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새 재앙인가

조홍섭 2018. 10. 19
조회수 22825 추천수 1
푸에르토리코 열대림 40년 새 최고 99% 줄어
독일서도 27년 간 75%↓…생태계서비스 위협

ㅑ1.jpg » 열대우림의 대벌레. 곤충의 종다양성에 더해 생물량 자체의 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가 ‘제6의 대멸종’을 맞고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코뿔소나 자이언트판다 같은 크고 카리스마 있는 포유류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세계의 생물종 가운데 포유류는 5% 이하일 뿐이고 곤충과 거미 등 절지동물은 70% 이상이다. 하찮고 성가시기만 한 벌레가 실은 생태계의 기초를 이룬다.

곤충은 종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양도 풍부하다. 그런데 멸종과 별개로 곤충의 양 자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곤충의 양을 장기간 측정한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곤충 없는 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구 생태계 먹이그물이 토대부터 흔들린다는 경고가 나온다.

View_direction_Dos_Picachos_from_El_Pico_in_El_Yunque_National_Forest.JPG » 곤충의 장기연구가 이뤄진 푸에르토리코의 엘 융케 국유림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자는 푸에르토리코의 잘 보전된 열대림에서 1970년대부터 곤충을 연구해 왔다. 그는 1976∼1977년 이 원시림에서 곤충과 이를 먹는 새·개구리·도마뱀을 조사했다. 그는 2012∼2013년 멕시코 공동연구자와 함께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아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다.

연구자들이 16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힌 결과는 충격적이다. 포충망을 휘둘러 잡은 곤충과 거미의 마른 중량은 1977년과 2013년 사이 4분의 1∼8분의 1로 줄었다. 끈끈이를 숲 바닥과 중간에 설치해 포획한 곤충의 양은 30분의 1∼60분의 1로 감소했다. 약 40년 사이 최고 99%의 곤충이 사라진 셈이다. 줄어든 절지동물에는 나방, 나비, 메뚜기, 거미 등 가장 흔한 10종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182819.jpeg » 곤충의 주 포식자인 아놀리스 도마뱀도 곤충 격감과 함께 30% 이상 줄었다. PNAS 제공.

곤충과 거미의 감소는 이들을 주 먹이로 삼는 척추동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나무 열매나 씨앗을 먹는 새는 그대로였지만 벌레를 먹는 새는 90%가 줄었다. 벌레를 먹는 도마뱀도 30% 이상 감소했다. 개구리의 양도 곤두박질쳤다.

연구가 이뤄진 루킬로 숲은 1930년대부터 철저히 보전돼 사람에 의한 교란이 거의 없는 곳이다. 또 1970년대부터 푸에르토리코의 농약 사용량은 농업 축소와 함께 80% 줄었다. 그렇다면 왜 이 천연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Common_Coquí.jpg » 곤충 포식자인 코키개구리 역시 격감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숲의 온도는 평균 2도 상승했다. 우리의 연구는 이런 기후 온난화가 숲 먹이그물의 붕괴를 일으킨 원동력임을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온도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열대림에서 기온 상승은 생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들은 “기후 온난화가 절지동물의 감소를 초래했고, 이는 다시 곤충을 먹는 동물의 감소를 부르는 고전적인 상향식 파급효과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장기연구에서 곤충의 격감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열대 아메리카 이외에 유럽 온대림의 보호구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지난해 10월 보고됐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1989∼2016년 사이 독일의 보호구역 63곳에 설치한 표준화한 곤충 포획장치에 얼마나 많은 나는 곤충이 잡히는지를 비교해 분석했다. 놀랍게도 곤충의 양은  27년 동안 75%나 줄었다. 그러나 유럽 연구자들은 곤충 감소의 원인이 기후변화나 토지 이용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는 집약농업과 토지가 쉴 틈을 주지 않는 농사법의 변화가 곤충 격감을 초래했다고 보았다.

i2.jpg » 곤충 양의 변화를 장기 측정해 온 독일 보호구역(위)과 채집 시설의 모습.

원인이 어쨌든 곤충의 감소는 곤충이 자연에서 공짜로 해 주던 생태계 서비스, 곧 꽃가루받이, 다른 동물(사람을 포함해)의 먹이원, 병해충의 포식자, 죽은 동물의 청소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세계 농작물의 35%와 야생식물의 80%는 꽃가루받이를 곤충에 의존한다. 곤충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규모는 미국만 해도 연간 570억 달러에 이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adford C. Lister and Andres Garcia, Climate-driven declines in arthropod abundance restructure a rainforest food web, PNAS,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722477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

    조홍섭 | 2018. 11. 16

    기후변화 위협 실험으로 증명…후대까지 영향 나타나도시 대기오염도 곤충 생장 억제, 식물 방어물질 증가기후변화로 폭염 사태가 세계적으로 잦아지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물량이 줄어드는지는...

  •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조홍섭 | 2018. 11. 15

    핵심 서식지 사할린 북동부에 대형 정치망 400틀 설치전체 200마리 “위험 매우 커”…19%가 한번 이상 그물 걸려 귀신고래는 이름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고래다. 무엇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조홍섭 | 2018. 11. 13

    한국 등 동아시아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 성체 156마리 남아유일 번식지 양쯔강 서식지 감소·수온 상승…“10∼20년 안 멸종”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민물고기는 잉어나 메기가 아니라 철갑상어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이 ...

  •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조홍섭 | 2018. 11. 12

    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 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 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

    조홍섭 | 2018. 11. 09

    단어 1천개 이상 구분하는 ‘천재’ 개도개 두뇌 연구 결과 단어 처리 뇌 영역 확인‘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