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 그물’로 상어 퇴치, 먹장어 점액 무기의 비밀

조홍섭 2019.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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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직후 1만배 팽창, 실타래서 나온 실과 엉겨 포식자 질식

상어와 그루퍼 같은 대형 포식자가 먹장어를 삼키려다 끈끈이 그물에 숨이 막혀 뱉어내는 뉴질랜드 테 파파 통가레와 박물관의 유튜브 영상. 

먹장어는 우리에게 ‘꼼장어’로 널리 알려진 즐겨 먹는 ‘물고기’이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도시를 빼고 세계적으로 이 동물을 먹는 곳은 없다. 몸통과 꼬리가 뱀장어와 비슷하지만, 현생 물고기와는 거리가 먼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이다. 3억년 전 살았던 생물과 같은 계통으로 턱이 없다.

무엇보다 먹장어에 특별한 것은 끈끈이를 이용한 방어술이다. 상어나 그루퍼 같은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몸통에 난 100곳 이상의 점액 샘에서 끈끈이를 배출한다. 바닷물과 만난 끈끈이는 순식간에 부피가 1만배로 팽창해 상대의 아가미를 막아 버린다. 포식자는 질식사를 피하기 위해 캑캑거리며 먹장어를 뱉고 달아난다(■ 관련 기사: '천하무적' 꼼장어의 끈끈한 신무기).

Stan Shebs-Eptatretus_stoutii_1.jpg » 돌 틈에서 휴식을 취하는 먹장어. 끈끈이 그물을 활용한 신물질이 개발될지도 모른다. 스턴 쉐브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파이더맨 ‘끈끈이 그물’

먹장어에게 점액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점액 샘에 간직한 점액의 양은 혈액량의 3분의 1에 가까울 정도다. 방어뿐 아니라 먹이를 사냥할 때도 쓴다.

먹장어 한 마리가 방출한 점액은 물과 만나면 20ℓ로 불어난다. 포식자 퇴치도 중요하지만, 먹장어 자신도 점액에 질식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점액에 둘러싸인 먹장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몸을 감아 매듭을 짓는 것 같은 행동으로 점액을 벗겨 낸다. 

점액은 단순한 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섬유질 실이 잔뜩 들어있다. 점액에는 수많은 타래가 들어있다. 길이 0.12∼0.15㎜인 기다란 타원체 모양인 타래에는 10∼16㎝ 길이의 실이 차곡차곡 감겨 있다.

h2-1.jpg » 점액 안에 들어있는 방추형 타래(왼쪽). 타래에서 섬유질이 풀려나오는 모양(가운데). 수많은 실과 점액질이 엉겨 이뤄진 끈끈이 그물(오른쪽). 가우라브 초더리 외 (2019) ‘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 제공.

타래가 물에 닿으면 실이 풀려나가고, 각각의 실에 수많은 소형 점액 주머니가 들러붙는다. 끈적해진 실과 실이 그물처럼 엉겨 먹장어의 신무기인 끈끈이가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0.4초에 불과하다. 그런데 점액이 급팽창해 끈끈이 그물이 되는 메카니즘은 수수께끼였고 논란이 이어졌다. 최근 포식자가 물을 빨아들이는 힘으로 그 메커니즘을 설명한 가설이 나왔다.

포식자가 빨아들이는 힘이 방아쇠

가우라브 초더리 미국 일리노이대 기계공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16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에 실린 논문에서 “포식자의 공격을 받은 먹장어는 0.1∼0.4초 만에 포식자가 빨아들이는 힘을 이용해 타래의 실이 풀려나오고, 타래가 포식자 입에 고정되면 풀리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밝혔다. 물속에서 포식자들은 대개 입을 크게 벌려 물을 세차게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먹이를 입에 문다. 연구자들은 점성 수력학과 모델링 계산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J. H. Richard_Eptatretus_polytrema-1.jpg » 먹장어는 뱀장어와는 거리가 먼 턱 없는 동물이다. 몸통에 점액 샘이 줄지어 배치돼 있다. J. H. 리처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동안 점액의 팽창이 화학반응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게 나왔지만 이번 연구는 포식자에 의한 물리적인 힘만으로 저절로 방어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였다. 특히 포식자의 공격과 거의 동시에 점액 팽창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화학반응보다는 물살이 당기는 힘이 방아쇠 구실을 한다는 이번 가설이 그럴듯하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저절로 팽창해 배치되는 새로운 기능을 지닌 생물 흉내 물질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audhary G, Ewoldt RH, Thiffeault J-L. 2019 Unravelling hagfish slime. J. R. Soc. Interface 16: 20180710. http://dx.doi.org/10.1098/rsif.2018.07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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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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