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기를까 말까, 유전자는 알고 있다

조홍섭 2019.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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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3만5천쌍 조사, 50% 이상이 개 소유 ‘일치’

do1.jpg » 사람에게는 개를 기르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늑대가 개로 가축화했듯이 사람도 개를 향해 진화했다는 공진화 가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사람이 개를 기를까. 어릴 때 집에서 개를 길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개를 기를 확률이 크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그러나 개를 기르는 선택이 이런 환경요인보다도 개인의 유전자 조성 때문에 좌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성이냐 교육이냐’ 가운데 천성 쪽에 손을 든 연구다.

투베 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개를 기르는 데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대규모 쌍둥이 연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이 세계 최대의 쌍둥이 집단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2001년부터 개 등록 의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50%가 같다. 따라서 형제가 다 함께 개를 기르는 사람의 비율이 두 종류의 쌍둥이 가운데 각각 얼마나 되는지 비교해 보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가운데 어느 쪽이 개 소유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이 쌍둥이 양쪽의 정보를 구할 수 있는 3만 5035쌍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동시에 개를 기르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팔 교수는 “어떤 사람의 유전적 구성이 그가 개를 소유할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일부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내적 성향이 더 강한 것 같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개를 기르게 되는데 작용하는 유전적 요인은 일란성 쌍둥이 여성에서 58%, 남성에서 52%로 나타나, 이란성 쌍둥이의 35%(여성), 30%(남성), 20%(남·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어릴 때 개를 길러본 사람은 청년기에 개를 기르는 경향을 보여줬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릴 때 개를 기른 부모와 자식이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do2.jpg » 유럽늑대. 늑대는 사람 곁에서 살기 좋은 형질이 선택되면서 가축이 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는 단지 누가 개를 기르냐의 차원을 넘어, 개와 인간 사이의 오랜 관계를 해명하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자인 케이스 도브니 영국 리버풀대 고인류학자는 “개 가축화의 깊고도 수수께끼에 싸인 역사를 이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늑대가 개 쪽으로 진화했듯이 사람도 개 쪽으로 진화하는 “개와 사람의 공진화”가 일어났다는 가설을 이 연구에서 제기했다. 늑대는 어릴 때 귀여운 형질을 유지한다거나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능력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나 가축이 됐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개를 선택하는 어떤 유전적 변이가 생기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일부 사람이 짧은 기간에 젖당 분해 유전자를 획득한 것이 그런 예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약 7500년 전 중부 유럽의 일부 유목민에게 우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나이가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는데, 이 형질이 북유럽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어떤 유전자가 개를 기르도록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다른 성격 관련 형질처럼 여러 개의 유전자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질문, 곧 동물 가축화가 어떻게 왜 이뤄졌는가에 대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ve Fall, et al, Evidence of large genetic influences on dog ownership in the Swedish Twin Registry has implications for understanding domesticatication and health associations. Scientific Reports, 2019; 9 (1) DOI: 10.1038/s41598-019-4408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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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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