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

조홍섭 2018. 11. 16
조회수 5650 추천수 0
기후변화 위협 실험으로 증명…후대까지 영향 나타나
도시 대기오염도 곤충 생장 억제, 식물 방어물질 증가

b1.jpg » 세계적인 저장 곡물 해충인 거짓쌀도둑거저리의 짝짓기 모습. 열파에 노출된 수컷과 그 자손의 번식력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튜 게이지, 이스트 앵글리아대 제공.

기후변화로 폭염 사태가 세계적으로 잦아지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물량이 줄어드는지는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딱정벌레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한 가지 유력한 원인이 밝혀졌다. 열파에 노출된 수컷의 정자 수와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며, 잇따라 노출되면 번식능력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매튜 게이지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교수 등 연구진은 세계적인 저장 곡물 해충인 거짓쌀도둑거저리를 폭염에 노출하는 실험을 통해 생식 행동과 정자 기능, 자식의 번식능력 등을 알아본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Tribolium_castaneum.jpg »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짓쌀도둑거저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이 딱정벌레는 35도가 적정 온도인데, 연구자들은 그보다 5도, 7도 높은 상태에서 5일 동안 지내게 하면서 조사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열파)을 “5일 연속 최고기온이 평년값보다 5도 이상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열파 속에서도 딱정벌레의 짝짓기 행동 빈도는 별로 줄지 않았다. 그러나 짝짓기는 번식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열파에 노출된 곤충과 짝짓기한 암컷이 낳은 알은 3분의 1이 줄었다. 게다가 그 가운데 40%만 부화했다.

연구자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정자의 기능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폭염에 시달린 수컷의 정자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적정 온도보다 7도 높은 42도를 겪은 수컷의 정자 수는 그렇지 않은 곤충보다 75%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정자에는 손상된 정자 세포로 이뤄진 찌꺼기가 잔뜩 들러붙어 있었다. 살아있는 정자는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당연히 정자의 이동능력도 떨어져 암컷의 정자 저장소까지 이동한 정자는 3분의 2가 줄었다.

주 저자인 크리스 세일스 이 대학 연구원은 “무엇보다 걱정되는 실험 결과는 열파가 후손에 끼치는 영향과 잇달아 열파에 노출된 수컷의 영향”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10일 간격으로 열파를 맞은 수컷의 번식 성공률은 1% 이내로 사실상 생식능력을 잃었다”며 “자연계에서 폭염 사태가 흔히 여러 번 벌어지는데 수컷의 생식능력이 이에 적응하지도 회복하지도 못한다면 집단의 존속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열파를 겪은 수컷의 자손은 비교 집단에 견줘 수명은 20%, 번식력은 25% 낮았다. 연구자들은 그 원인을 열파로 인해 정자의 디엔에이(DNA)가 조각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b3.jpg » 풍뎅이과의 꽃무지. 딱정벌레는 지구에서 밝혀진 전체 생물종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일스는 “딱정벌레는 지구의 알려진 생물 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에 생물 종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미 기존 연구에서 열 충격이 온혈동물 수컷의 생식능력을 손상하고 포유류에 불임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컷 생쥐를 32도에 24시간 노출하면 생식능력이 75%까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처럼 포유류 수컷의 생식능력은 열에 민감해 포유류는 고환을 체온보다 2∼8도 낮게 유지하도록 몸에서 떨어진 곳에 보관하는 등 적응해 왔다.

b4.jpg » 대표적인 도시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를 흡수한 나뭇잎은 더 많은 독성물질을 만들어 내고, 이를 먹은 애벌레는 성장이 느려지는 피해를 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편, 도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열파에 더해 대기오염이 곤충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튜어트 캠벨 영국 셰필드대 생물학자 등은 대도시에 고농도로 나타나는 이산화질소가 식물과 곤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서 밝혔다. 이산화질소를 흡수한 식물은 스트레스에 방어하기 위해 잎에서 질소가 많이 든 독성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먹은 곤충 애벌레의 성장이 현저히 억제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캠벨은 “이산화질소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이지만 곤충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곤충은 식물을 먹어 그 양분을 땅에 돌려주고 그 자신은 다시 먹이가 되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ris Sales et al, Experimental heatwaves compromise sperm function and cause transgenerational damage in a model insect, Nature Communications, (2018) 9:4771, DOI: 10.1038/s41467-018-07273-z

Stuart A. Campbell & Dena M. Vallano, Plant defences mediate interactions between herbivory and the direct foliar uptake of atmospheric reactive nitrogen, Nature Communications, (2018) 9:4743, DOI: 10.1038/s41467-018-07134-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

    조홍섭 | 2018. 12. 12

    대형 초식동물 접근하면 80%가 ‘점프’로 먹힐 위험 피해새끼는 걸음 빠른 성체 등에 업혀 숙주식물로 돌아가진딧물이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피해 잎이나 줄기 건너편으로 걸어 피하거나 아예 땅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 ‘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

    조홍섭 | 2018. 12. 11

    보르네오 개구리 수컷, 알 지키고 올챙이 업어 웅덩이 정착까지 ‘책임’ ‘성 역할 역전’…여러 암컷이 수컷 확보 경쟁, 암컷이 더 자주 울기도동물계에는 수컷이 ‘좋은 아빠’이자 ‘충직한 남편’ 노릇을 하는 종이 여럿 있다. 해마는 대...

  • 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

    조홍섭 | 2018. 12. 07

    수온 10도 상승, 신진대사 빨라지는데 산소농도는 낮아져 떼죽음적도보다 고위도 지역 멸종률 커…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커니즘적도 바다의 수온이 10도나 높아졌다. 바닷속의 산소농도는 80%나 줄었다. 삼엽충 등 바다 생물들은 숨을 헐떡이며 ...

  • 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

    조홍섭 | 2018. 12. 06

    피부 화석 정밀분석 결과 지방층·색소 분자 확인깊고 찬물서 사냥, 태생…피부는 고래처럼 매끈원시 포유류 일부는 육지를 버리고 바다로 가 돌고래로 진화했다. 포유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충류의 조상 중 일부가 바...

  • 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

    조홍섭 | 2018. 12. 04

    낚시·그물·함정 등 어구는 감지·인식·학습 불허하는 ‘슈퍼 포식자’진화시킨 포식자 회피법 무력화…“물고기가 회피·학습하는 어업 필요”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물고기를 주요 식량으로 삼았다. 수 오코너 오스트레일리아 고고학자 등은 2011년 동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