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똑똑한 게 낫다, 암컷 앵무의 ‘변심’

조홍섭 2019. 01. 14
조회수 2523 추천수 0
다윈의 ‘성 선택으로 지적 능력 진화’ 가설 직접 실험으로 입증
문제풀이 능력 본 뒤 외모로 정한 선택 번복…먹이 찾는 능력과 직결

b1.jpg » 사람 말을 흉내 내는 사랑앵무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새이다. 실험 결과 짝을 찾는 데 지적 능력을 앞에 놓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찰스 다윈은 1871년 성 선택이 동물의 지적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암컷이 더 똑똑한 수컷을 선택하고, 그런 수컷이 더 많은 자손을 낳아 번성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증명이 쉽지 않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난 동물을 연구해, 지적 능력과 관련된 형질이 선택된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해 왔다. 복잡한 음조의 노래를 부르는 새가 암컷의 인기를 끈다는 것이 그런 예다.

수컷의 인지능력이 암컷의 환심을 산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 천자니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연구소 연구원 등 중국과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사랑앵무를 이용한 실험 결과 암컷은 문제풀이 능력이 뛰어난 수컷을 선호한다는 직접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b2.jpg » 사랑앵무는 개, 고양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널리 기르는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3단계의 장애물을 거쳐야 안에 든 씨앗을 먹을 수 있는 먹이상자를 실험에 썼다. 먼저 암컷은 2마리의 수컷 가운데 깃털이나 목소리 등 일반적인 짝짓기의 선호도에 따라 수컷 한 마리를 고르도록 했다. 

그후 암컷이 보지 못하는 가운데 선택받지 못한 수컷을 훈련시켜 복잡한 장애물의 먹이상자를 열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짝을 이룬 앵무 쌍은 장애물 없이 열린 먹이상자에서 씨앗을 즐겼다.

다음, 암컷에게 이전에 선택받지 못한, 그러나 훈련 받은 수컷이 멋지게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암컷의 사랑을 받던 수컷에게는 테이프로 문을 고정시킨 먹이상자를 주어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게 했다. 

이후 암컷에게 수컷 둘을 내보인 뒤 다시 선택하게 하자, 암컷은 처음엔 저버렸지만 문제풀이 능력을 성공적으로 과시한 수컷을 택했다. 똑똑한 수컷의 모습이 암컷의 ‘변심’을 이끈 것이다.

b3.jpg » 야생 사람앵무에게 문제풀이 능력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리처드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랑앵무는 오스트레일리아 건조지대 자생종이다. 연구자들은 “건조지대에서 먹이인 씨앗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고, 새끼를 기를 때 수컷이 먹이 공급을 도맡기 때문에 먹이 조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있는 수컷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지적 능력 관찰이 짝에 대한 선호도를 바꾸었고, 그럼으로써 지적 능력이 배우자로부터 직접 선택됐음을 보여준다”며 “지적 능력이 성 선택으로 진화했다는 찰스 다윈의 가설은 옳았다”고 논문에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iani Chen et al, Problem-solving males become more attractive to female budgerigars, Science Vol 363 Issue 6423,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u818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끈끈이 그물’로 상어 퇴치, 먹장어 점액 무기의 비밀‘끈끈이 그물’로 상어 퇴치, 먹장어 점액 무기의 비밀

    조홍섭 | 2019. 01. 21

    방출 직후 1만배 팽창, 실타래서 나온 실과 엉겨 포식자 질식 상어와 그루퍼 같은 대형 포식자가 먹장어를 삼키려다 끈끈이 그물에 숨이 막혀 뱉어내는 뉴질랜드 테 파파 통가레와 박물관의 유튜브 영상. 먹장어는 우리에게 ‘꼼장어’로 널리 ...

  • 가장 외로운 개구리 ‘로미오’, 10년 만에 짝 찾아가장 외로운 개구리 ‘로미오’, 10년 만에 짝 찾아

    조홍섭 | 2019. 01. 17

    멸종 앞둔 볼리비아 운무림 개구리, 발렌타인데이 기부로 ‘줄리엣’ 만나지난해 발렌타인데이 때 세계 최대 데이팅 사이트인 ‘매치’에는 이색적인 짝찾기 후보가 올랐다. 이름은 로미오, 세웬카스 개구리 종의 마지막 개체로 동족인 짝을 찾는다는...

  • 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꿀벌 진드기는 피 아닌 ‘간’ 빤다, 50년 만에 잡힌 오류

    조홍섭 | 2019. 01. 16

    꿀벌응애 표적은 체액 아닌 지방체…방제 방식 바뀔 듯꿀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크기 1㎜ 남짓한 진드기다. 꿀벌응애라 불리는 이 절지동물은 세계적으로 양봉산업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에도 꿀벌에 만성적으로 기생하며, 특...

  • 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북극토끼는 청소동물, 스라소니와 동족 사체 먹어

    조홍섭 | 2019. 01. 15

    먹이 부족한 혹한기 죽은 동물 사체 일상적으로 먹어평소 천적인 스라소니, 동족 토끼, 뇌조 깃털도 메뉴에‘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토끼는 풀을 먹고…’ 초식동물에 관한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다람쥐는 애벌레가 많아지는 봄이 오면 이 영...

  • 새해 첫날, 눈앞에서 벌어진 멸종새해 첫날, 눈앞에서 벌어진 멸종

    조홍섭 | 2019. 01. 10

    하와이 고유 나무 달팽이 마지막 개체 ‘조지’ 증식장서 숨진 채 발견화한 장식하던 아름답고 풍부하던 종…외래종과 기후변화로 잇단 멸종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모리셔스 섬에서 저녁 요리로 먹기 위해 날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