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정년보장 ‘벌목 노동자’ 코끼리는 행복할까

조홍섭 2018. 08. 10
조회수 13038 추천수 0
미얀마 국영 벌목장 5천마리 ‘노동’…절반은 야생 포획
수명 3~7년 짧아…포획 부상·트라우마·가족단절 원인

e1.jpg » 미얀마 국영 벌목장에서 원목 나르는 일을 하는 아시아코끼리. 어릴 때 붙잡힐 당시 트라우마가 오랫동안 지속돼 수명을 단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르피 룸마 제공

멸종위기에 놓인 아시아코끼리의 최대 서식지는 인도이고 그다음이 미얀마이다. 다른 멸종위기 대형 포유류처럼 아시아코끼리의 3분의 1은 동물원 등 인위 시설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사람이 기르는 가장 큰 아시아코끼리 집단은 유럽의 동물원이 아닌 미얀마에 산다.

미얀마의 국영 벌목장에서 5000여 마리의 아시아코끼리는 중장비가 들어가기 힘든 산악지역에서 티크 원목 등을 나른다. 수 세기 동안 이런 일을 하면서 벌목장 코끼리는 국가로부터 정식 노동자 대접을 받는다. 핀란드 투르쿠대 등 유럽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는 ‘미얀마 벌목 코끼리 프로젝트’ 자료를 보면, 이들 코끼리는 몬순과 비교적 선선한 계절인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루 5시간만 일한다. 법정 공휴일엔 쉬고 출산휴가를 보장받는다. 국가가 파견한 수의사들이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55살 은퇴 이후에도 건강을 돌본다.

e2.jpg » 미얀마는 세계 티크 원목의 75%를 수출한다. 그 절반은 코끼리의 힘으로 운반한다. 비르피 룸마 제공

벌목장 코끼리는 반 자연 상태로 운영된다. 일이 끝난 코끼리는 부근 숲으로 이동해 자유롭게 먹이활동을 한다. 다른 일터의 코끼리와 만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무엇보다 야생 코끼리 수컷과 만나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는 자동으로 벌목 노동자가 된다. 모든 코끼리에는 고유번호가 매겨지고 평생 관리된다. 새끼를 낳은 어미는 1년간 ‘출산 휴가’를 얻어 쉬고 새끼가 따라다니는 4년 동안은 가벼운 일만 한다. 새끼는 5살부터 17살까지 훈련과 가벼운 일을 한 뒤 18살부터 본격적인 ‘벌목 노동자’가 된다.

벌목장은 동물원에 비하면 코끼리에게 훨씬 자연에 가깝다. 유아사망률을 비교하면 동물원이 벌목장보다 곱절이다. 코끼리의 수명 중간값도 미얀마 벌목장이 41.7년인데 견줘 동물원은 18.9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도의 사회성 동물인 코끼리는 범고래 등과 마찬가지로 동물원에서 기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동물원에서 코끼리는 번식이 힘들뿐더러 어렵게 태어난 새끼도 한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30%에 가깝다. 사산이 많고 무슨 이유에선지 부모에 의한 유아살해가 흔하다. 로스 클럽 영국 왕립 동물 학대 방지협회(RSPCA) 연구원 등은 동물원 코끼리의 수명 단축 현상을 연구한 2008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기르는 건 그들의 삶을 심각하게 손상한다. 어릴 때 경험, 동물원 간 이동, 어미와 이별 등이 스트레스와 비만을 초래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벌목장이 아시아코끼리의 천국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자연적인 출산은 사망률을 따라잡지 못한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야생에서 새끼를 포획해 온다. 그 비율이 절반쯤 된다. 이처럼 야생 출신과 벌목장 출신이 같은 먹이와 운동을 하고, 장기간의 개체별 기록이 남아있는 미얀마 코끼리 벌목장의 드문 조건을 이용해 코끼리 야생 포획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르카 라덴페라 핀란드 투르쿠대 동물학자 등 핀란드와 독일 연구자들은 1951∼2000년 동안 야생에서 포획한 코끼리 2071마리와 1925∼1999년 동안 벌목장에서 태어난 코끼리 3078마리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7일 치에 보고했다. 연구결과 야생에서 포획한 개체의 사망률은 모든 연령층에서 벌목장에서 태어난 개체보다 높았다. 수명의 중간값은 야생에서 온 집단이 벌목장 출생 집단보다 3∼7년 짧았다. 포획 당시 나이가 많을수록, 또 포획 첫해에 사망률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포획 과정의 부상과 트라우마, 이후 거친 길들이기 과정 등이 야생 포획 개체의 사망률을 높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야간에 풀어놓을 때 멀리 도망치지 못하도록 두 발을 쇠사슬로 묶는 관행도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불렀을 것으로 분석했다.

e4.jpg » 벌목장 코끼리는 하루 5시간 노동이 끝나면 숲으로 가 자유롭게 먹이를 먹고 다른 코끼리와 교류한다. 그러나 두 발은 쇠사슬로 묶인다. 비르피 룸마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원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도 야생 코끼리를 포획하는 것이 문제임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비르피 룸마 투르쿠대 교수는 “야생에서 코끼리를 잡아 포획한 집단을 유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롭다. 왜냐하면 그것이 멸종위기인 야생집단을 줄일 뿐 아니라 포획한 집단을 지탱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라덴페라는 “현재 동물원 아시아코끼리의 60% 이상은 야생에서 포획한 개체로 충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rkka Lahdenperä et al, Differences in age-specific mortality between wild-caught and captive-born Asian elephants, Nature Communications, (2018) 9:3023, DOI: 10.1038/s41467-018-05515-8 
Ros Clubb et al, Compromised Survivorship in Zoo Elephants, Science, VOL 322 12 DECEMBER 2008, DOI: 10.1126/science.116429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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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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