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도 얼굴 붉혀 감정 표현한다

조홍섭 2018. 08. 23
조회수 3621 추천수 1
사육사 눈 맞추고 접근하면 재빨리 홍조, 어떤 감정 상태인지는 불명
앵무는 주관적 느낌을 표정으로 표현, 동물복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y1.jpg » 감정 상태에 따라 피부가 홍조를 띠는 청머코앵무(왼쪽). 눈동자 주변이 드러난 피부이다. 아리엘 베로우드 제공.

앵무새는 영장류 못지않은 지적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관련 기사: 새 대가리? 까마귀는 7살, 앵무새는 3살 아이 지능 드러나). 여기 한 가지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앵무새가 얼굴색을 변화시켜 감정 표현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린 베르탱 프랑스 투르대 연구원 등 프랑스 연구자들은 야생에서 포획돼 동물원 조련사가 길들인 청머코앵무 5마리를 대상으로 이 새들이 표정을 통해 시각적 소통을 하는지 조사했다. 청머코앵무는 정수리와 목 뒤를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데다 뺨에는 호랑이 줄무늬가 난 깃털이 나 있고, 눈동자 주변에는 흰 맨살이 드러나 있어 표정의 변화를 살펴보기에 적당하다.

y2.jpg »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청머코앵무의 머리. 다양하고 화려한 깃털과 드러난 피부도 있어 표정 변화를 알기 쉽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놀랍게도 이 앵무는 조련사가 돌아서 있을 때보다 다가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는 등 친밀하게 접근할 때 머리 깃털을 세우고 드러난 뺨의 피부를 재빨리 붉게 물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헤모글로빈에 의한 급격한 얼굴의 색깔 변화는 새에서는 처음 밝혀진 일”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얼굴의 혈관이 확장해 붉히는 것은 사람만의 독특한 행동인데,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앵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 상태에서 얼굴을 붉히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 책임자인 베르탱은 “얼굴 붉히기는 인간 만의 특징이 아닐 수도 있다. 청머코앵무의 깃털 없이 드러난 피부의 색깔은 감정과 관련된 상황에서 급격히 색깔이 바뀐다. 이 앵무의 얼굴은 매우 복잡한데, 깃털의 모양과 색깔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 같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청머코앵무의 얼굴은 다양한 색깔의 깃털과 드러난 피부를 통해 영장류 못지않은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개코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얼굴의 다양한 색깔과 형태로 사회적·성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y3.jpg » 얼굴 붉히기와 함께 머리 깃털을 세우는 것과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 왼쪽은 정수리깃, 오른쪽은 목뒤깃, 아래가 깃을 세운 상태이다. 아리엘 베로우드 제공.

조련사와 어울릴 때 앵무는 얼굴 붉히기와 함께 정수리 깃털을 세우는 행동을 자주 했다. 목 뒤 깃털을 세우는 행동도 조련사와 친밀하게 지낼 때 잦았다. 연구자들은 머리의 깃털을 세우는 행동은 낮은 흥분도와 긍정적 사회관계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베르탱은 “이 연구는 적은 수의 앵무를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앵무가 내면의 주관적 느낌을 표정으로 드러낸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 새의 복지를 향상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 22일 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rtin A, Beraud A, Lansade L, Blache M-C, Diot A, Mulot B, et al. (2018) Facial display and blushing: Means of visual communication in blue-

and-yellow macaws (Ara Ararauna)? PLoS ONE 13 (8): e020176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순한 청소동물’ 독수리는 왜 동료를 잡아먹었나‘순한 청소동물’ 독수리는 왜 동료를 잡아먹었나

    조홍섭 | 2018. 09. 20

    해남 금호호서 동종포식 장면 직접 목격, 환경생태학회 보고먹이 부족 추정되나 일반화는 곤란…먹이 주기 의존 대규모 월동 문제지난해 1월 17일 오후 3시께 강승구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전남 해남군 금호호 주변에서 겨울 철새를 조사하고 있었...

  • 근육 녹인 수분으로 알 낳는 건조지대 비단뱀근육 녹인 수분으로 알 낳는 건조지대 비단뱀

    조홍섭 | 2018. 09. 19

    새끼가 우기 태어나려면 건기 임신 불가피, 알 70%는 수분지방보다 근육에 수분 5배 포함…번식에 근육 분해 첫 사례. 자식 위해 모든 걸 다 하는 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자식이 최적 조건일 때 태어나도록 최악...

  • 뇌 없는 식물서 신경계 비슷한 방어 시스템 확인뇌 없는 식물서 신경계 비슷한 방어 시스템 확인

    조홍섭 | 2018. 09. 16

    동물 흔한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가 칼슘이온 흐름 촉발초속 1밀리 속도로 신호 전달, 수분 뒤 먼 잎에 방어물질 생산식물은 다리가 없어 천적이 공격해도 도망칠 수 없다. 그러나 애벌레가 잎을 맛있게 물어뜯으면 곧 그 사실을 식물의 멀리...

  • 한·일 ‘벚꽃 원조’ 논란 끝? 제주 왕벚나무 ‘탄생의 비밀’ 확인한·일 ‘벚꽃 원조’ 논란 끝? 제주 왕벚나무 ‘탄생의 비밀’ 확인

    조홍섭 | 2018. 09. 14

    국립수목원 제주·일 왕벚나무 게놈 분석 결과 “유전적 교류 없었다”제주 왕벚나무는 올벚나무와 벚나무 1세대 잡종으로 탄생 확인프랑스인 신부 타케가 제주도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한 것은 일본강점기 직전인 1908년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1962년 식...

  • 7천m 심해 꼼치 건져 올렸더니 스르르 녹았다7천m 심해 꼼치 건져 올렸더니 스르르 녹았다

    조홍섭 | 2018. 09. 13

    700기압 초고압 흐늘흐늘한 몸 적응, 최상위 포식자로마리아나 이어 아타카마 해구 심해서도 물고기 확인영국 뉴캐슬대 등 국제 연구팀은 5년 전부터 새로 고안한 ‘심해 착륙선’ 시스템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밑 생물을 조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