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모래섬에 둥지 튼 바닷새, 쇠제비갈매기

조홍섭 2018. 10. 25
조회수 26464 추천수 0
파괴된 낙동강 하구 떠나 2006년부터 정착, 올해 60쌍 번식
낯선 환경에 수리부엉이와 폭우 위협, 외래종 빙어가 주 먹이

l1.jpg » 안동호 모래섬에서 번식에 성공한 쇠제비갈매기. 가을이면 월동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서해안 시화호나 유부도, 남해안 낙동강 하구 등의 모래밭에서 주로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가 10여년째 담수호에 자리잡고 새끼를 길러내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를 막은 경북 안동시 안동호에서는 올해도 쇠제비갈매기 60여쌍이 번식에 성공했다. 바닷가나 강하구 모래밭에서 작은 물고기를 사냥해 새끼를 기르는 이 바닷새는 왜 담수호로 번식지를 옮겼을까.

지난 1년 동안 이 번식지를 취재해 온 신동만 ‘한국방송’ 프로듀서(조류생태학 박사)는 “낙동강 하구의 대규모 서식지가 망가지면서 갈 데가 없어진 쇠제비갈매기가 이곳에서 새로운 번식지를 찾은 것 같다”며 “환경과 먹이원이 전혀 다른 곳에서 번식에 성공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l2.jpg » 쇠제비갈매기의 번식지가 된 안동호의 ‘쌍둥이 모래섬’. 방송 취재진의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쇠제비갈매기의 새 번식지는 안동호 안에 형성된 약 2000㎡ 면적의 자그마한 모래섬 두 곳이다. 이곳은 먹이를 확보하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낙동강 하구에서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쇠제비갈매기의 번식을 조사한 홍순복 경성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 등은 ‘생명과학지’에 실린 논문에서 “쇠제비갈매기는 물과 가까운 건조한 모래 위에 둥지를 만들고 산란하기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새끼에게 먹이를 쉽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l3.jpg » 쇠제비갈매기는 새끼에게 줄 먹이 확보와 천적 회피를 위해 물에서 가까운 마른 모래밭에 둥지를 튼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물가 번식지는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는 수위가 높아질 때 둥지가 범람하는 것이고, 다음은 연결된 육지를 따라 들고양이, 대륙족제비, 개, 쥐 등 천적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안동호의 번식지는 호수 속 모래톱이어서 육지로부터 다가오는 천적은 차단된 이점이 있다. 그러나 여건은 괜찮을까.

한국방송 취재진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원격 조정 무인카메라를 활용했다. 번식이 시작되기 전 모래섬에 설치한 카메라 3대는 24시간 동안 새들을 교란하지 않고도 와이파이로 350m 떨어진 호숫가 취재진에게 새들의 행동을 낱낱이 전달했다. 취재진이 한정호 국립중앙과학관 박사와 함께 분석한 결과 쇠제비갈매기의 먹이는 뜻밖에 이곳의 자생 어종이 아닌 빙어였다. 먹이 가운데 빙어의 비중은 83%에 이르렀다.

l4-1.jpg » 새끼에게 어미가 빙어를 먹이고 있다. 애초 기수역에 사는 빙어는 수산자원을 확보한다며 국내 여러 호수에 풀어놓았다. 다른 물고기가 활동하지 않는 겨울과 이른봄 호수 표면에 나와 인근 하천 하류에서 번식한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찬물을 좋아하는 이 물고기는 겨우내 호숫가에 나와 번식을 하다 수온이 높아지면 호수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쇠제비갈매기가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4∼7월 사이에도 이 새가 다이빙해서 사냥할 수 있는 호수 표층에 머물까. 신 박사는 “빙어는 수온이 20∼21도까지 올라가도 표층에 머무는데 번식기 수온은 20∼25도 사이”라고 말했다. 수온이 더 올라 빙어가 사라지기 직전 쇠제비갈매기는 아슬아슬하게 새끼를 먹일 수 있었다.

안동호의 빙어는 외래종이다. 40여년 전 어획을 위해 인공방류한 것이다. 애초 기수역에 살던 빙어는 깊은 담수호에 적응해 번성했고, 이제 바닷가 서식지를 잃은 바닷새에 삶터를 제공한 셈이다.

l5.jpg » 집단번식지 안에서 쇠제비갈매기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그러나 호수 속 섬이라고 안전하지만은 않았다. 고양이나 쥐 같은 포식자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안동호에는 수리부엉이, 참매, 왜가리, 수달 같은 다른 포식자가 산다. 게다가 수리부엉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야행성 천적이다.

천적보다 무서운 건 장마철 폭우다. 물가의 둥지는 불어난 물에 잠겼고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쇠제비갈매기는 두려움과 체온 저하로 죽음의 경계에 놓인다.

l6.jpg » 폭우로 안동호의 수위가 오르자 물가 쇠제비갈매기 둥지가 잠겨 새끼의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범람은 이 새 번식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번식에 성공한 쇠제비갈매기는 지금쯤 월동지인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신 박사는 “안동호에는 2006년부터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내년에도 번식을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다”며 “담수호 환경에서의 번식이 정상은 아니어서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쇠제비갈매기는 세계적으로 3개 아종이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온대에서 남아프리카·호주의 열대·아열대로 장거리 이동을 한다. 개체수는 7만∼10만 마리로 멸종위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식지 감소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한때 3000여 쌍이 번식하다 지난해 200여쌍으로 급감한 낙동강 하구에서는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주도로 복원사업이 추진 중이며, 안동시는 이 번식지를 관광 자원화할 예정이다.

l7.jpg » 폭우로 둥지를 잃은 쇠제비갈매기가 이웃 둥지의 새끼를 납치하고 있다. 불안정한 서식지 상황이 빚어낸 이상 행동이다. 신동만 피디,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은 25일 밤 10시 KBS 스페셜에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비밀’을 방영할 예정이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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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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