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엔 ‘채식주의’ 악어 흔했다

조홍섭 2019. 07. 02
조회수 7459 추천수 1

‘초식 악어’ 3번 이상 독립적 진화…이 화석 분석 결과

 

cr1.jpg » 멸종한 중생대 초식 악어 마릴리아수쿠스 상상도. 가브리엘 리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입을 쩍 벌리고 휴식 중인 악어의 입속을 들여다보면, 크기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하게 끝이 뾰족한 원뿔 모양의 이가 나 있다. 먹이의 피부를 쉽게 뚫는 날카로운 이와 동물계에서 가장 강한 무는 힘을 자랑하는 턱 덕분에 악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현재 지구에 사는 20여 종의 악어는 모두 육식성이다. 강을 건너던 누와 얼룩말을 비롯해 물고기, 새, 개구리 등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다.

그러나 현재의 악어는 2억5000년에 이르는 이 파충류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악어는 새를 뺀 모든 공룡이 사라진 중생대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동물로 꼽힌다.

 

cr2.jpg » 현생 악어는 날카로운 원뿔형의 육식성 이를 지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지만 새가 공룡 전체를 대표하지 않듯이, 우리가 보는 악어도 악어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금은 멸종한 많은 악어가 요즘 악어와 달리 초식동물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키건 멜스트롬 미국 유타대 지구생물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28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멸종한 중생대 악어의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많은 악어 조상이 현생 초식성 파충류와 비슷하거나 넘어설 정도로 복잡한 형태의 이를 지녀, 초식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멸종한 악어 16종의 이 화석 146개를 대상으로 형태의 복잡성을 정량화하는 방식으로 초식성 여부를 가렸다. 멜스트롬은 “육식동물은 단순한 형태의 이를 지녔지만 초식동물의 이는 훨씬 복잡하고 잡식성은 그 중간”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육식동물은 고기를 잘라 삼키면 되지만 초식동물은 식물을 자르고 으깨어 삼켜야 하므로 이가 복잡하고 굴곡과 요철이 많다.

 

cr2-1.jpg » 다양한 악어의 이 형태. 왼쪽 둘은 육식성, 가운데는 잡식성, 오른쪽 둘은 초식성 이를 보여준다. 위는 입면도 아래는 측면도이다. 키건 멜스트롬 제공.

 

분석 결과 멸종한 악어의 절반가량이 많든 적든 초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놀랍게도 멸종한 악어 가운데는 식물을 먹는 종이 거듭 출현했다”며 “식물을 먹기에 적합한 이를 지닌 악어는 적어도 세 번, 많게는 여섯 번이나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중생대 초에 등장한 초기 악어는 육식성이었지만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초식 악어가 나타나기 시작해 백악기 말 대멸종 때까지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초식이 자주 등장한 것은, 그것이 어쩌다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유익한 먹이 전략임을 보여준다”고 논문에 적었다.

 

사실 현재의 악어도 오로지 육식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일부 악어는 열매를 따 먹어 씨앗을 퍼뜨리는 구실을 한다. 또 엘리게이터는 여러 달 동안 식물 단백질만 먹여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도 악어의 식성이 융통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중생대 생태계가 우리가 짐작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멸종한 강아지만 한 초식 악어가 육상에서 초식 포유류 조상과 나란히 나뭇잎을 우적거리며 씹고 있었을 것이다.

 

cr3.jpg » 멸종한 중생대의 다양한 악어 모습. 가장 위는 육식성, 두 번째는 잡식성, 아래 둘은 초식성 이를 지녔다. 호르헤 곤살레스 제공. 

 

그렇다면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왜 초식 악어가 진화하지 않았을까. 이번 연구에 쓰인 이 화석의 상당수를 발견한 아틸라 오시 헝가리 고생물학자는 “초식동물이 되려면 일정한 전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멸종 이후 포유류가 번성해 다양한 초식동물이 출현했고, 이들은 매우 전문적인 생태계 지위를 차지했다. 육상을 떠나 물가에서만 살아남은 악어의 후손이 포유류 초식동물과 경쟁해 다시 중생대의 초식동물로 자리매김하기는 곤란했다는 얘기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elstrom and Irmis, Repeated Evolution of Herbivorous Crocodyliforms during the Age of Dinosaurs, Current Biology (2019), https://doi.org/10.1016/j.cub.2019.05.07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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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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