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속 헤엄치며 먹이 찾는 상어 태아

조홍섭 2019. 01. 07
조회수 9189 추천수 0
어미가 자궁에 낳은 ‘영양란’ 찾아 먹는 행동…수중 초음파로 확인
최고 52개 무정란 먹고 자라, 태어나기 전 머리 내밀고 밖 탐색도

sh1.jpg » 태아가 자궁 속에서 어미가 낳은 알을 섭취하는 행동이 발견된 황갈색수염상어. 스콧 놀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태평양과 인도양의 얕은 바다에서 주로 문어를 잡아먹고 사는 황갈색수염상어(학명: 네부리우스 페루기네우스)의 독특한 번식행동이 밝혀졌다.

일본 오키나와 추라시마 재단과 수족관 연구자들은 자체 개발한 수중 초음파 촬영장치를 이용해 임신한 이 상어의 태아가 자궁 속에서 헤엄쳐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과학저널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태생을 하는 척추동물 가운데 태아가 활발하게 이동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상어는 난태생, 태생, 난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한다. 대부분의 상어는 난태생으로 어미 몸속에서 수정란이 부화한 뒤 알의 노른자를 먹고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서 몸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가죽 지갑 모양의 알 자루에 넣은 알을 낳거나 어미 뱃속에서 다 자란 태아를 낳는 태생도 있다. 황갈색수염상어는 태생으로 번식한다.

sh2.jpg » 황갈색수염상어 태아가 어미의 자궁 속에서 헤엄쳐 이동하는 초음파 연속 사진(a)과 그림으로 표시(b)한 것. 토미타 외 (2018) 동물행동학 제공.

연구자들은 수족관에서 세 마리의 임신한 황갈색수염상어를 대상으로 태아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이 상어의 자궁은 가운데가 잘록하게 이어진 두 개의 방으로 이뤄졌는데, 놀랍게도 태아는 활발하게 자궁 안을 돌아다녔다. 한 암컷은 24번이나 좌·우 자궁을 오가며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태생을 하는 포유동물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움직이기 쉽지 않다. 우선 어미와 탯줄로 연결돼 있고, 공간이 좁으며, 신경과 근육 등의 발달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어는 어떻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까.

sh3.jpg » 좌·우 자궁의 방을 넘나드는 초음파 사진(a)과 그림(b). 토미타 외 (2018) 동물행동학 제공.

연구자들은 이 상어가 태생이지만 태반과 탯줄이 없는 대신 ‘영양란’을 통해 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미는 태아가 알의 난황을 모두 소비한 뒤 자랄 때 필요한 양분으로 삼으라고 최고 52개의 무정란을 함께 낳아 자궁에 넣어둔다. 연구자들은 “태아가 자궁 속에서 활발히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자궁 환경 속에서 영양란을 효과적으로 찾아 먹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논문에 적었다. 

샌드타이거상어도 자궁 속에서 태어난 새끼가 옆에 있는 아직 덜 발달한 형제 태아를 잡아먹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황갈색수염상어는 태아가 아닌 무정란을 포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h4.jpg » 어미의 자궁경부를 통해 밖을 내다보는 태아의 모습. 토미타 외 (2018) 동물행동학 제공.

이 상어 태아는 또 자궁경관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임신 말기에 자궁 안과 밖의 화학성분이 유사한 데다 태아가 바깥 활동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mita T, Murakumo K, Ueda K, Ashida H, Furuyama R. Locomotion is not a privilege after birth: Ultrasound images of viviparous shark embryos swimming from one uterus to the other. Ethology. 2018;00:1–5. https://doi.org/10.1111/eth.128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최근글

환경사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