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호수에 ‘외래 물고기’ 풀었더니 곰과 수달이 굶주렸다

조홍섭 2019.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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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곤들매기가 토종 송어 먹어치워…연쇄적 파급효과가 포유류와 맹금류로 번져

a1.jpg » 1994년 옐로스톤 호에 유입된 외래종 곤들매기의 일종(레이크 트라우트). 대형 포식 어종으로 유입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1872년 세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가운데에는 소양호 150배 면적의 큰 호수가 있다. 장기간 잘 보전된 숲 속에 자리 잡은 맑고 찬 호수이다. 

그런데 1994년 옐로스톤 호에서 악명 높은 외래종 물고기가 발견됐다. 누군가 풀어놓은 이 물고기는 북아메리카 북부에 서식하는 연어과의 곤들매기 일종(레이크 트라우트)으로 130㎝, 46㎏까지 자라는 대형 포식자다.

a2.jpg »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옐로스톤 호수의 모습. 소양호의 150배 면적에 수심이 깊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지난 40여년 동안 이 외래종이 호수생태계에 초래한 변화를 추적한 결과가 나왔다. 토드 코엘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박사 등 미국 연구자들은 2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한 종의 외래 포식 물고기는 손때 묻지 않은 고산 호수생태계의 물뿐 아니라 육상 생태계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외래종 곤들매기가 들어오기 전 이 호수의 최상위 포식자는 컷스로트 송어였다. 토착종 송어는 주로 호수의 얕은 곳에 살면서 물벼룩을 주로 잡아먹었다.

a3.jpg » 외래종이 오기 전 호수 안에서 최상위 포식자이던 컷스로트 송어.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호수 안에서 두려울 것이 없는 송어이지만 포유류와 맹금류 포식자의 밥이었다. 얕은 물에서 헤엄치는 송어를 물수리와 흰머리수리, 그리고 수달이 노렸다. 산란하러 개울로 거슬러 오르는 송어는 희색곰과 아메리카흑곰이 사냥했다. 1970년대에 이 호수의 토종 송어는 350만 마리에 이르러, 상위 포식자는 물론 낚시꾼의 주요 표적이었다.

외래종 곤들매기가 들어오자 이 모든 생태계가 흔들렸다. 곤들매기는 호수 깊은 곳에 주로 살아 물수리나 곰, 수달의 표적이 되지 않았다. 반면 토종 송어는 이 대형 포식자의 주요 식량이 됐다. 1998년 12만5000마리로 늘어난 외래종 포식자가 그 해에만 300만∼400만 마리의 토종 송어를 먹어치웠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a4.jpg » 외래종 곤들매기 뱃속에서 나온 다양한 크기의 토종 송어.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외래종 곤들매기를 확인한 공원 당국은 즉각 자망을 이용한 제거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 거대한 호수에서 특정 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외래 곤들매기는 수백만 마리를 잡아냈음에도 계속 불어나 2012년에는 개체수가 100만 마리에 육박했다. 반대로 토종 송어의 개체수는 급감했다. 개체수만 준 것이 아니었다. 과거 소형(10∼28㎝) 개체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곤들매기에 잡아먹히기 힘든 대형(40∼60㎝) 송어가 훨씬 많아졌다.

a5.jpg » 외래 곤들매기(LKT) 도입 이전(왼쪽)과 이후의 생태계 먹이 그물 형태. 토종 송어(YCT)가 줄면서 조류와 맹금류 포식자에 이어 그들의 새로운 먹이에까지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토드 코엘 외 (2019) ‘사이언스 리포트’ 제공.

외래종 포식자의 영향은 토종 송어에 머물지 않고 먹이 그물을 타고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호수 주변의 생태계로 번져갔다. 과거 송어 먹이의 80%는 물벼룩이었다. 그런데 송어가 줄자 물벼룩이 늘어났고, 물벼룩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은 줄었다.

외래종이 들어온 뒤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자 호숫물은 더 맑아졌다. 당국이 외래 곤들매기 제거 작업을 강화하면 호수의 투명도는 떨어졌다.

토종 송어는 해마다 호수로 흘러드는 개울 상류로 산란하러 올라간다. 국립공원에 살던 곰들에게는 겨울잠을 앞두고 지방을 축적할 절호의 기회이다.

a6.jpg » 1897년 옐로스톤 호수에서 낚은 컷스로트 송어를 내보이는 낚시꾼. 얼마나 많은 송어가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80년대 말까지 지류의 46%에서 곰의 송어 사냥이 관찰됐으나 2008, 2009, 2011년에는 그런 행동을 단 한 건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곰이 사냥한 송어의 수도 1980년대까지 연간 2만 마리 이상이다가 1990년대 말에는 2000마리, 2000년대 말에는 300마리로 곤두박질쳤다.

송어를 잃은 회색곰은 다른 먹이를 찾아야 했다. 연구자들은 “곰들이 대형 사슴인 엘크 새끼로 먹이원을 돌려, 2007∼2009년 동안에는 회색곰의 먹이에서 송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0%, 엘크는 8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송어를 주식으로 잡아먹던 수달도 다른 어종이나 개구리로 먹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맹금류 가운데는 전적으로 물고기만 사냥하는 물수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980년대 말까지 해마다 평균 38개의 둥지를 틀던 것이 2000년대 중반에 11개로 줄더니, 2013∼2017년엔 3개의 둥지에서만 새끼를 길러냈다. 부화 성공률도 떨어져 2008∼2011년엔 새끼가 전혀 태어나지 않았다.

a7.jpg » 옐로스톤 호수의 핵심종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컷스로트 송어의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인위적 환경교란이 거의 없어 이런 변화는 주로 외래종 포식자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까지 외래종의 영향은 물에서 육지 등 경계를 넘어서면 현저히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옐로스톤의 사례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당국은 2000년대 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외래종 관리를 대폭 강화한 결과 토종 송어의 번식과 곰의 사냥, 물수리 번식이 재개됐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dd M. Koel et al, Predatory fish invasion induces within and across ecosystem effects in Yellowstone National Park, Sci. Adv. 2019;5: eaav1139,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5/M/eaav11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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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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