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기 좋은 투명 방음벽, 새들에게는 ‘죽음의 유리벽’

조홍섭 2018.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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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국도 4호선 도롯가 살펴보니
어치, 청딱따구리, 솔부엉이…
‘새들의 무덤'이 되어 있었다

지난해부터 국립생태원 실태 조사 중
“최근 설치된 투명 방음벽이 문제
고속도로만 30㎞, 서울만 67㎞
충돌방지 테이프 붙이고, 법 고쳐야”


k1.jpg »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이 지난 2일 충남 서천에서 논산·부여를 잇는 국도 4호선에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청딱따구리 사체를 들고 있다.

2일 투명 방음벽의 새 충돌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과 함께 충남 서천∼논산·부여를 잇는 국도 4호선을 찾았다. 최근 확·포장해 미관이 좋은 투명 방음벽을 많이 설치한 도로이다. 곧 죽은 새 한 마리를 방음벽 아래에서 찾았다. 광택이 있는 하늘색 깃털에 줄무늬가 난 어치였다. 이어 청딱따구리 수컷이 붉은 깃털이 달린 머리를 도로 쪽으로 향한 채 죽어 있었다. 되지빠귀, 솔부엉이, 참새, 물까치, 꿩 등의 주검을 방음벽 아래 풀 속에서 잇달아 찾았다. 

 “이해가 안 가죠? 그냥 넘어 날아가면 될 것 같은데…” 김 부장이 말했다. “하지만 새들에게 투명한 유리는 텅 빈 공간일 뿐입니다. 새들은 앞에 나무가 있다고 꼭대기를 넘지 않아요. 나뭇가지 사이로 날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본능입니다. 육상선수가 허들을 높이뛰기 선수처럼 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k2.jpg » 국도 5호선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되지빠귀. 방음벽 유리 넘어 파란 하늘이 고스란히 보인다.

―어떤 새들이 주로 충돌 피해를 보나요.

“멧비둘기와 직박구리는 인가 근처에 많이 사는 데다 속도가 빨라 가장 큰 피해를 보지요. 낮고 빠르게 나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물총새에도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느리게 나는 꿩도 비껴가지 못합니다. 참새처럼 흔한 새뿐 아니라 새매나 황조롱이 같은 멸종위기종도 희생되죠.”

―방음벽에 뿌옇게 충돌 흔적이 남았네요.

“모르고 유리문을 들이받아 본 사람은 알 거예요. 게다가 멧비둘기는 시속 60∼70㎞로 날기 때문에 충격이 엄청납니다. 깃털을 다듬는 기름이 충돌로 튀어 유리판에 날개 무늬 도장을 찍습니다. 느린 새도 치명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새는 비행을 위해 뼛속에 빈 공간이 많도록 진화했습니다. 창에 부닥치면 두개골에 치명상을 입고 심한 골절이 일어납니다.”

k3.jpg » 투명 방음벽과 충돌해 죽은 청딱따구리 수컷. 새가 유리에 부닥치면 흔히 알려져 있듯이 목이 부러져서가 아니라 머리에 치명상을 입어 죽는다.

―새는 시력이 좋은데도 장애물을 피하지 못합니까.

“대부분의 새는 눈이 얼굴 앞이 아니라 양쪽 옆에 달렸습니다. 포식자를 빨리 포착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을 갖는 것이 유리하죠. 앞보다 옆과 뒤를 더 잘 볼 수 있는 구조이죠. 우리가 한 눈으로 앞을 볼 때 원근감을 잘 못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유리에 묻은 먼지나 주변 사물을 통해 식별하지만 새들은 투명한 유리를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흔히 사람에 의한 대표적인 야생동물 피해는 유리창보다는 차량 충돌(로드킬)로 알고 있는데요.

