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가 황소개구리 잡아먹듯

조홍섭 2012.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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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토종 능구렁이가 황소개구리 천적으로 드러나

외래종 문제 정치적 이용…해법은 내 자연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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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붕어를 물고 있는 외래종 배스(큰입우럭). 사진=김종수 기자.

 
아이들과 개울에 생태체험 공부를 하러 갔던 때의 일이다. 반두로 민물고기를 잡아 수조에 넣어 관찰한 다음 놓아주는,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신나는 행사였다. 그런데 그물에 낯선 물고기가 걸려 나왔다. 손가락 마디 만한 어린 고기였는데 햇빛에 반사된 노란 줄무늬가 무척 아름다웠다.

 

“이게 무슨 고기예요?” 호기심어린 아이들의 질문에 멈칫했다. 원래 어린 고기는 가려내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아니라, 오전에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던 ‘흉포한 외래종’ 배스의 새끼였기 때문이다.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이 외래 물고기를 건져 땅에 패대기쳐 죽이는 게 옳을까. 그날 어린 배스는 강물로 무사히 돌아갔다. 뭐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사실 배스 방류를 둘러싼 논란은 루어 낚시꾼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배스든 뭐든 잡은 고기를 풀어주는 게 낚시꾼의 신사도라는 단체와 외래종을 퇴치해야 한다며 잡은 배스를 노획물을 전시하듯 땅바닥에 죽 늘어놓는 낚시단체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전자의 주장은 애초 사람이 잘못 풀어놓은 생명을 왜 학대하느냐는 것이고, 후자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선 사람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언론이 그려내는 ‘외래종=악당’이란 단순한 이미지는 복잡한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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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의 일종인 황복.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외래종 곧 주로 사람에 의해 원래 살았던 곳을 벗어나게 된 생물이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생명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서식지 파괴 다음으로 외래종 도입을 꼽는다.

 

그것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 동부 해역엔 지난해부터 태평양과 인도양이 원산인 복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민들은 처음 본 이 물고기가 뭔지 알아보기 위해 당연히 맛을 먼저 보았다. 레바논의 어민 7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도 응급실에 실려 가는 환자가 속출했다. 홍해에 살던 복어가 지중해에 진출한 것은 수에즈 운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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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다리를 수출하기 위해 들여온 외래종 황소개구리. 사진=한국 양서류 모니터링 연구팀.

 

우리나라에서 외래종의 상징은 황소개구리다. 15년 전 이맘때엔 정부가 황소개구리를 상대로 ‘전쟁’까지 선포하고 퇴치에 나섰다. (물론 정부가 이 말을 쓴 건 아니지만 거의 그런 기세였고 언론의 이 표현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남부 지역의 일부를 빼고는 황소개구리의 확산추세가 멈추었고, 이제 우리 땅에 정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황소개구리의 기세가 왜 사그라졌는지에 대해서는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감소, 기생충, 토착 포식자의 학습 등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아직 설득력 있는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이 황소개구리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저장성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북아메리카 산 황소개구리가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처럼 양식을 하려다 산 먹이 공급 등이 여의치 않자 방치해 자연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의 근본부터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외래종이 새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보다 그 지역의 동물이 새 포식자를 겁내지 않는 데 있다. 17세기 유럽 선원이 인도양의 외딴 섬 모리셔스에 도착했을 때 오래 전에 날개가 퇴화한 대형 새 도도는 이 새로운 동물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가 신선한 고기에 굶주린 선원들에 의해 결국 멸종했다. 진화의 역사에서 외래종인 사람을 겪어보지 못한 토종 새 도도가 새 천적을 몰라보았던 것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다. 외래종은 겁 없는 토종 동물 위에 쉽게 군림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노리는 낯선 천적에게는 취약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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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야행성으로 개구리, 물고기, 새 등을 잡아 먹지만 다른 뱀을 먹기도 한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저장성 습지에는 토종 천적이 살고 있었다. 바로 능구렁이란 뱀이다. 붉은빛 몸에 검은 띠무늬가 나 있는 이 뱀은 개구리, 두꺼비는 물론 다른 뱀도 잡아먹는다. 이 뱀은 아시아의 동부와 남부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북미 원산의 황소개구리는 진화 과정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천적이다.

