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태우기와 장작 구이는 낭만 아닌 ‘간접흡연’

장영기 2019. 06. 10
조회수 22102 추천수 2
벽난로에서 한 시간 동안 장작 때면 담배 6000갑 분량 유해물질 나와

04644162_P_0.jpg » 밭두렁이나 논두렁 태우기 같은 생물성 연소는 미세먼지 오염의 중요한 원인이지만 대책이 부족한 형편이다. 김봉규 선임기자bong9@hani.co.kr

이제 미세먼지는 국가적인 관심사이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1월부터 3월까지 드높던 미세먼지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도 농도가 낮아져 파란 하늘이 보이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시큰둥해진다. 

미세먼지 ’시즌’이 아니라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면 올겨울 고농도 미세먼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세먼지 상황에서 하늘만 쳐다보며 중국 탓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최근의 연구 결과와 조사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여 보면, 우리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생물성 연소 분야라고 생각한다. 생물성 연소란 농작물의 노천 소각, 난로와 보일러에서 장작을 연료로 쓰기, 아궁이나 가마솥에서 장작 때기, 숯가마, 직화구이 등을 말한다. 

생물성 연소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지만 개선의 여지도 크고 인식도 부족하다. 또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물성 연소는 미세먼지와 위해성에 대한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지금처럼 방치하면 안 된다. 왜 이렇게 판단하는지 근거를 들어 본다.

05504106_P_0.jpg » 아랫목을 덥히는 장작 아궁이. 푸근한 정이 우러나오지만 미세먼지에 관한 한 꼭 그렇지는 않다. 김봉규 선임기자bong9@hani.co.kr

첫째, 최근 외국의 많은 연구가 생물성 연소 특히 나무연소의 위험성을 보고하고 있다. 시애틀, 피닉스, 베이징, 프라하 같은 대도시에서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 중 10∼60%가 나무연소의 영향이며, 로스앤젤레스의 겨울철 유기성 먼지의 30%,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지역 초미세먼지의 18%가 나무연소 때문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둘째, 생물성 연소에 대한 최근의 국내 연구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가 초미세먼지에 대한 수용모델의 배출원을 추정한 결과 생물성 연소가 15∼20%가량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도시에선 초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생물성 연소의 기여도가 30%정도로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보다 기여율이 높은 경우도 있었다.

셋째, 장작은 다른 어떤 연료보다도 사용량에 비하여 유해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나무를 태우면 다른 연료보다 불완전 연소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아크롤레인, 다이옥신,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와 같은 위해성이 큰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04524863_R_0.jpg » 입맛 당기는 직화 구이. 그러나 유해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생기는 조리법이어서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김명진 기자

미국 환경청은 벽난로에서 한 시간 동안 4.5㎏의 장작을 태우면 그 과정에서 담배 6000갑에서 배출되는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대부분 지면 가까운 높이에서 아무런 방지설비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장작 연소와 노천 소각은 국지적인 오염도를 악화시켜 주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도시지역의 배경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노천 소각이나 장작 연소는 간접흡연 금지와 같이 다룰 필요가 있다.

넷째, 장작 사용과정에서는 장작 이외에 폐목재나 폐가구가 함께 사용되어 유해물질 배출을 가중할 수 있다. 폐목재와 폐가구는 제작할 때 방부제, 접착제, 코팅제와 같은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연소시킬 때 장작 연소 때보다 많은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다섯째, 생물성 연소에서 많이 배출되는 블랙카본(black carbon)은 주요한 기후변화 유발물질이다. 블랙 카본은 디젤엔진과 생물성 연소에서 많이 배출되는데,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악화시키는 일이다.

생3.jpg » 난로 형태별 초미세먼지 배출량 비교. 왼쪽으로 갈수록 배출량이 많은 방식이다. 배출량은 벽난로>미인증 화목난로>인증 화목난로>펠렛난로>석유난로>가스난로>전기난로 순이다. 미국 푸제사운드 대기환경청 제공.

생물성 연소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생물성 연소의 위험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 더는 낙엽을 태우고, 장작 화덕에 가마솥을 걸고, 장작 직화구이를 즐기는 것이 낭만이 될 수 없다. 안타깝지만 바꾸어야 한다.

첫째, 노천 소각은 전면 금지해야 한다. 노천 소각을 금지하려면 감시체계를 확립할 필요도 있겠지만, 감시만으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규제와 함께 농촌 지역의 농업폐기물과 쓰레기의 수거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장작 사용을 개선해야 한다. 장작은 고체연료이다. 대기오염물질과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시키는 고체연료 사용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기존 장작 난로와 보일러는 연소효율이 높은 펠릿 난로와 보일러로 교체하고, 과거 방식의 난로, 화덕, 아궁이의 장작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

셋째, 장작을 사용한 가마솥과 직화구이는 오랜 음식 문화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가마솥과 직화구이에 사용하는 장작은 다른 연료로 바꾸어야 한다. 이에 대한 개선은 제도와 규제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대책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 그동안 놓치고 있었지만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대책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위하여 중요한 세 가지 대책을 꼽으라면 중소사업장, 노후 경유차 그리고 생물성 연소에 대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중소사업장과 노후 경유차 개선은 제도와 규제로 풀어야 하고, 생물성 연소의 개선은 국민의 인식 전환과 참여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환경과 공해 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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