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고래를 탐사한다…위성 식별 성공

조홍섭 2018. 11. 07
조회수 8188 추천수 0
영국 남극조사대 대형고래 4종 식별 성공…지느러미까지 확인
해상도 31㎝ 수준…접근 힘든 곳 적은 비용 조사 가능·보전 기여

wh1.jpg » 620㎞ 상공의 인공위성이 찍은 지중해 참고래의 모습. 오른쪽에 선박이 보인다. 디지털글로브 제공.

바다에 어떤 종류의 고래가 얼마나 많은지 조사할 때 흔히 ‘목시 조사’를 한다. 조사 해역을 지그재그 형태로 운항하면서 배 위에서 고래를 눈으로 관찰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개체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고래가 먹이 사냥을 위해 장시간 잠수하거나 밤중, 나쁜 기상 때 고래를 파악할 수 없고 개인차가 있는 등 한계가 많지만, 국제포경위원회(IWC)의 표준적인 고래 조사방법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이런 조사를 늘 할 수도 없고, 선박이나 항공기가 접근하기 힘든 외딴 바다나 광활한 대양에도 고래가 서식한다. 특히 대형 수염고래는 14종 중 9종이 국제적 멸종위기에 놓여있어 이들을 보호하려면 어디에 얼마나 많은 개체수가 분포하는지 알아야 선박과의 충돌 등 인위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

wh3.jpg »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 27일 동해안에서 목시조사 중 발견한 향고래의 꼬리지느러미. 고래연구센터 제공.

북한 핵시설 감시 등 군사적 목적에 주로 쓰이던 초고해상도(VHR) 인공위성 사진이 획기적인 대형고래 조사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대(British Antarctic Survey)는 미국 기업 디지털글로브가 운영하는 620㎞ 상공의 인공위성 월드뷰-3 영상을 이용해 대형고래 4종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해양 포유류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주 저자인 한나 큐베인스 남극조사대 및 케임브리지대 생태학자는 “여태까지 위성으로 촬영한 고래 영상 가운데 가장 자세한 것을 얻었다. 해상도를 30㎝ 수준으로 높였더니 처음으로 고래의 개체 식별이 가능한 가슴과 꼬리지느러미의 형태가 드러났다”고 남극조사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위성사진의 흑백 해상도는 31㎝로 비군사 용도 위성사진으로는 가장 해상도가 높다. 컬러 사진의 해상도는 1.24m였다. 이는 가로·세로 31㎝ 크기가 하나의 점으로 표시된다는 뜻으로, 길이가 10∼33m에 이르는 대형고래의 윤곽을 세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준이다.

wh2.jpg » 초고해상도 위성사진에 찍힌 멕시코 연안의 귀신고래. 지느러미 형태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디지털글로브 제공.

연구자들은 이 위성사진을 판독해 북 지중해 참고래, 하와이 혹등고래, 아르헨티나 남방긴수염고래, 멕시코 귀신고래 등 4종의 대형고래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사진에서 고래를 판독하는 일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조사한 고래 가운데 참고래와 귀신고래는 몸 색깔이 바다와 대조를 이루고 바다 표면과 평행하게 수영하는 습성이 있어 식별이 쉬웠다. 반면 혹등고래는 너무 자주 물 밖으로 뛰어올라 첨벙거리는 바람에 윤곽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위성영상에서 자동으로 고래를 식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wh4.jpg » 물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 이런 행동 때문에 위성사진으로 윤곽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휘트 웰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극조사대는 이전에도 위성사진으로 남극의 펭귄과 앨버트로스(대형 바닷새)를 조사한 일이 있다. 그러나 펭귄은 개별 개체가 아닌 서식지의 크기를 바탕으로 개체수를 추정했고, 앨버트로스는 워낙 번식지가 한정돼 있다.

큐베인스는 “고래는 모든 바다에 산다. 그러나 많은 곳이 전통적인 고래 조사 방법인 선박이나 항공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런 외딴곳과 접근이 힘든 곳을 직접 여행하지 않고 고래를 조사할 수 있는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은 고래 보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nnah C. Cubaynes et al, Whales from space: four mysticete species described using new VHR satellite imagery, Marine Mammal Science,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mms.125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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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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