“사람들은 로드킬을 직접 겪지 않아도 심각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집집마다, 공공과 상업건물, 도로의 투명 방음벽에서 끊임없이 새들이 죽어가지만 잘 눈에 안 띕니다. 풀숲에 묻히고 포식자나 길고양이, 청소동물이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십억 마리, 미국에서만 3억5000만∼9억9000만 마리가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부닥쳐 죽는다고 추산합니다. 야생조류가 없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파괴이지만 그다음으로 유리창 충돌과 길고양이 포식이 꼽힙니다.”

k4.jpg » 국립생태원 에코 케어 센터에는 새의 유리창 충돌의 실태와 대응책을 알기 쉽게 전시돼 있다. 김영준 부장이 2일 센터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피해가 어느 정도입니까.

“국립생태원에서 지난해부터 올 10월을 목표로 전국 규모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전국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류의 유리 충돌 조사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근무할 때 조류의 30%는 충돌로 들어오더군요.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너무 둔감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태원에 와 보니 친환경 건축물로 인증을 받은 건물에서 새들이 충돌해 죽는 사고가 여러 건 보고되더라고요. 유리창에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붙이고 주차장 유리에 줄을 늘어뜨리는 등 작업을 직원들과 함께했습니다. 덕분에 새가 충돌하는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요. 이런 실천이 계기가 돼서 환경부의 연구용역을 하게 된 겁니다.”

k5.jpg » 김영준 부장이 직원들과 직접 만든 주차장 유리창의 조류 충돌방지 줄. 재료비로 6만원가량이 들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나요.

“대전∼당진 고속도로의 대전 유성구 반석동 지점의 방음벽은 일반적인 도시 외곽의 아파트 단지 주변인데 지난해 11월부터 235일 동안 열흘 간격으로 조사했습니다. 높이 12m의 투명 방음벽이 110m와 120m 길이로 있는데, 멸종위기종인 긴꼬리딱새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포함해 29종 148마리의 조류 사체를 확인했습니다. 조사 중간에 사라진 사체를 고려하면 연간 500마리 가까운 새들이 이곳에서 죽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국적으로는 상당한 수가 되겠네요.

“정확한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략 1000만∼2000만 마리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전국에 건물이 710만 채 있는데, 미국 연구에서 가정한 연간 건물당 1마리 폐사를 적용해도 710만 마리가 됩니다. 여기에 북미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투명 방음벽 문제가 있습니다.”

―건물 유리창과 방음벽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새에 피해를 많이 끼칩니까.

“건물이 워낙 많으니 다섯 배쯤 비중이 크다고 봅니다. 투명 방음벽 자체가 경관과 소음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진 1990년대 말부터 설치됐으니까요.”

―전국에 투명 방음벽이 얼마나 설치됐나요.

“고속도로에만 30㎞ 길이인데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국도의 투명 방음벽은 지자체가 설치해 정확한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는 서울의 자동차 전용도로에만 67.7㎞가 있다고 돼 있어 규모를 짐작할 뿐입니다. 방음벽은 양쪽에서 새가 충돌하기 때문에 유리창보다 위험이 곱절입니다.”

―조류의 유리창 충돌 문제 연구의 선구자인 다니엘 클렘 미국 물렌버그대 교수는 미국에서 창과 부닥쳐 죽는 새를 줄잡아 연간 1억 마리로 치더라도 1989년 알래스카에서 좌초해 10만∼30만 마리의 바닷새를 죽게 한 엑손 발데스호 기름유출 사고가 해마다 333번 일어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유가 가능합니까.

“유리창 충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아직 쉽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유리창 충돌로 천만 마리 수준으로 죽고 있다면, 환경부가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를 벌여 해마다 약 150만 마리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겨울철 조류 센서스는 습지 중심으로 선형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산새까지 조사하는 건 아닙니다. 또 여름 철새는 대체로 체구가 작고 여름에는 새끼들이 많이 태어납니다. 큰고니 한 마리는 작은 여름 철새 500마리 무게입니다. 겨울 철새에 비해 여름 철새의 수가 매우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도요새 등 경유하는 새들도 많아 전국에 얼마나 많은 새가 있는지 알기 힘듭니다.”

k6.jpg »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건물의 대형 유리창에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부착한 모습. 이후 조류 충돌 사고가 사라졌다.

