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물고기에게 해파리는 ‘생강 쿠키로 만든 집’

조홍섭 2019. 04. 08
조회수 6681 추천수 0
떠다니는 피난처이자 뜯어먹는 집 노릇…해파리와 어울리는 어종 72%가 상업적으로 중요

j1.jpg » 컴퍼스 해파리 주변에 많은 어린 물고기들이 모여 있다. 해파리는 이들의 집이자 먹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해파리가 어장과 해수욕장을 망가뜨리는 쓸데없는 동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바다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관련 기사: 바다 천덕꾸러기 해파리, 생태계 기초 식량 가능성). 나아가 해파리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하는 피난처이자 그 자체가 먹이인 ‘과자로 만든 집’ 구실을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너선 휴톤 영국 북아일랜드 퀸스 유니버시티 벨파스트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해파리와 어울려 사는 물고기의 72%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어종”이라며 “지구의 물고기 자원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데 해파리-물고기의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자계통학적 연구를 한 결과 해파리가 특히 어린 물고기에게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파리는 바닷물에 떠 있는 “복잡한 3차원 구조물”이어서 종종 독성을 띠는 촉수 사이는 어린 물고기에게 요긴한 피난처이다.

j2.jpg » 해파리 촉수 사이에 숨어있는 어린 물고기. 이런 피난처가 없다면 치어가 포식자에 잡아먹힐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은 “치어가 잡아먹히는 비율은 56∼99%에 이르는데 일정한 크기에 이르면 포식률은 급격히 줄어든다”며 도피처로서 해파리가 유용하다고 밝혔다. 어린 물고기는 촉수를 요리조리 피하거나, 독에 저항력을 얻거나, 또는 피부의 점막으로 해파리의 독을 피한다.

게다가 해파리는 그 자체가 먹이가 된다. 연구자들은 “해파리가 유영하면서 빨려든 물속의 동물플랑크톤을 먹거나 촉수에 걸린 먹이를 가로채고, 해파리 몸에 붙은 갑각류가 먹이가 된다”며 “다른 많은 바다 생물처럼 해파리의 몸 자체도 어린 물고기의 먹이”라고 밝혔다. 해파리는 몸의 95%가 수분이어서 칼로리가 매우 낮지만, 어디에나 다량 분포하고 생식샘 부위는 칼로리가 비교적 높아 ‘기초 식량’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휴톤 박사는 “해파리가 어린 물고기에게 피난처는 물론이고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둘의 관계가 먹을 수 있는 집인 ‘생강 쿠키 집’ 이야기와 꼭 들어맞는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이론을 ‘생강 쿠키 집 가설’이라고 불렀다.

해파리와 가장 자주 어울리는 물고기는 전갱이과, 쥐치과, 대구과, 병어과, 도미과 등이었다. 전갱이과에는 방어, 잿방어, 부시리 등 상업적으로 중요한 어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이들이 자주 깃드는 집 구실을 하는 해파리는 키아네아·아우렐리아·스토몰로푸스·네모필레마 속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근해에도 분포하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여기 포함된다.

j3.jpg » 물고기가 잘 찾는 야광원양해파리. 헥토니쿠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 어린 시절을 해파리 촉수 사이에서 보내는 전략이 다양한 어종에서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나, 해파리와 함께 살기가 물고기에게 매우 중요한 적응인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특히 바다 밑바닥 근처에서 사는 물고기에게 해파리 피난처는 큰 의미가 있다.

바다 표층에 사는 물고기들은 큰 무리를 지어 포식자에 대항한다. 그러나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는 이런 무리 짓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바다 밑바닥이나 밑바닥 근처, 산호초 부근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해파리가 없었다면 새끼 때 모두 포식자에 잡아먹힐 것”이라며 “해파리를 피난처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바다 표층에서 바닥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이사벨라 카펠리니 헐대 박사는 “해파리와 물고기는 지구에서 5억5000만 년이나 함께 지냈으니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라며 “해파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최근 급격히 바뀌어, 해파리 생태학을 해양 시스템의 핵심 영역으로 ‘리부팅’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j4.jpg » 200㎏ 이상 나가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어린 물고기에게 거대한 집이다. 제주 문섬 앞바다에서 촬영했다. 얀 헬스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iffin DC, Harrod C, Houghton JDR, Capellini I. 2019 Unravelling the macro-evolutionary ecology of fish–jellyfish associations: life in the ‘gingerbread house’. Proc. R. Soc. B 286: 20182325. http://dx.doi.org/10.1098/rspb.2018.232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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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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