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은 박쥐 회피 위해 진화했다

조홍섭 2018. 08. 24
조회수 3096 추천수 1
반딧불과 느린 비행으로 박쥐에게 ‘위험한 먹이’ 경고
박쥐 출현 이후 발광 진화, “박쥐가 반딧불이 발명했다”

ff1.jpg » 배에서 빛을 내는 북아메리카 반딧불이. 발광으로 박쥐를 회피한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스티픈 마셜 박사 제공.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발광은 짝을 찾는 사랑의 신호이다. 그러나 애초 발광이 출현한 까닭은 한밤의 포식자인 박쥐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왔다. 반딧불은 남아메리카 열대림의 독개구리처럼 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경계 신호라는 얘기다.

브라이언 리벨 미국 보이스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 2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북아메리카 반딧불이와 갈색 박쥐(우리나라의 문둥이박쥐와 같은 속)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북아메리카 반딧불이는 박쥐 등 포식자가 먹기에 맛이 없을뿐더러 독이 있어 자칫 삼켰다간 1시간 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맛 없는 먹이를 박쥐는 어떻게 알까.

ff2.jpg » 반딧불이 회피 실험을 한 북아메리카 갈색 박쥐. 우리나라 문둥이박쥐와 가깝다. 앤 프로샤우어,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제공.

연구자들은 먼저 캄캄한 실험실에서 박쥐 3마리 앞에 반딧불이를 날려 보았다. 박쥐는 한 번도 반딧불이를 접해보지 않은 개체였다. 박쥐는 날아오른 반딧불이를 공중에서 포획했지만 곧 뱉어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박쥐는 반딧불이를 기피하는 것을 배웠다. 반딧불이와 함께 날린 다른 딱정벌레는 날리는 족족 잡아먹었다. 

이번에는 반딧불이의 발광기관에 두텁게 페인트를 칠해 빛을 내지 못하게 한 뒤 날렸다. 박쥐 한 마리는 발광하지 않는 반딧불이를 대조군인 일반 딱정벌레와 마찬가지로 포획했다. 반딧불이의 시각적 신호가 포식자에 단서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의 박쥐는 빛을 내지 않는 반딧불이를 여전히 기피했다. 이 박쥐는 시각 이외에 무슨 정보를 얻는 걸까.

연구자들은 박쥐가 밤중에 비행하고 사냥할 때 쓰는 초음파 음향 정보에 주목했다. 반딧불이는 다른 딱정벌레와 다른 방식으로 날았다. 독성물질을 보유해서인지 반딧불이는 느리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태연하게 비행했다. 박쥐는 반사한 초음파를 통해 먹이의 크기, 형태, 재질 등을 알아낸다. 박쥐는 먹이를 붙잡기 직전 초음파를 빠르게 발사하는데, 반딧불이임을 알아챈 며칠 뒤에는 아예 초음파를 내지 않았다.

ff3.jpg » 반딧불이는 느리고 예측가능한 비행을 함으로써 유독 곤충임을 표시한다. 스티픈 마셜 박사 제공.

연구자들은 “박쥐가 맛이 없는 먹이인 반딧불이를 피하기 위해 시각 또는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를 이용하며, 두 가지 정보를 통합할 때 더 빨리 회피법을 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불나방 같은 다른 야행성 곤충도 비슷한 방어술을 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반딧불이의 발광이 이런 포식자 회피를 위해 기원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반딧불이의 조상 종들은 애벌레 때만 발광을 하고 성체는 발광 대신 페로몬 분비를 통해 짝짓기한다. 연구자들은 낮에 활동하던 반딧불이가 야행성으로 바뀌면서 당시 새롭게 등장한 포식자인 박쥐에 대응하기 위해 발광을 진화시켰을 것으로 보았다.

ff4.jpg » 박쥐의 초음파를 들으면 자신이 만든 초음파를 발사해 혼선을 일으키는 불나방. 시각적 방어에 치중하던 곤충은 청각을 무기로 내세운 박쥐의 등장으로 큰 위기에 빠졌고 진화적 대응을 서둘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반딧불이 성체의 발광은 여러 종 사이에서 6번이나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반딧불이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7500만년 전이고 박쥐는 6500만년 전에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반딧불이의 계통분화 시기가 정확히 밝혀진다면 발광이 박쥐가 출현하면서 나타났으며, 결국 박쥐가 반딧불이를 발명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박쥐 생태 연구자인 김선숙 국립생태원 박사는 “우리나라 박쥐와 반딧불이 사이에 이런 포식자-피식자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ian C. Leavell et al, Fireflies thwart bat attack with multisensory warnings, Science Advances, 2018;4: eaat66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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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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