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 재두루미, 20년 만에 한강 하구 귀환

윤순영 2012. 04. 17
조회수 22632 추천수 2

1970년대 2천 마리 월동하던 김포 하성면에 첫 재두루미 서식지 복원

올해 재두루미 122마리, 흑두루미 25마리 찾아와, `성공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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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하성면 후평리 일대는 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200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찾아와 겨울을 나던 한강 하구 최대의 대표적 갯벌 도래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재두루미는 일본에서 월동을 하고 있고 일부 개체는 김포시 홍도평 일대에서 겨울을 나지만 이마저도 지속적인 개발로 인해 김포시에서 재두루미가 안정적으로 겨울을 지낼 곳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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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환경이지만 한강 하구 재두루미 월동지의 명맥을 유지하는 김포 홍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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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월동지였던 광활한 한강 하구 갯벌은 현재 간척돼 농경지(후평리 평야)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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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의 먹이터(취식지)가 조성된 후평리 평야.

 

1970년대 2000마리까지 찾아오던 재두루미는 지난해 120마리밖에 오지 않는 등 지속적으로 줄어든 추세이다. 이에 김포시는 지난해부터 19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4년까지 4년 동안 과거 간척사업 전 재두루미의 최대 도래지였던 하성면 후평리 평야 130㏊ 중 37㏊를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쉴 수 있는 취·서식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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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한 재두루미 서식지로 날아드는 쇠기러기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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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채운 논에 내려 앉은 고방오리와 쇠기러기.

 

지난 2008년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을 위한 용역을 시작해 지난해 1차 년도사업을 완료하고 올해 2차년도 사업이 진행되고 잇다. 재두루미 취·서식지 복원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업이다. 지난해 말 2차 재두루미 보전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심적인 부담이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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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물을 대 무논 만들기.

 

한편으론 환경이 변한 후평리 평야에 재두루미가 날아드는 꿈을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또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데다 환경복원 사업으론 짧은 5년 안에 재두루미가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일이었다. 처음 시도되는 재두루미 복원 사업을 설계하는 일은 현실적인 여건과 이리저리 부딪치는 측면이 많아 애를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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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 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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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 논이 아니라 커다란 호수처럼 보인다.

 

6㏊에 이르는  무논 만들기도 물만 대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고여 있어야 할 물은 계속 줄어들고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논둑에서 물이 새거나 임대되지 않은 논으로 흘러들어가 땅주인과 마찰이 일곤 했다. 주변엔 논을 갈아 놓아 조류에게는 불필요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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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낚시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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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재두루미 서식지 안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태우는 인근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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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근처의 수로에는 낚시꾼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들어 복원사업을 하는데 많은 지장을 주었다. 이밖에도 인근의 자전거 도로와 차량 통행, 산책, 나들이차량, 농민들의 빈번한 출입, 들불 놓기, 불법 쓰레기 태우기, 야생동물인 삵과 개, 들고양이의 출몰 등 수없이 많은 교란 요인이 있었고 예측을 할 수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재두루미가 다시 날아들기에는 환경 여건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랴. 방해요인을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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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 삵.  새가 있는 곳엔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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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삵의 정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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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지 안을 배회하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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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엇보다 20년간 재두루미를 관찰하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생태 지식을 적용해 보았다. 인간의 간섭이 개입되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새들에겐 방해요인이 된다.

 

재두루미를 유도하려 설치한 재두루미 울음소리 음향시설은 그들에게 생소한 기계음으로 들렸던 것 같다. 재두루미는커녕 기러기조차 외면하는 음향시설은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작동을 중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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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재두루미. 재두리가 이 모형을 보고 내려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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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에 보이는 벌거숭이산은 갈 수 없는 북한 땅이다.



또한 모형 재두루미도 철거하였다.우리들 인간의 단순한 생각으로 모형 재두루미가 그들에게 친밀감을 줄 것이라고 착각하였던 것이다. 설치 전 날아들었던 기러기가 모형 재두루미 설치 후 다시 날아드는데 10여일이 걸렸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모형 재두루미는 의심스런 물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 중심의 생각은 자연의 접근을 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재두루미가 좋아하는 지형지물 환경을 만들어 주는 편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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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북상하여 철원에 도착한 재두루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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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에 들러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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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 중 천수만 상공을 배회하는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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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 중에 시화호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두루미.


