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동물들의 표류기

조홍섭 2012.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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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떨어진 아프리카서 `뗏목' 타고 표류…포유류·식물 90%가 고유종

원주민도 인도네시아서 표류해 도착, 서해 섬 구렁이 많은 것도 홍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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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 약 50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표류한 한 종의 영장류가 100여 종으로 분화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어릴 때 몇 번이고 읽은 동화책 <십오 소년 표류기>는 쥘 베른이 1888년 낸 모험소설로 원제는 ‘2년간의 휴가’이다. 15명의 어린이가 휴가차 탄 보트가 표류해 도착한 남태평양의 무인도에서 2년 동안 살다가 탈출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세계와 모험을 향한 동경은 소년의 특권이지만,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의 유전자에도 그런 성향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에 어떻게 동물들이 살게 됐을까 궁금해하다가 든 생각이다.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여우원숭이, 카멜레온, 바오밥나무 등으로 상징되는 이 섬의 동식물 가운데 약 90%는 세계 다른 곳에는 없는 고유종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인 이곳을 생물학자들은 흔히 ‘여덟번째 대륙’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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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서 최근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멜레온. 길이 1.6㎝이다. 사진=프랭크 글로우 등, <플로스 원>.

 

마다가스카르는 약 8000만년 전 아프리카와 분리됐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호주, 남극 대륙이 붙어있던 곤드와나 초대륙이 지각판의 이동에 따라 떨어져 나간 결과이다. 아직 현재와 같은 포유류가 진화하기 전 일이다. 그렇다면 이 섬의 동물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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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와나 대륙의 분열 과정. 가장 왼쪽이 1억 5440만년 전이다. 그림=사몬사 등, <PNAS>. 

 

1세기 전만 해도 ‘육교 이론’이 정설이었다. 아프리카에서 400㎞나 떨어져 있으니 헤엄치기엔 너무 멀고,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를 잇던 기다란 육교 형태의 육지가 한때 있다가 사라졌다면 동물의 이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육교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게 이 이론의 치명적 약점이었다. 게다가 유인원, 사자, 코끼리 등 대형 포유류는 전혀 없고 안경원숭이, 설치류, 몽구스 등 작은 동물만 있는 사실도 특이하다. 여기서 일찍부터 ‘뗏목 이론’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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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 호수에 떠다니는 작은 숲. 홍수로 떠내려온 것으로 소형 동물이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M. K. 올리버.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큰 홍수 때 나무나 작은 숲이 통째로 바다에 흘러간다는 사실을 안다. 실제로 폭 100m에 작은 물웅덩이까지 있는 큰 숲이 200㎞ 밖 바다에 떠내려간 일이 있다. 여기엔 뱀이나 쥐 같은 소형 동물은 물론이고 재규어, 퓨마, 사슴, 원숭이, 그리고 어린이까지 타고 있던 기록이 있다. 만일 해류가 도와준다면 400㎞라도 이동할 수 없는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닷물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아프리카 대륙 쪽으로 흐른다. 뗏목 이론은 벽에 부닥쳤다. 하지만 이 이론을 최근 지질학자와 생물학자들이 되살렸다.
 

판구조론 연구자들은 마다가스카르가 약 2000만년 전에는 현재보다 1600㎞ 남쪽에 있었고, 당시의 대륙 배치에서 해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마다가스카르 쪽으로 흘렀음을 밝혔다.
 

또 분자유전학적 증거는 이 섬에 있는 영장류 101종의 조상은 4000만~5000만년 전 한 종이 분화한 것임을 보여줬다. 큰 열대폭풍 때 쓸려나간 숲 조각에서 운 좋은 어느 영장류가 이 섬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중에 해류가 바뀌면서 이런 드문 ‘항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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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원주민. 아프리카 섬이지만 인도네시아 계열의 모습이다. 사진=라코톤드라마나나, 위키미디어 코먼스.

 

훨씬 나중 일이지만, 마다가스카르엔 동물 뿐 아니라 사람도 바다를 표류해 도착했다. 아프리카 옆구리에 붙은 이 섬 주민의 얼굴은 아시아 쪽에 가깝다. 최근 뉴질랜드 연구자들이 주민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 이 섬을 처음 정복한 원주민 가운데 가임기 여성은 약 30명이었고 그 93%가 인도네시아 계였다. 이들은 사고이든 이주 여행이든 간에 인도양을 건넌 아시아인이었다.
 

물론 모든 섬의 동물이 ‘뗏목’을 타고 이동한 것은 아니다. 이구아나는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파충류인데, 무려 8000㎞나 떨어진 태평양 섬인 피지와 통가에도 분포한다. ‘뗏목’을 타고 이동하려면 반 년은 걸릴 거리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연구 결과 이 이구아나는 아메리카가 아니라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살던, 그리고 현재는 멸종한 이구아나였음을 알아냈다. 피지의 이구아나는 ‘걸어서’ 이동한 것이었다.
 

제주도처럼 빙하기 때 육지와 연결되었던 섬에는 육지와 마찬가지 동물이 산다. 반대로 대양섬인 울릉도에는 해양포유류나 사람이 데려간 가축과 쥐, 개구리 말고는 포유류와 뱀, 개구리가 전혀 없다. 한강처럼 큰 강이 동해에 있었다면 육지와 최단거리가 137㎞인 울릉도로 ‘항해’를 시도한 동물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 홍수 때 큰 강으로 떠내려간 나무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18세기 말 미국 미시시피 강에는 홍수 때마다 길이가 16㎞에 이르는 나무 뗏목이 형성되곤 했는데, 그 위에서 큰 나무와 다양한 생물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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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한강 등 큰 강 하류에 있는 서해안 섬에는 구렁이가 많이 산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한강과 낙동강도 큰 홍수가 나면 수많은 나무를 흘려보내 강 하구 생태계를 살찌웠을 것이다. 휴대전화와 입시준비 때문에 이제 ‘십오소년 포류기’ 같은 상황은 가상으로도 일어나기 힘들게 됐다. 마찬가지로 댐과 강변 개발로 쓰러진 나무를 타고 동물이 하류로 이동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굴업도 등 서해안 섬에는 유독 구렁이가 많다. 이들이 과거 거대한 홍수와 동물 판 ‘십오소년 표류기’의 유산일까.

 

■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Karen E. Samondsa,1, Laurie R. Godfreyb, Jason R. Alic, Steven M. Goodmand,e, Miguel Vencesf, Michael R. Sutherlandb, Mitchell T. Irwing, and David W. Krauseh
Spatial and temporal arrival patterns of Madagascar's vertebrate fauna explained by distance, ocean currents, and ancestor type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March 19, 2012, doi: 10.1073/pnas.1113993109
PNAS April 3, 2012 vol. 109 no. 14 5352-5357

 

Murray P. Cox, Michael G. Nelson, Meryanne K. Tumonggor, François-X. Ricaut, and Herawati Sudoyo

A small cohort of Island Southeast Asian women founded Madagascar

Proc. R. Soc. B rspb20120012; published ahead of print March 21, 2012, doi:10.1098/rspb.2012.0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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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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