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칵테일 효과’, 중복 노출이 위해성 증폭

이동수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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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작용으로 개별 화학물질 안전해도 단순 합산 이상 위해도 끼칠 수도

일회용 기저귀·생리대 당국 발표도 종합 위해도 아냐…일부·개별 물질만 평가


한눈에.jpg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문헌 1) 중의 그림 변경

#1 아메트린(ametryn) #2 아트라톤(atraton) #3 아트라진(atrazine) #4 시아나진(cyanazine) #5 데스메트린(desmetryn) #6 디메타메트림(dimethametryn) #7 디프로페트린(dipropetryn) #8 메토프로트린(methoprotryn) #9 프로메톤(prometon) #10 프로메트린(prometryn) #11 프로파진(propazine) #12 세뷰틸라진(sebuthylazine)  #13 섹뷰메톤(secbumeton) #14 시마진(simazine) #15 시메트린(simetryn) #16 터뷰메톤(terbumeton) #17 터뷰틸라진(terbuthylazine) #18 터뷰트린(terbutryn)


기본적으로 어느 화학물질의 위해도는 그 물질에 노출되는 수준과 독성의 곱에 비례 한다(위해도 = 노출수준 x 독성). 즉, 독성이 비교적 약해도 많은 양에 노출이 되면 문제가 되지만 반대로 아무리 독성이 강해도 노출되지 않으면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많은 수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쉬운 예로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 제품은 물론 담배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만도 백여 종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 정확한 숫자도 모르고 개별 물질별로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물질별 독성도 일부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노출되는 그 많은 화학물질의 개별적 위해도에 대해서도 매우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05644803_P_0.JPG »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그 개별 또는 종합적 유해성은 알기 힘들다.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2016년 9월 한 치약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물질에 동시에 노출되는 경우 그 물질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 위해도가 변할 수 있는데(칵테일 효과), 그 중 특히 독성의 상승작용이 일어나 개별물질들의 독성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 1이 그런 경우를 잘 보여준다. 이 연구1)에서는 18개의 농약물질(s-triazine)이 수생생물인 조류에 끼치는 영향의 심각성이 물질 당 1.0의 수준으로 실험 조건을 만든 뒤 같은 조건에서 18개를 섞은 혼합물의 영향을 관찰했다. 18개 물질의 개별 영향은 각 1.0이므로 18개 혼합물의 영향의 합은 얼핏 18.0이 될 것 같은데 실제 관찰된 영향은 그보다 훨씬 큰 47.1이었다. 


현재 화학물질의 규제는 기본적으로 물질 하나하나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매우 많은 수의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동시 노출되고 있는 우리는 현재의 법에 의해 적절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05834302_P_0.JPG »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 참가자들이 출범식을 마친 뒤 안전한 생리대를 향한 바람을 담아 ''독성생리대 퇴출 한가위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러한 사례는 최근의 일회용 기저귀 혹은 생리대에 대한 식약처의 평가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중의 제품에서 여러 종류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이 알려져 건강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져 왔다. 그러자 식약처에서는 몇몇 제품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여종의 함량을 분석하고 그에 기초하여 위해도 평가를 했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이는 이 결과에 따르면 개별 물질 하나하나의 위해도는 걱정할 만한 수준을 훨씬 밑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기관에 의한 좀 다른 위해도 평가결과도 있긴 하지만, 식약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여러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아직 분석되지 않은 다른 화학물질들이 제품 속에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에 의한 유해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다행이 식약처가 추가 분석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결과를 내기 이전에 먼저 함유된 여러 주요 유해물질을 빠뜨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저귀나 생리대 속의 화학물질은 그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서도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이런 경우 몸 안의 모든 경로별 노출량을 더한 위해도(aggregate risk)를 물질별로 평가해야 한다. 이때 기저귀나 생리대의 착용으로 인해 추가되는 노출량 때문에 허용수준을 초과하게 된다면 이 제품들로 인한 노출에 대해서 그저 안심할 일은 아니다. 


셋째, 위해도 평가에서 고려되는 독성 혹은 질병의 종류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생리통이 훨씬 줄어든다는 경험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통증에 대한 위해도 평가는 없다. 설혹 생리통이 무슨 심각한 질병의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서 위해도 평가에서는 빠진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일회용 생리대에 의한 고통이 증가되고 그것이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물질들의 개별적 위해도도 중요한 관심사임에는 틀림없으나, 개별적으로는 낮아도 여러 물질들에 대해 동시에 노출됐을 때의 종합적인 위해도(cumulative risk)는 어떨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식약처는 제한된 수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위해도 평가결과만 발표 했을 뿐이다.


05965790_P_0.JPG »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세계 월경의 날'인 5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인권'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한 생리대 제조기준 마련과 규제 강화 등을 촉구하며 대형 생리대 모형에서 인체 유해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세계 월경의 날'은 여성들이 평균 5일 동안 28일 주기로 월경을 한다는 뜻에서 지난 2014년 5월28일 독일의 한 비영리 재단이 처음 시작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물론 이는 단지 기저귀나 생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소비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최소한 수백 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사람의 혈액 혹은 태반 중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합성화학물질만 해도 수십 종에서 이백여 종을 넘는다는 조사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2)


이 마지막 의문의 중요성은 사실 예전부터 인식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과학계가 노력해 왔으나 아직도 현실에서 실용적인 관리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유럽연합이나 미국도 화학물질의 규제를 위한 제도에 이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 이 의문에 속시원한 대답을 얻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걱정과 궁금증을 부분적으로 풀기 위해서라도 현재까지 알려진 소위 칵테일효과를 알아 두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단, 이 내용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잠정적인 것임을 일러둔다.


●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화학물질의 칵테일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다. 


● 질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동일한 화학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 개별 물질의 농도를 독성을 반영하여 먼저 합산하고 합산된 농도를 이용하여 위해도를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개별적인 농도가 낮더라도 합산된 농도가 특정 수준을 넘으면 당연히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 사람이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조합은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다룰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특히 우려할 만한 화학물질의 조합을 일단 주목하여 걸러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일단 칵테일 효과를 고려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혼합물 중 여러 물질 각각이 무 영향 수준에 약간 못 미쳤거나 혹은 그 이상의 농도일 때, 처음부터 여러 화학물질의 혼합물로 제품이 소비될 때, 많은 인구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때, 잔류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섞여 있을 때, 그리고 발암물질처럼 아무리 낮아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 섞여 있을 때 등이다.


● 현재 칵테일 효과를 평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물질에 대해 동시노출이 일어나는지, 그 노출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더불어 독성발현 메커니즘이 잘 알려져 있는 화학물질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도적으로 여러 화학물질의 동시노출에 의한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에 매일 노출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잘 모르며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도 아주 제한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좀 더 확실한 과학적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사실 화학물질로 인해 어떤 환경이나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고 과학이 바로 우리에게 명료한 답을 준 적은 거의 없다. 언제나 십년 이상, 이삼십년은 기다려야 하며 그것도 답의 일부분만을 내놓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러니 이 일도 어찌 보면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노력하고 있듯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우리도 이를 고려할 방법을 결정해서 화학물질의 관리와 규제를 위한 제도에 속히 반영해야 한다.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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