―맹금류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맹금류가 잡아먹는 새가 많이 줄어들었으니 유리창 충돌로 많이 죽더라도 생태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반대로 묻고 싶네요. 맹금류는 왜 줄었나요. 방사했다 죽은 수리부엉이를 해부해 보면 위에서 딱정벌레가 나옵니다. 먹을 게 없다는 얘기지요. 맹금류가 줄어든 건 천만 마리의 먹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처음엔 충돌이 잦다가도 새들도 익숙해지면 피해가 줄지 않을까요.

“그런 외국 연구도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를 보면 다 자란 텃새도 꾸준히 죽습니다. 텃새라면 학습능력이 있어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물까치가 그런 예입니다.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은 바다에 버려진 어구가 ‘유령 그물’이 돼 계속 물고기를 죽이는 것처럼 도시 주변의 새들을 삼키는 블랙홀입니다.”

k7.jpg » 호랑거미는 새들이 거미줄을 뚫고 날아가 손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미줄에 흰 줄무늬를 만든다. 유리창에 새 충돌을 막기 위해 각종 무늬를 넣는 것도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다.

―새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까.

“우선 기존 건물의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을 새의 눈에 띄도록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생태원 건물과 주차장에 해 놓은 것처럼 유리에 자외선을 반사하는 불투명 테이프를 붙이면 됩니다. 흔히 하듯이 매 모양 스티커를 한두장 붙여서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붙이더라도 훨씬 촘촘해야 합니다. 새들은 폭 10㎝, 높이 5㎝ 미만의 공간은 통과하지 않습니다. 쉽게 아크릴 물감을 붓으로 점찍는 방법도 있지요. 줄을 늘어뜨리거나 자외선 차단 시트지를 붙이는 것도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관련 기사: 당신도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 대책은 새 충돌을 막도록 도로와 시설, 건축 관련 법을 고치는 것입니다. 소음 및 진동에 관한 법률에서 방음시설 규격을 바꾸는 등 여러 법률이 관련돼 있어요.”

―문제가 해결되려면 오랜 시일이 걸리겠네요.

“20∼30년은 걸리겠지요. 그 많은 기존 주택과 방음벽의 유리를 바꾸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시민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군요.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페이스북에 알렸는데 참여자가 1200명 이상으로 오르지 않더라고요. 페북은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곳인데 제가 계속 불편한 이야기를 했나 봐요.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너무 휘발성이 강해요. 마치 달려가는 차에서 담벼락에 낙서하는 꼴이라고 할까요.”

―시민 참여를 위해 무슨 시도를 하시나요.

“두 달 전부터 네이처링을 통해 시민들이 유리창 충돌 조류의 발견 지점 등의 정보를 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거죠. 우리 주변에서 충돌 사고가 얼마나 흔하게 벌어지는지 깨달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외국처럼 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k8.jpg » 야생동물 수의사 김영준 부장은 야생동물에 관심 있는 젊은이에게 “현장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의사로서 야생동물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야생동물에 관심 있는 수의사는 많이 있습니다. 저는 단지 생태와 수의학을 결합하고 현장을 중시하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동물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야 제대로 진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장에서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일하다 보면 동물보호 또는 보전에 대한 생각도 많겠습니다.

“저는 보호보다 보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이용도 고려합니다. 무조건적인 동물보호론자는 아닙니다.”

―요즘 동물에 관심이 높아 이 분야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조언한다면.

“인터넷에 너무 빠져서 그런지 고민의 깊이가 너무 얕습니다. 야생동물을 좋아한다면 야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전문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현장이 먼저입니다.”

서천/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녹취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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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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