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혀의 비밀…속이 빈 돌기로 털 깊숙이 침 발라

조홍섭 2018. 11. 21
조회수 8189 추천수 1
하루 활동시간의 4분의 1을 털 고르기에, 핵심은 주걱 모양 돌기
290개 돌기가 침 빨아들여 피부에 전달…피부 온도 17도 떨구기도

t1.jpg » 털을 고르는 고양이. 청결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혀의 돌기는 청결뿐 아니라 체온조절에도 중요한 ‘만능 도구’이다. 캔들러 홉스, 조지아 공대 제공.

고양이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깔끔한 동물이다. 보통 하루에 2시간 반을 털 손질(그루밍)에 보낸다. 하루 14시간을 자는 고양이로서는 활동 시간의 4분의 1을 털 손질에 바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그루밍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까. 혀에 난 뻣뻣한 돌기는 무슨 구실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렉시스 노엘과 데이비드 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자들은 20일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고양이의 혓바닥 돌기는 피부에 침을 바르는 다용도 도구”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과 이론 작업을 통해 털 고르기의 핵심 부위인 혓바닥의 돌기가 그동안 알려진 ‘딱딱한 원뿔’이 아니라 ‘속이 빈 주걱 모양’이며 “털 깊숙이 침을 효과적으로 밀어 넣어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더울 때 체온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t2.jpg » 고양이 혀의 확대 사진. 혀 끝부분에는 침을 바르는 기능을 하는 속이 빈 돌기가 놓여있고 목구멍 쪽에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 형태의 돌기가 나 있다. 알렉시스 노엘, 조지아공대 제공.

이러한 기능을 하는 돌기는 고양이 혀의 앞부분에 약 290개 돋아있다. 높이가 2.3㎜인 돌기는 입 안쪽을 향해 굽어 있다. 사람의 손톱과 마찬가지로 돌기의 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다. 돌기는 고정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여 뭉친 털을 풀기 쉬운 구조였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돌기 밑바닥과 끝에 공간이 있음을 밝혔다. 털 고르기를 하는 돌기의 윗부분은 주걱처럼 생겼다.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가 털 밑의 피부에 침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성 색소를 이용한 실험에서 돌기에 닿은 액체는 0.1초 안에 돌기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스며든 액체는 돌기 속에 안정적으로 갇혀 있다가 피부에 닿는 순간 흘러나왔다. 

돌기에 갇히는 침의 양은 모두 0.0041㎖로 눈물 방울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했다. 혀에 고이는 침의 5%가 돌기 속 빈 곳에 스며든 뒤 그루밍 동작과 함께 피부에 발라졌다. 이는 무엇보다 체온 조절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의 체온은 39도에 이른다. 이중의 털로 덮여 있는 데다 땀구멍은 발에만 있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피부에 침을 바르는 것만으로 피부의 온도를 털 외부보다 최고 17도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며 “침의 5%를 바르는 것으로 몸에 필요한 열 조절의 25%를 달성한다”고 밝혔다.

t3.jpg » 침을 털 깊숙한 피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혀 돌기 모습. 속이 빈 주걱 모양을 하고 있다. 타렌 카터, 조지아공대 제공.

침은 몸의 청결에도 기여한다. 침에는 피 등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피부를 깨끗이하는 데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일부 고양이 품종은 육종 과정에서 털이 너무 길어져 자신의 힘으로는 침을 피부에 묻히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페르시안 품종이 그런 예라며 “수의사의 권고대로 이 품종의 고양이는 매일 빗질을 해 주고 매달 목욕을 시켜, 피부의 천연 기름 성분이 고루 퍼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3D 프린터로 고양이 혀를 흉내낸 브러시를 개발했더니 훨씬 쉽게 고양이 털을 빗질하고 빗어 낸 고양이 털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런 브러시를 이용해 고양이 피부에 청결액이나 약물, 또는 알레르기 대체 물질을 바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lexis C. Noela and David L. Hua, Cats use hollow papillae to wick saliva into fur,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09544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포식자 발견 물고기, “피해라” 동료에 화학 신호 보내포식자 발견 물고기, “피해라” 동료에 화학 신호 보내

    조홍섭 | 2019. 04. 24

    아는 동료일수록 강력…신호 받으면 똘똘 뭉쳐 포식자 회피피라미나 송사리처럼 작은 물고기는 발소리라도 들리면 혼비백산 달아나 한 곳에 몰려 꼼짝 안 한다. 만만한 먹잇감이어서 늘 포식자를 경계해야 살아남는다.물 밖의 소리가 아닌 물속에서 ...

  • ‘화석 물고기’ 실러캔스는 왜 ‘콩알’만 한 뇌를 지녔나‘화석 물고기’ 실러캔스는 왜 ‘콩알’만 한 뇌를 지녔나

    조홍섭 | 2019. 04. 23

    둘로 나뉜 두개골의 1% 차지…거대한 척삭과 전기 감지 기관 대조1938년 남아프리카 앞바다에서 발견된 실러캔스는 살집이 있는 8개의 지느러미가 달린 거대하고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였다. 과학자들은 곧 이 물고기가 4억년 전 화석으로만 발견되던...

  • 백상아리와 범고래가 만나면 물범이 ‘웃는다’백상아리와 범고래가 만나면 물범이 ‘웃는다’

    조홍섭 | 2019. 04. 22

    최상위 포식자는 범고래, 최대 혜택은 백상아리 먹이 물범자연다큐멘터리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리는 백상아리와 범고래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모두 바다의 대표적인 포식자이지만, 백상아리가 무서운 폭군 이미지라면 범고래는 종종 영리하고 친근한 ...

  • 체액 분출해 둥지 지키는 ‘자폭 진딧물’의 비밀체액 분출해 둥지 지키는 ‘자폭 진딧물’의 비밀

    조홍섭 | 2019. 04. 19

    손상된 둥지를 체액으로 응고시켜 막아…‘사회적 면역’ 사례사회성 곤충 가운데는 무리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극단적 이타주의 행동을 하는 종이 있다. 침입자를 끌어안고 뱃속의 독물을 뿜는 개미(▶관련 기사: 자기 배 터뜨리고 ...

  • 새가 ‘동물계 가수’인 비밀, 목 깊숙이 숨어 있다새가 ‘동물계 가수’인 비밀, 목 깊숙이 숨어 있다

    조홍섭 | 2019. 04. 18

    척추동물 유일하게 제2 후두 ‘울대’ 갖춰, 긴 기도를 공명통 활용여름 철새인 휘파람새와 울새가 내는 아름답고도 커다란 노랫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공을 찾아낸다면,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