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와 매실나무는 뭐가 다르지?

조홍섭 2012. 04. 09
조회수 44641 추천수 0

이유미 박사의 <내 마음의 나무 여행>, 우리 주변 정감어린 나무 이야기 듬뿍

산수유는 산에 없고 진짜 목련은 제주에만 살아, 앵두 열리는 나무는 앵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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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풍년화. 꽃의 풍성함으로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나무들이 꽃망울과 겨울눈을 앞다퉈 터뜨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의 낯익은 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에 매화나무가 연분홍 꽃을 화사하게 피웠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봄 추위 때문에 남도 매실나무의 수확이 좋지 않을 거라고 걱정한다. 매화나무와 매실나무는 다른 나무인가, 같은 나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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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나무 여행>

글 이유미, 사진 송기엽

진선books/ 1만 3800원

 

야생화와 나무에 관한 친근하고 운치 있는 글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가 최근 내놓은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우리가 다달이 만날 수 있는 정감 어린 나무를 사진가 송기엽의 빼어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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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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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같은 나무’이다. 열매를 중심으로 부르면 매실나무, 꽃을 위주로 부르면 매화나무다. 복숭아나무도 꽃을 중심으로 보면 ‘복사꽃’이 되는데, 이를 다른 나무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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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왼쪽)와 산수유.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 가운데 요즘 한창 꽃을 피운 나무가 산수유와 생강나무이다. 마을이나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고 노란 작은 꽃이 1㎝가량의 꽃자루에 마치 우산처럼 매달려 있다면 중국이 원산인 산수유이다. 언뜻 꽃이 비슷해 보이지만 꽃자루 없이 줄기에 꽃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토종인 생강나무인데, 산에서 만날 수 있고 비비면 향긋한 생강 냄새가 난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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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왼쪽)와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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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진달래와 철쭉은 대부분 잘 구분하지만, 다시 정리한다면 진분홍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며 꽃잎을 먹을 수 있는 나무가 진달래이고, 연분홍색 꽃이 동글동글한 잎과 함께 피며 먹지 못하는 나무가 철쭉이다. 철쭉 가운데도 진달래처럼 진분홍 꽃이 피며 꽃과 함께 나는 잎의 끄트머리가 뾰족한 것은 산철쭉이다.
 

동식물의 이름에는 흔히 부르는 이름과 정식 명칭이 다른 예가 적지 않다. 목련도 그런 예인데, 정원이나 공원에서 흔히 보는 목련은 중국이 고향인 백목련이고, 진짜 목련은 제주도에 자생하는데 백목련보다 조금 일찍 피고 더 흰빛이 나며 꽃잎이 가늘고 꽃받침을 볼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곧 시작될 벚꽃 구경의 주인공은 벚꽃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왕벚나무가 대부분이라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게다가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일본에는 없고 제주도에 있으니, 벚꽃을 두고 일본의 ‘사쿠라’를 떠올리며 불편해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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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지천으로 피는 노란 꽃으로 봄을 알리는 개나리는 그 풍부함 때문에 제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드문 나무이다. 개나리는 ‘골든 벨’이란 원예종으로 개발돼 세계에 퍼져나갔지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던 특산 식물이다.
 

문제는 개나리의 자생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개나리가 사라지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 존재가 세상에 알려질 때엔 이 땅에서 스스로 잘 살고 있었겠지만, 숲에 자라던 야생 개나리들은 다른 나무들에 치이거나 숲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같은 집안 식물인 산개나리나 만리화는 간혹 볼 수 있지만요. 우리는 좋아서 심으면서도 개나리가 개나리답게 제대로 살아가는 일에는 무심했고, 줄기를 자르는 ‘꺾꽂이’로 복제된 개체만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만들었지요. 이는 무성 번식이어서 열매를 맺는 개나리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진짜 개나리를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았던 거죠.”(70~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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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리. 외래어 같지만 개나리, 원추리처럼 우리 이름이다. 한국 특산의 봄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그저 무심코 지나칠 나무에 얽힌 재미난 얘기가 듬뿍 담겨있다. 꽃과 향기가 좋은 찔레꽃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은 가시에 찔린다는 데서 왔을 것이고, 흔히 라일락이라고 부르는 수수꽃다리의 잎은 하트 모양으로 생겼는데 잎을 씹으면 소태처럼 써 ‘사랑의 쓴맛’을 떠오르게 한다.
 

나무 이름 가운데는 북한에서 그럴듯하게 순화한 것이 적지 않은데, 화단에 많이 심는 쥐똥나무는 열매를 보고 지은 이름이지만 북한에선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 또 나무껍질에 얼룩덜룩한 무늬 때문에 양버즘나무로 불리는 플라타너스는 북한에서 열매를 보아 방울나무라고 한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송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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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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