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벌 소리 들은 꽃의 꿀이 20% 더 달콤하다

조홍섭 2019.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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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실험 결과…꽃이 특정 주파수에 반응하는 귀 구실

pl1.jpg » 식물은 벌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꿀물의 당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꽃가루받이를 효과적으로 하는 전략을 펼지도 모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추신경도 귀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들을 수 있다는 건지, 또 소리를 듣는 것이 식물에 진화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식물이 어떤 기관으로 소리를 듣는지는 알 수 없어도, 식물이 환경 속 소리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팀은 지난해 과학저널 ‘식물학 프런티어’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첨단기술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이 분야가 ‘주변부 과학’에서 널리 인정받는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식물이 소리를 내고 반응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작물의 면역력을 높이고, 수확 후 과일의 익는 속도를 늦추는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응용 가능성에도 “대체 식물이 어떻게 소리를 듣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분야 연구의 한계를 털어놓았다. “고막이 없는데, 식물은 어떻게 소리 신호의 세기와 파장을 파악해 그 정보를 식물세포에 전달할까?”

최근 이런 의문을 부분적이나마 풀어 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리에 대한 장기적인 생리반응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내용이다.

pl2.jpg » 바닷가에 분포하는 달맞이꽃 속 식물 비치 이브닝 크림 로즈.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이 식물이 벌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반응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혔다. 지메넥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릴라크 하다니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식물학자 등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달맞이꽃에 벌이 붕붕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자 3분 안에 꿀물의 당분 농도가 20%까지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달맞이꽃은 벌과 박각시나방이 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데, 연구자들은 벌이 나는 소리를 녹음하거나 주파수는 같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소리를 들려 주는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달맞이꽃 650송이를 대상으로 4번 실험을 거듭해 일관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식물은 자연적인 벌의 날갯소리와 인공 음 모두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는 식물이 특정 주파수에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동이 큰 고주파나 바람 소리 같은 저주파에는 당분을 높이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pl3.jpg » 꿀물을 빠는 박각시나방. 식물은 화학물질뿐 아니라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아이런 크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식물이 꽃가루 매개자에게 생태학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급속히 반응하는 것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꽃가루 매개자가 내는 진동을 감지해 더 달콤한 꿀물을 분비하는 것은 소중한 에너지 자원의 낭비를 막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매개곤충을 이끄는 방법이다. 

3분이란 분비 시간은 매개곤충이 머물고, 또는 그 곤충을 보고 다른 곤충이 찾아와 꽃가루받이를 하도록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매개곤충이 없을 때도 높은 당도의 꿀물을 분비하면 미생물이 번성하고 개미 등이 꼬일 우려가 있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진동이다.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이 귀이다. 그렇다면 달맞이꽃의 귀는 무얼까. 연구자들은 “꽃이 귀”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벌의 날갯짓 소리가 달맞이꽃 꽃잎에 닿아 일으키는 진동을 레이저로 측정해, 벌이 일으키는 특정 주파수만을 공명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꽃을 유리 덮개로 가리자 당분 증가도 일어나지 않았다. 꽃은 접시 안테나처럼 소리를 받아들이는 ‘귀’ 노릇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보았다.

pl4.jpg » 달맞이꽃은 1㎑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해 꿀물의 당도를 높였지만(오른쪽) 귀에 해당하는 꽃을 유리로 가렸을 때(가운데)와 다른 주파수의 소리(왼쪽)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다니 외 (2018) 바이오리시브 제공.

연구자들은 “식물이 듣는 능력이 있다면 매개곤충을 넘어 초식동물, 나아가 다른 식물의 소리에도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외에서 자연소음을 배경으로 한 실험과, 다른 식물 종과 박쥐 등 다른 꽃가루 매개동물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미발간된 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동료 비평을 듣기 위해 미리 공개하는 누리집인 ‘바이오리시브’에 12월 28일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lach Hadany et al, Flowers respond to pollinator sound within minutes by increasing nectar sugar concentration, bioRxiv preprint first posted online Dec. 28, 2018; doi: http://dx.doi.org/10.1101/5073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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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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