 

연구진은 능구렁이와 황소개구리, 토종개구리의 냄새를 누가 알아채는지 실험했다. 그랬더니 토종개구리와 달리 황소개구리는 능구렁이 냄새에 무감각했다. 황소개구리는 작은 뱀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능구렁이를 먹이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능구렁이는 혼비백산 달아나는 토종 개구리와 달리 이 겁 없는 황소개구리를 주요 메뉴로 삼게 됐다. 저장성의 능구렁이의 식단에서 황소개구리는 토종 개구리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

 

이 연구로 외래종이 낯선 환경에서 치명적 약점을 드러낼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중국 저장성에서 토종 천적 능구렁이 때문에 황소개구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소개구리는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다. 능구렁이 말고 다른 토착 포식자들은 아직도 이 낯선 개구리를 소 닭 보듯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들여온 외래종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운 천적을 들여와 이를 없애려다가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건,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황소개구리를 없애자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능구렁이 등 토종 포식자의 식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연구한 결과는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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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이 데려온 개가 야생화한 딩고. 사진=마크 타록, 위키미디어 코먼스.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등 악명 높은 외래종 연구자 가운데는 들여온 지 30여년이 지난 이들이 이미 이 땅에 자리 잡아 토종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가설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과연 외래종은 유입된 지 몇 년이 지나면 토종이 될까.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이 이런 질문에 한 가지 답을 내놓았다. 약 4000년이 지나면 된다는 것이다.

 

포유류 대신 캥거루 같은 유대류가 진화한 이 대륙에 최초의 포유류 외래종을 도입한 것은 태평양 원주민이었다. 이들이 데려간 개가 야생화한 동물이 딩고이다. 최상위 포식자가 된 딩고는 주마다 엇갈린 대접을 받고 있다. 외래종 취급하는 곳에선 퇴치 대상이고 토종이 됐다고 보는 곳에선 보호종이다.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은 이런 혼란을 없애기 위해 정원을 파헤치는 습성이 있는 호주 산 큰쥐의 행동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주머니쥐는 개가 있는 집 정원을 꺼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개를 포식자로 알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야생의 개 딩고로부터 얻은 형질이다. 따라서 딩고는 한 때 외래종이었지만 이제는 토종 대접을 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이 큰쥐를 위협하는 건 개가 아니라 고양이이며, 야생에서 딩고는 나중에 도입된 외래종인 여우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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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파괴가 절정일 때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황소개구리나 배스가 딩고처럼 4000년이 지나야 토종이 된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일찍 토착화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멋모르고 외래종의 먹이가 되던 동물이 피할 줄을 배우게 되는 시점이 바로 토착화가 된 때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래종과 토종은 공존하게 되고 둘 사이의 차이는 없어지게 된다.

 

외래종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태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이다. 일본 왕실의 상징인 금송을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현충원에 심었다거나 도산서원에 심었다는 논란이 인 것은 그런 예이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태학적으로 볼 때 금송은 약 20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때는 한반도에도 널리 분포했다. 물론 아직 동해가 열리지 않아 한반도와 일본이 붙어있던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만.

 

황소개구리나 배스 논란은 훨씬 간접적으로 정치적이다. 북미 원산의 대형 포식자가 작고 연약한 토종을 마구 잡아먹는다는 이미지는 분명히 생태학적인 함의 이상을 품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정부가 외래종 소탕을 소리 높여 외치던 때는 자연훼손과 난개발이 극성을 떨던 때였다는 사실이다. 환경 당국은 개발 부처에 밀려 자연보전에 실패한 책임을 ‘애꿎은’ 외래종에게 뒤집어씌워 속죄양으로 만든 혐의를 피할 수 없다.

 

황소개구리는 ‘증권계의 황소개구리’처럼 보통 명사가 됐다. 하지만 채송화나 봉숭아처럼 우리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식물도 처음에 외래종이긴 마찬가지였다. ‘익충’ ‘해충’ 등 동식물에게 인간 중심의 선악 판정을 손쉽게 내리는 우리이지만 외래종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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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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