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왜 제 거미줄에 안 걸리나, 파브르도 몰랐다

조홍섭 2012. 03. 31
조회수 41142 추천수 1

파브르의 '기름 분비' 설명 100년 유지…'설마 대가가 틀렸을까'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가늘고 억센 털과 조심스런 발놀림 때문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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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거미의 일종이 오른쪽 뒷다리를 끈적끈적한 거미줄에서 떼어내고 있다. 거미줄 하나를 치려면 이런 동작을 수백, 수천번 반복해야 한다. 사진=프랭크 스타머,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의 행동 가운데는 너무나 당연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물론 아이들은 달라서 곧잘 왜냐고 묻는다. 이를테면 거미는 왜 제가 친 거미줄에 걸리지 않을까, 고래도 잠수병에 걸리나 등이 그렇다.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해 오면 갑자기 말문이 막히거나 엉터리 답변을 하게 된다. 뻔한 질문이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거미줄에 관해 처음으로 해답을 제시한 이는 장 앙리 파브르였다. 꼭 100년 전 파브르는 <거미의 삶>이란 책에서 거미가 제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까닭은 입에 달려 있는 분비샘에서 접착을 방지하는 기름을 분비하는데, 이것을 다리에 묻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가의 이런 설명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재현해 보려는 시도는 한 세기가 지나도록 거의 없었다. 요즘도 이렇게 적혀 있는 어린이 과학책이 적지 않다.
 

1990년대에 와서야 기름을 분비하는 게 아니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거미줄에는 끈끈이가 없는 세로줄(원형 거미줄에서 중앙을 가로지르는 직선들)과 들러붙는 가로줄(세로줄 사이를 연결하는 원형 줄)이 있는데 거미는 들러붙지 않는 줄만을 딛고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코스타리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과학자들은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한 면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파브르는 물론 최근의 연구 결과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거미는 완성된 거미줄에서는 끈끈하지 않은 줄을 따라다니지만 새로 거미줄을 치거나 먹이를 잡을 때는 끈끈이를 피할 수 없다. 거미줄을 하나 칠 때 거미는 1000~1500번이나 끈끈한 줄을 딛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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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거미 일종의 다리 확대 사진. 가늘고 억센 강모가 빽빽하게 나 있다. 끈끈한 거미줄을 400번 반복해 묻힌 모양(오른쪽). 강모에 가지가 나 있어 점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준다. 사진=R. 브리세뇨 등, <나투르비센샤프텐>.

 

그러면서 거미줄에 들러붙지 않는 비결은 무엇보다 발에 빽빽하게 난 가늘고 빳빳한 강모(센 털)라는 털 덕분이다. 강모는 점액과 마찰 면적을 최소한으로 줄여 끈끈이가 다리에 묻는 것을 막아 주는데, 강모에는 기발하게도 털 중간에 가지가 나 있어 점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도록 돼 있다.
 

이런 장치 이외에도 거미는 강모에 붙은 끈끈이가 떨어지도록 거미줄에서 발을 조심스럽게 빼는가 하면, 몸 표면에는 점착을 막는 화학물질 층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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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를 잠수하는 향고래. 잠수병과 무관하지 않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다음은 고래 문제. 고래는 물속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심해에 대왕오징어를 잡으러 가는 향고래는 잠수의 챔피언이다. 보통 400m 깊이에서 35분쯤 머물지만 맘먹고 잠수하면 수심 3000m에서 한 시간 반을 보낸다.
 

그런 향고래도 잠수병을 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 든 향고래의 뼈에서 잠수병에 걸린 사람의 골격에서 보는 손상이 밝혀진 것이다. 오래 잠수한 향고래의 조직엔 위험한 수준의 질소 기포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무언가의 이유로 고래의 조절능력이 흔들리면 금세 한계 상황을 넘어선다.
 

향고래 다음으로 심해 잠수의 명수인 부리고래가 해군 군사훈련 해역에서 잇따라 좌초해 떼죽음한 것은 그런 예이다. 해저 소나 때문에 균형을 잃어 잠수병에 걸린 것이 좌초의 원인이었다. 사람이 일으키는 소음과 그물 등이 고래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언제라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잠수하고 나온 사람이 몸에 이상을 느끼면 감압실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무언가에 놀라 갑자기 방향을 잃은 고래가 얕은 물에 갇히거나 해변에 좌초했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R. D. Briceño &W. G. Eberhard
Spiders avoid sticking to their webs: clever leg movements,
branched drip-tip setae, and anti-adhesive surfaces
Naturwissenschaften
DOI 10.1007/s00114-012-0901-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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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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