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린다

조홍섭 2019.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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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입우럭 실험 결과…학습능력 좋고 대담한 개체가 실수도 잦아

ba1.jpg » 빨리 배우고 대담한 큰입우럭이 낚시에 더 자주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이 물고기는 점점 더 느리게 배우고 소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낚시는 물고기가 오랜 진화를 거치며 터득한 포식자 회피법을 무력화한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낚시를 해 왔지만, 물고기가 계속 걸리는 이유이다.(▶관련 기사: 물고기는 왜 낚시를 못 피하나, 구석기 때부터 쭉)

유일한 예외가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캐치 앤 릴리스’ 낚시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소형 호수 다섯곳에서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이런 방식의 낚시를 했더니 7∼10일 만에 포획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그 원인은 물고기의 학습 효과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물고기는 개체마다 성격과 행동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라 어떤 물고기는 낚시에 잘 걸리지만 쉽게 바늘을 물지 않는 개체도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낚시 대상어인 큰입우럭(배스)을 대상으로 이런 연구가 활발하다.(▶관련 기사: 지렁이도 먹어 본 놈이 또 먹는다)

ba2.jpg » 큰입우럭의 모습. 이 물고기의 다양한 형질과 낚시에 걸리는 취약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로버트 포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큰입우럭이 학습 능력에 따라 개체마다 낚시에 걸리는 비율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도 잘 안 걸릴 것 같지만, 실험 결과는 반대였다. 빠른 학습 능력을 보인 큰입우럭이 낚시에도 잘 걸렸다.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자들은 큰입우럭 60마리를 대상으로 학습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런 실험을 했다. 수조를 반으로 갈라 한 쪽에 둔 물고기에 빛을 쪼인 뒤 뜰채로 쫓는 자극을 주어, 물고기가 수조 중간의 작은 통로를 통해 안전한 수조 반대편으로 도망치는지 확인했다.

실험에서 물고기는 두 가지 유형으로 반응했다. 어떤 물고기는 뜰채로 휘젓기도 전에 낯설지만 좁은 통로를 거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다른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전자 유형의 물고기를 학습 능력이 빠른 개체로 분류했다. 이들은 대담하고 공격적인 성격에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위험에 닥치면 ‘싸우거나 도망치거나’를 재빨리 선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학습 능력이 느린 유형의 물고기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일반적으로 전향적인 대응을 하는 물고기가 더 성장이 빠르고 번식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에 의해 바뀐 환경을 빨리 파악해 새로운 자원을 이용하는 능력도 앞선다. 

그러나 학습 능력이 빠른 물고기에도 약점이 있다. 실수가 잦고 그에 따라 포식자 등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경험을 장기간 기억하고,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수정하는 유연성이 떨어진다.

연구자들은 회피 학습을 한 큰입우럭에 표지를 한 뒤 자연 연못에 풀어놓고 10일 동안 루어 낚시를 해 어떤 유형의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조사했다. 놀랍게도 ‘공부 잘하는’ 물고기일수록 낚시에 잘 걸렸다. 낚시를 문 큰입우럭은 뜰채를 피하는 작업의 성공률이 2배 가까이 높았다.

ba3.jpg » 토종 물고기를 먹은 채 붙잡힌 큰입우럭. 북아메리카 원산의 포식성 물고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외래종으로 확산했다. 김종수 기자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에서는 더 대담하고 활동적이며 더 탐구적인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행동 유형에 더해 인지 학습 유형이 낚시 취약성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빠른’ 개체는 위험 회피 과업을 더 빠르게 수행했지만, 가짜 낚시 미끼에 더 쉽게 이끌려 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학습 능력이 뛰어난 물고기가 우선 낚이는 일이 계속되면 큰입우럭에는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연구자들은 “물고기의 인지 능력은 유전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집단 차원에서 이 물고기의 학습 능력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큰입우럭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느린’ 형질의 물고기는 낚시뿐 아니라 서식지 파괴, 외래종 도입 등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행동 생태학과 사회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hael J. Louison et al, Quick learning, quick capture: largemouth bass that rapidly learn an association task are more likely to be captured by recreational anglers,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2019) 73:23 https://doi.org/10.1007/s00265-019-263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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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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