱새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오른쪽). 서식지를 기억한다면 뻐꾸기는 탁란한 새끼가 죽더라도 계속 파랑딱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기생의 덫’에 걸릴 것이다(왼쪽). 연구 결과는 숙주 기억으로 나타났다. 양 칸차오 외(2018) ‘행동 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제공.

딱새와 파랑딱새, 뻐꾸기가 사는 지역에서, 만일 서식지 각인이 맞는다면 파랑딱새의 둥지에도 뻐꾸기가 알을 맡길 것이다. 반대로 숙주 각인이 맞는다면, 파랑딱새의 둥지에서 살아남는 뻐꾸기가 없을 테니 파랑딱새를 기억하는 뻐꾸기도 없을 것이고 당연히 파랑딱새에는 탁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 관찰 결과는 두 번째 추론을 가리켰다. 딱새의 둥지에서 뻐꾸기의 탁란율은 16.2%였지만 파랑딱새에서는 0%였다. 연구자들은 “뻐꾸기가 알을 맡길 상대를 고르는 방법은 둥지의 위치가 아니라 숙주의 종류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행동 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8일 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nchao Yang et al, Do cuckoos imprint on hosts, micro-habitats, or nest sites? Parasitism preferences in the common cuckoo (Cuculus canorus),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2018) 72:126, https://doi.org/10.1007/s00265-018-254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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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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