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혀의 비밀…속이 빈 돌기로 털 깊숙이 침 발라

조홍섭 2018. 11. 21
조회수 3933 추천수 1
하루 활동시간의 4분의 1을 털 고르기에, 핵심은 주걱 모양 돌기
290개 돌기가 침 빨아들여 피부에 전달…피부 온도 17도 떨구기도

t1.jpg » 털을 고르는 고양이. 청결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혀의 돌기는 청결뿐 아니라 체온조절에도 중요한 ‘만능 도구’이다. 캔들러 홉스, 조지아 공대 제공.

고양이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깔끔한 동물이다. 보통 하루에 2시간 반을 털 손질(그루밍)에 보낸다. 하루 14시간을 자는 고양이로서는 활동 시간의 4분의 1을 털 손질에 바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그루밍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까. 혀에 난 뻣뻣한 돌기는 무슨 구실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렉시스 노엘과 데이비드 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자들은 20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고양이의 혓바닥 돌기는 피부에 침을 바르는 다용도 도구”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과 이론 작업을 통해 털 고르기의 핵심 부위인 혓바닥의 돌기가 그동안 알려진 ‘딱딱한 원뿔’이 아니라 ‘속이 빈 주걱 모양’이며 “털 깊숙이 침을 효과적으로 밀어 넣어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더울 때 체온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t2.jpg » 고양이 혀의 확대 사진. 혀 끝부분에는 침을 바르는 기능을 하는 속이 빈 돌기가 놓여있고 목구멍 쪽에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 형태의 돌기가 나 있다. 알렉시스 노엘, 조지아공대 제공.

이러한 기능을 하는 돌기는 고양이 혀의 앞부분에 약 290개 돋아있다. 높이가 2.3㎜인 돌기는 입 안쪽을 향해 굽어 있다. 사람의 손톱과 마찬가지로 돌기의 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다. 돌기는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여 뭉친 털을 풀기 쉬운 구조였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돌기 밑바닥과 끝에 공간이 있음을 밝혔다. 털 고르기를 하는 돌기의 윗부분은 주걱처럼 생겼다.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가 털 밑의 피부에 침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성 색소를 이용한 실험에서 돌기에 닿은 액체는 0.1초 안에 돌기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스며든 액체는 돌기 속에 안정적으로 갇혀 있다가 피부에 닿는 순간 흘러나왔다. 

돌기에 갇히는 침의 양은 모두 0.0041㎖로 눈물 방울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했다. 혀에 고이는 침의 5%가 돌기 속 빈 곳에 스며든 뒤 그루밍 동작과 함께 피부에 발라졌다. 이는 무엇보다 체온 조절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의 체온은 39도에 이른다. 이중의 털로 덮여 있는 데다 땀구멍은 발에만 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피부에 침을 바르는 것만으로 피부의 온도를 털 외부보다 최고 17도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며 “침의 5%를 바르는 것으로 몸에 필요한 열 조절의 25%를 달성한다”고 밝혔다.

t3.jpg » 침을 털 깊숙한 피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혀 돌기 모습. 속이 빈 주걱 모양을 하고 있다. 타렌 카터, 조지아공대 제공.

침은 몸의 청결에도 기여한다. 침에는 피 등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피부를 깨끗이하는 데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일부 고양이 품종은 육종 과정에서 털이 너무 길어져 자신의 힘으로는 침을 피부에 묻히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페르시안 품종이 그런 예라며 “수의사의 권고대로 이 품종의 고양이는 매일 빗질을 해 주고 매달 목욕을 시켜, 피부의 천연 기름 성분이 고루 퍼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3D 프린터로 고양이 혀를 흉내낸 브러시를 개발했더니 훨씬 쉽게 고양이 털을 빗질하고 빗어 낸 고양이 털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런 브러시를 이용해 고양이 피부에 청결액이나 약물, 또는 알레르기 대체 물질을 바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lexis C. Noela and David L. Hua, Cats use hollow papillae to wick saliva into fur,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09544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치킨 시대’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치킨 시대’

    조홍섭 | 2018. 12. 14

    50년대보다 5배 무게 ‘괴물’, 한해 658억 마리 도축해 화석 남기 쉬워옥수수 주식, 연중 산란, 골다공증 등도 특징…인류세 지표 화석 가치1950년대를 기점으로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접어들었다는 논의가 지질학자 사이에 활발하...

  • 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소가 풀 뜯을 때 진딧물은? 땅으로 뛰었다 업혀 복귀

    조홍섭 | 2018. 12. 12

    대형 초식동물 접근하면 80%가 ‘점프’로 먹힐 위험 피해새끼는 걸음 빠른 성체 등에 업혀 숙주식물로 돌아가진딧물이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상대를 피해 잎이나 줄기 건너편으로 걸어 피하거나 아예 땅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 ‘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생존률 75%’ 보르네오 개구리…비결은 아빠의 헌신

    조홍섭 | 2018. 12. 11

    보르네오 개구리 수컷, 알 지키고 올챙이 업어 웅덩이 정착까지 ‘책임’ ‘성 역할 역전’…여러 암컷이 수컷 확보 경쟁, 암컷이 더 자주 울기도동물계에는 수컷이 ‘좋은 아빠’이자 ‘충직한 남편’ 노릇을 하는 종이 여럿 있다. 해마는 대...

  • 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요즘 같은 기후변화가 사상 최악 멸종사태 불렀다

    조홍섭 | 2018. 12. 07

    수온 10도 상승, 신진대사 빨라지는데 산소농도는 낮아져 떼죽음적도보다 고위도 지역 멸종률 커…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커니즘적도 바다의 수온이 10도나 높아졌다. 바닷속의 산소농도는 80%나 줄었다. 삼엽충 등 바다 생물들은 숨을 헐떡이며 ...

  • 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쥐라기 어룡, 온혈동물로 위장 색 띠었다

    조홍섭 | 2018. 12. 06

    피부 화석 정밀분석 결과 지방층·색소 분자 확인깊고 찬물서 사냥, 태생…피부는 고래처럼 매끈원시 포유류 일부는 육지를 버리고 바다로 가 돌고래로 진화했다. 포유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파충류의 조상 중 일부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