2월 중순부터 김포 홍도평야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가 한강 하구로 이동하는 것을 관찰하였고, 일본에서 북상하여 3월5일 철원으로 날아든 재두루미의 이동, 천수만을 거쳐 3월21일 시화호에 도착한 흑두루미를 추적하며 후평리 사업부지에 날아들 수 있는 예측 날자와 취식환경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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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인 볍씨를 복원지에 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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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에 단백질 먹이인 미꾸라지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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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로 사용되는 벼를 주 3회로 주기로 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충분한 먹이를 주었다. 일부 무논에는 미꾸라지를 넣어 주었다. 기러기 류가 먹이 터를 제일 먼저 차지하였다. 일반 조류들이 날아 들어야 경계심이 많고 예민한 두루미도 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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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평리 평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3월13일 조바심을 하며 애타게 기다리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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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평리 재두루미 복원지에 내려 앉은 재두루미. 뒤에 분단의 상징인 한강 철책선이 보인다.

 

갯벌에서 농경지로 바뀌면서 사라졌던 재두루미가 20년 만에 귀환한 것이다. 재두루미들이 후평리 평야에 모습을 나타낸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나보다. 10마리의 재두루미가 사업부지 안으로 날아 들어와 먹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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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3월14일에는 5마리, 3월16일에는 38마리가 날아드는 등 재두루미 행렬이 이어졌다. 4월1일까지 모두 122마리가 취·서식 조성지를 찾아왔다. 3월30일에는 흑두루미 23마리도 찾아왔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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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지를 찾은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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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후평리 마을이 뒷편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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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를 보며 경계를 하는 흑두루미.

 

아직도 미흡한 환경이지만 두루미는 최선을 다한 노력과 배려에 보답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사라진 재두루미의 땅을 그들에게 되돌려 준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옛 월동지를 찾아 돌아온다는 희망을 보았다.


이제 시작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자연을 회복시키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르고, 아예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일본으로 떠나간 한강 하구의 재두루미


우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자연을 내쳐 버렸다.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시를 생태조사차 3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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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이즈미시의 두루미 월동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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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을 방불케하는 월동지의 모습.

 

일본인들은 두루미 세계 최대 월동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각종 자랑을 늘어놓았고, 우린 할 말이 없었다. 지난날 한강 하구에서만 월동하던 재두루미가 시간이 지난 지금 이곳 가고시마 이즈미시로 날아와 월동하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를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고 놓쳐 버린 우리 자연을 보며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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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1300여 마리와 흑두루미 8000여 마리가 이즈미에서 월동을 한다.

 

이즈미 시청을 방문하여 시장과 지역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한국의 재두루미가 일본으로 시집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혼시켜 데려가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말의 뜻은 우리의 자연을 지키지 못하여 상처난 나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려는 위안과 각오였다. 

 

지난날 200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월동하던 한강 하구 후평리 평야에 서 있다. 재두루미가 월동하는 그 날을 위해서다. 올해 두루미가 찾아 들었지만 내년에 다시 온다는 약속은 없다. 재두루미가 서식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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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 중 한강하구 갯벌에서 어류와 갯지렁이를 섭취하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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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의 여정을 준비하려면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다.


한강 하구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은 김포시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재두루미 보전사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우리 곁에 있으면서 항상 외면당했던 천혜의 생태적 보고 한강하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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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평리 재두루미 취· 서식지 관찰 개체수(2012년)

      일시

                  재두루미 

              흑두루미 

      3월13일

                     10  

      3월14일

                      5

      3월16일

                     38

      3월17일

                      3

      3월19일

                     27

      3월20일

                      2

      3월21일

                     24

      3월22일

                      5

      3월29일

                  23

      3월30일

      3월31일

                      6

      4월 1일

                      2

                    2

         계

                     122

                   25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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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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