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의 ‘죽음과도 바꿀 맛’, 본질은 무엇일까

조홍섭 2019. 01. 28
조회수 18128 추천수 0
황복 농축액 화학 분석해 12가지 핵심물질 추출
인공적으로 황복 특유의 감칠맛·깊은맛 재현 

f1.jpg » 중국에서 양식한 황복. 황복 특유의 맛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류원 제공.

진달래꽃 필 무렵 임진강 등 서해 강하구에는 서해에서 살을 찌운 황복이 알을 낳으러 몰려온다. 참복이 한·중·일 모두에 서식하는데 견줘, 같은 참복과 어류이면서도 황복은 한국과 중국에서만 볼 수 있고 훨씬 값진 물고기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맛이 좋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황복 요리를 두고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칭찬한 것은 유명하다. 그는 아마도 황복의 내장과 피부에 든 치명적 신경독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엇이 황복의 맛을 극찬하도록 할까. 그 맛의 본질을 이루는 물질을 찾아낸다면 손쉽게 대체물이나 ‘황복 맛 조미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중국과 영국 화학자들이 황복 맛 분석에 나섰다.

f2.jpg » 황복 맛의 핵심 성분 규명 과정. 농축액(왼쪽)의 핵심 성분을 맛 감정사의 혀를 통한 정성분석과 화학적 정량분석을 통해 찾아냈다. 류원 제공

연구자들은 황복의 살을 물에 넣고 3시간 끓인 뒤 거름막에 걸러 농축액으로 만들었다. 황복의 근육에는 독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연구자들이 농축액을 정량분석한 결과 맛을 내는 28가지 화합물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아미노산, 핵산, 무기이온 등이 들어있다.

이번에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동원해 특정 성분을 빼거나 더하는 시험을 거듭하면서 무슨 성분이 황복 특유의 맛을 내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글루탐산, 세린, 프롤린, 아르지닌, 라이신 등 모두 12가지 성분으로 압축됐다. 

연구자들은 이 핵심물질에 추가로 맛을 내는 펩타이드 2종을 넣었더니 황복 특유의 감칠맛(우마미)과 깊은맛(코쿠미)이 나왔다고 밝혔다. 화학적 대체물질을 이용해 황복 맛을 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감칠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더해 다섯 번째 기본 맛 가운데 하나로 합성조미료 엠에스지(MSG)의 글루탐산이 내는 맛이다. 깊은맛은 최근 제6의 기본 맛 후보로 떠오른 맛으로, 가리비, 양파, 마늘, 효모를 오래 우려냈을 때 나오는 묵직하고도 진한 맛을 가리킨다. 감칠맛과 달리 혀에서 관련 수용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감칠맛의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농업 및 식품 화학 저널’ 3일 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nglong Zhang, Sensory-Guided Analysis of Key Taste-Active Compounds in Pufferfish(Takifugu obscuru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DOI: 10.1021/acs.jafc.8b060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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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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