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멍청한가? 물총고기 보면 생각 달라진다

조홍섭 2018. 12. 31
조회수 10406 추천수 1
입을 ‘움직이는 노즐’로 물줄기 세기 정밀 조절해 ‘백발백중’
가까운 먹이는 점프로 사냥, 바닥 퇴적층에 쏘아 먹이 잡기도

1a.jpg » 물총고기는 맹그로브에 사는 작은 담수어이지만 포유류를 뺨치는 ‘지적’ 행동을 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I. 첨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다 허탕 쳐 본 사람이라면 물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를 안다. 보이는 것과 실제 있는 곳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물총고기는 물속에서 물줄기를 뿜어 물 밖 1∼2m 떨어진 풀잎의 곤충을 정확하게 맞춰 떨어뜨린다.

바람을 고려해 화살을 날리는 양궁선수 같은 솜씨다. 그러나 물총고기는 사격능력 못지않게 뛰어난 인지와 학습 능력을 지닌 ‘똑똑한’ 물고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스테판 슈스터 독일 바이로이트대 동물생리학자는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저널’ 10일 치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물총고기가 보이는 놀라운 능력을 최근 이뤄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분석했다. 물총고기는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목표를 찾는 시각능력을 지닌 데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물줄기를 뿜는 것이 아니라 먹이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정밀하게 물줄기 세기와 형태를 조정한다. 물에 떨어진 먹이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며, 호기심과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그는 “왜 3만5000종이 넘는 물고기 가운데 물총고기만이 물줄기를 쏘는 전략을 진화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능력이 먹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다른 기술이 함께 진화하도록 추동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2a.jpg » 물총고기가 서식하는 맹그로브 습지. 물이 탁하고 물결이 일어 물 밖 곤충을 쏘아 잡는 일은 매우 어렵다. 스테판 슈스터, ‘실험 생물학 저널’ 제공.

슈스터 박사는 물총고기의 거친 서식환경이 이런 능력 진화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길이 12∼18㎝인 이 물고기는 인도부터 동남아와 호주 북부까지 맹그로브의 담수에 10종이 사는데, 조류에 따라 매일 수심이 크게 변한다. 게다가 물이 혼탁하고 바람으로 물결이 일어 잎에 앉은 곤충이나 거미를 조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 영역이 따로 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물총고기는 파리에서 작은 도마뱀까지 사냥하는데, 실험실에서 잘 훈련한 배고픈 개체라 65㎝ 거리에서 100%의 적중률을 보일 정도로 정확하게 물줄기를 쏜다. 그 비결은 입을 ‘움직이는 노즐’처럼 이용하는 데 있다. 표적의 크기와 거리를 고려해 적당한 세기의 물줄기를 발사한다. 앞서 뿜어져 나간 물방울 속도보다 뒤에 발사된 물방울 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먹이에 도달할 때쯤엔 커다란 물 덩어리가 돼 타격한다.

ar2-1.jpg » 맹그로브 잎 뒷면에 앉은 파리(위)와 물속에서 본 모습. 사냥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스테판 슈스터, ‘실험 생물학 저널’ 제공.

이 물고기는 경험과 관찰로부터 배우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움직이는 표적을 이용한 실험에서 물총고기는 적중률을 차츰 높여갔는데, 표적이 움직이는 방향 앞으로 물줄기를 쏘는 기술을 터득했다. 놀라운 것은, 직접 해 보지 않더라도 옆에서 이런 모습을 본 동료 물총고기의 성공률도 함께 높아졌다.

잎에 앉은 벌레를 쏘아 떨어뜨린다고 다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 물고기 서식지에는 다른 물고기들도 공중에서 떨어지는 먹이를 늘 노린다. 그런데 물총고기는 떨어뜨린 먹이의 98%를 차지한다. 그 이유를 슈스터 박사는 “먹이가 잎에서 떨어지는 순간 물총고기는 떨어지는 수직과 수평 속도, 방향, 높이 등을 고려한 다음 포식자로부터 급박하게 피할 때 취하는 동작으로 급가속해 먹이에 달려든다”고 밝혔다.

1b.jpg » 물총고기는 1개 속에 10종이 있다. 그러나 3만5000여 종 가운데 물줄기를 쏘아 사냥하는 다른 물고기는 없다. 바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비슷한 추적능력을 보유한 같은 종 사이의 경쟁이다. 슈스터 박사는 “실험 결과 물총을 쏜 물고기는 특별한 이득이 없고 먹이는 물총고기 무리 전체에 고루 돌아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야생에서 물총고기는 가까운 먹이를 발견하면 물줄기를 쏘는 대신 물 밖으로 점프해 직접 잡는다. “사격은 에너지가 덜 들고 연속 발사도 가능한 이점이 있지만 먹이 확보가 불확실한 반면, 점프는 힘들지만 먹이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는 득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물총고기는 이밖에 물줄기를 물 밖 먹이를 사냥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바닥 퇴적층에 쏘아 숨어있는 수생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또 상당수 물총고기는 늘 구할 수 있는 새우 등 물속생물을 주 먹이로 삼는다.

물총고기의 정교한 물줄기 발사 행동은 정교한 거리와 타이밍 조정 등에서 “투수가 공 던지는 행동”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슈스터 박사는 “독을 2m 밖에 뱉는 코브라나 혀를 먼 거리에 ‘뱉어’ 사냥하는 카멜레온 등 뉴런이 사람처럼 많지 않은 동물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왜 수많은 물고기 종 가운데 물총고기에게서만 이런 행동이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fan Schuster, Hunting in archerfish – an ecological perspective on a remarkable combination of skill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8 221: jeb159723 doi: 10.1242/jeb.1597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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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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