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조홍섭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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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 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
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

d1.jpg » 넒적부리도요 어린 새끼. 다음 세대는 아마도 이 새를 가장 최근에 멸종한 새로 도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벨 톰코비치 제공.

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 북극 해안에서 번식한 뒤 우리나라 서해 등 동북아를 거쳐 동남아와 서남아까지 8000㎞ 거리를 봄·가을에 주파하는 장거리 이동의 달인이기도 하다. 

조그만 몸집에 주걱 모양의 부리를 한 이 희귀한 도요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급’종으로 분류했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15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관련 기사: 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 이 새를 비롯해 북극에서 번식하는 도요·물떼새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앞으로 그런 추세가 가속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d3.jpg » 도요·물떼새는 북극의 해안 바닥에 둥지를 튼다. 식생 변화나 포식자 밀도의 변화로 둥지 파괴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보호색을 띤 물떼새 일종의 알과 새끼.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보이테흐 쿠벨카 체코 프라하대 조류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70년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에서 그동안 출판 또는 미출판된 도요·물떼새 111종의 둥지 3만8191개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 지역에서 둥지의 알이나 새끼가 포식자에 잡아먹히는 비율은 지난 70년 동안 세 배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를 포괄하는 온대 북부지역에서의 포식률은 두 배로 늘어났다. 남반구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현재 북극 지역의 도요·물떼새 알 가운데 70%가 파괴되고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d2.jpg » 날개를 다친 척하는 행동으로 천적을 둥지에서 멀리 유인하는 물떼새 어미.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연구진의 로버트 프렉클턴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북극 지역의 둥지 손실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두드러지게 늘었다”며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마도 매우 복잡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런 변화를 이끈 요인은 기후 변화로 보인다”라고 영국 바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북극은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곳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특히 위협적인 것은 이 집단의 많은 종이 (다른 이유로) 어쨌든 줄어드는 상황이고, 또 북극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번식지로 오랫동안 의지해 온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도요·물떼새가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수천㎞나 떨어진 북극까지 날아가 번식하는 이유는 그곳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종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알과 새끼를 잘 길러내야 한다. 열대 지역에는 알과 새끼를 노리는 포식자가 많고, 이를 견디기 위해 이 지역 새들은 오래 살고 번식 기간도 길다.

그런데 북극의 이런 생태적 이점은 역전됐다. 새들의 둥지 포식률이 열대보다 온대, 온대보다 북극이 더 높은 현상이 빚어졌다. 연구자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더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게 됐다”며 이를 “생태학적 덫”이라고 불렀다. 물새들이 힘들여 위험을 자초하는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d4.jpg » 기후변화로 눈이 적게 내리면서 레밍 등 설치류가 급감하자 여우는 해안 도요·물떼새 둥지를 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파벨 톰코비치 제공.

그렇다면 북극의 둥지 포식률은 왜 높아졌을까.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로 북극 먹이그물의 토대인 레밍 등 설치류가 급감한 것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 적설량 감소와 온도 불안정이 설치류 집단의 붕괴를 불렀다. 레밍을 사냥하지 못한 여우 등 포식자는 물새의 알과 새끼로 눈을 돌렸다. 이 밖에 여우 밀도의 증가, 여우 행동의 변화, 식생 변화로 인한 새들의 번식지 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기후 변화는 새들의 도래 시기와 먹이 곤충이 급증하는 시기가 어긋나게 하고 어미 새의 이동 성공률을 떨어뜨린다. 대규모 간척 등 서식지 파괴와 월동지에서의 밀렵은 어미 새를 위협한다. 결국 어미와 새끼 모두가 이중의 타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경고한다.

북극 번식지의 넓적부리도요.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연구에 참여한 타마스 세켈리 영국 바스대 교수는 “새끼들이 더는 태어나지 못한다면 급박하게 멸종위험에 놓인 넓적부리도요 같은 종에게 이제 희망은 없다”며 “지구는 복잡한 생태계로 이뤄진 취약한 행성이어서, 먹이와 포식자 사이의 상호 관계가 변하면 먹이그물의 파급효과를 통해 수천㎞ 떨어진 곳의 많은 생물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ojtěch Kubelka et al, Global pattern of nest predation is disrupted by climate change in shorebirds, Science, Vol 362 Issue 6415,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t869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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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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